이름,자(字),호(號),시호(諡號)까지...
그 유래와 의미,역사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
아들아, 아빠가 네게 역사 이야기를 해주면서..이름이 아닌 다른 칭호로 얘기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을 것이다.
아마도 이게 어렵게 느껴지고, 또 많이 혼동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왜 이름 하나에 만족하지 않고, 별도로 또다른 이름에 칭호를 썼는지..
또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한번 정리해줄 때가 된 것 같아, 이번에 그 얘기를
한번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먼저 우리의 이름을 한번 들여다 보면..
이름은 성(姓)과 명(名)이 결합된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명(名)이 이름이겠지만,
통상적으로는 성과 명 모두 합해 이름이라 부르고 있다.
네 이름을 보면 성은 심(沈)이고 명(名)은 규진(揆振)이지.
성(姓)은 너의 혈족을 말함이고, 명(名)은 부모가 그리고 선대의 어른이 너를 부르고
너를 구분하고자 붙인 이름이다.
우리의 경우 아버지 쪽(父系)의 성을 따르는데, 예외적으로 어머니의 성을 따라 창성된
성씨가 있으니 대표적인 예가 김해 허씨로, 금관가야 이야기할때 해준 바 있다.
우리나라는 성(姓)도 구분한다.
성 앞에 붙는 지역이름, 본관(本貫) 또는 관향(貫鄕)이라 하는데..
이것은 너에게 성씨를 준 시조(始祖)의 출신지 또는 그가 근거지로 삼은 지역을 말한다.
우리의 경우, 본관은 청송(靑松)이지.
우리의 시조인 심홍부(沈弘孚) 할아버지께서 고려 말 문림랑 위위시승이란 벼슬을 하시고,
청기군이란 작호를 받았는데...청기(靑己)는 현재 경북 청송의 고구려 때 지명을 뜻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본관이 청송이 된 것이란다.
옛날엔 이름 외에도..자(字)와 호(號)를 썼단다.
자(字)는 중국에서 유래된 것인데..남자 아이가 성인이 되면 집안 또는 가까운 웃어른이
그의 덕과 좋아하는 것 등을 고려해 이름을 또하나 지어주지. 이것을 자라고 한다.
옛날엔 이름보다 자(字)를 즐겨썼지.
웃어른에게는 자신의 본명을 말했지만, 동년배나 친구들 사이에는 자(字)로서 서로를
불렀단다.
그리고 호(號)는 이름과 자(字) 외에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지은 또 하나의 이름인데
이것은 본인이 스스로 짓기도 하고, 다른 이가 지어주기도 해.
예를 들어, 공자의 경우..성은 공(孔), 이름은 구(丘), 자는 중니(仲尼)라 했다.
중니라는 자는 중(仲)은 공자가 둘째라는 의미고 , 니(尼)는 그의 부모가 이산(尼山)에
기도드려 낳았다고 해서.. 중과 니라는 글자를 취해서 자로 삼은 것이란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는 현덕, 관우는 운장, 장비는 익덕, 조운은 자룡이라 불리는데..
가만보면 삼국지에서는 이들 이름보다 자가 더 많이 쓰이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세종대왕의 경우 이름인 휘(諱)는 도, 자(字)는 원정(元正)
충무공 이순신 제독의 경우 자(字)는 여해(汝諧)
유학자로 이름높은 조식(曺植) 선생의 경우, 이름은 조식이지만 자(字)는 건중(楗仲),
호(號)는 남명(南冥)..
서애 류성룡 선생과 다산 정약용 선생의 경우 서애(西厓)와 다산(茶山)이 호(號)란다.
아들아, 그러니까 성(姓)과 이름(名)은 자신의 출신을 알리고 남과 구분 짓기 위해
붙이는 것이고,
자(字)와 호(號)의 경우..함부로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던
그런 전통으로 편하게 서로를 부르기 위해 만든 또하나의 이름이자,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이해하면 될 것이다.
또하나, 우리가 역사 속에서 만나게 되는 칭호에는 작호(爵號), 시호(諡號), 묘호(廟號)도
있단다.
작위(爵位)란 귀족과 왕족, 또는 공적이 뛰어난 신하에게 수여하던 명예로..
그 작위를 부르는 이름을 작호(爵號)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백, ~후,~ 군 이런 작호를 내리는데 앞에는 그의 본관이나 봉토지역의
지명을 붙이는게 관례란다.
예를 들어, 조선 태조 이성계의 의제이자 공신인 이지란 장군에게는 청해백(靑海伯)이란
작호를 내리는데 청해는 지금의 함경도 북청을 말하고
또 한명의 공신인 정도전 선생에게는 봉화백(奉化伯)이란 작호를 내렸는데,
현재의 경북 봉화를 말한다.
아빠는 간신이라 보지만, 세조에게는 공신인 한명회에게는 상당군(上黨君)이란 군호가
내려졌는데 상당은..그의 관향인 충북 청주(淸州)의 옛 지명이지.
또 시호(諡號)는 나라의 고관을 지내며 나라를 위해 오랫동안 일하였거나, 나라를 위해
특별한 공로가 있는 이에게 그의 사후에 내려지는 특별한 칭호이자 명예다.
시호에 취하는 이름은 그의 평소 인품과 삶의 행적, 공로를 참작하여 정해지지.
시호를 받았다는 것은 적어도 2품 이상의 고관을 역임했다거나 나라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 분이란 것을 뜻한단다.
우리가 익히 아는 충무공 이순신 제독, 진주대첩의 영웅인 김시민 장군의 시호는
충무(忠武), 충무공이라 부른다.
충무라는 시호는 신하의 도리를 다하고, 그 몸을 바쳐 나라의 위기에 외적을 물리치고
또 법도를 바로 세웠다는 뜻으로 충무라는 시호를 받은 이는 조선시대에 9명이 있었다.
그 외에도 전란에 용감히 나서 싸워 전사하였거나 공을 세운 이에게는 충장(忠壯).
나라의 위기에 맞서 끝까지 절의를 지킨 이에게는 충렬(忠烈)
학문으로 나라에 세운 공이 많은 이에게는 문충(文忠)..이런 시호가 많이 내려졌단다.
아들아, 우리가 청송 심씨에 안효공파(安孝公派)라고 하면..
그 속에 안효(安孝)가 시호란다.
이는 곧, 네가 세종대왕의 국구이신 안효공 심온 선생의 후손이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왕가에서는 어떠했는가 보자.
먼저..예로부터 임금의 이름인 휘(諱)는 함부로 부르는 것이 아니었단다.
임금과 성인의 이름인 휘는 공경의 대상이기 때문에, 임금의 이름을 부르고 쓰는 것은
곧 불경(不敬)이고 불충(不忠)이었거든.
그래서 그 글자를 쓰지도 않고 피해야 했어. 심지어 비슷한 글자도 피했단다.
이를 피휘(避諱)라 한다.
일례로 옛 중국 당(唐)에 이세적(李世勣)이란 사람이 있어.
당 초기의 대표적인 무장이자 공신인데..원래 이름은 서세적이지만, 나라에 공이 많아
이씨 성을 하사받아. 그래서 이름이 이세적이 되었지.
그런데 이세적이 모시던 주군이 바로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이란다.
이세민이 황제가 되니..그의 이름을 피휘해서 다시 이름이 이적(李勣)으로 바뀌게 돼.
그래서 왕실에서도 피휘에 해당하는 글이 많으면 백성을 피곤하게 하고 괴롭히는 것으로
이름을 외자로 쓰고, 잘 쓰지 않는 한자를 취해서 이름을 지었단다.
묘호(廟號)는 황제나 왕이 죽은 후 종묘(宗廟)에 모실때 그의 생전 행적과 공적을 기려
올리는 호(號)란다.
세종대왕의 경우..묘호는 세종(世宗), 명에서 받은 시호는 장헌(莊憲),
시호는 영문예무인성명효대왕(英文叡武仁聖明孝大王).
이를 합한 존시는 '세종 장헌 영문예 무인 성명 효 대왕'이라고 부르게 된다.
종묘에 올리는 왕의 묘호는 ~조(祖), ~종(宗)..이렇게 붙이는데,
조(祖)는 나라를 창업(創業)한 공이 있는 임금에게,
종(宗)은 수성(守城)의 공이 있는 임금에게 주어지는게 일반적이란다.
태조(太祖)는 나라를 창업한 공이 있는 임금에게,
태종(太宗)은 나라를 창업한 것에 버금가는 공을 세우고, 나라의 기틀을 세운 임금에게,
세종(世宗)은 문물을 정비하고, 다방면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어 나라의 전성기를
이룬 임금에게
문종(文宗)은 나라의 문치(文治)를 진흥시킨 임금에게 주어지는 명예로운 묘호란다.
그런데 창업의 군주도 아니면서 조(祖)라는 묘호를 받은 조선의 7대왕 세조(世祖)는
자신이 나라를 다시 세운 것에 버금가는 공이 있고, 또 세종대왕처럼 나라에 많은 공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 그런 묘호를 했겠지만,
한편으론 묘호를 정하는 원칙을 스스로 어지럽힌 장본인이란 것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물론..그 묘호에 부끄럽지 않을지는 생각해 볼 일이고.
아들아, 성과 이름, 자와 호, 작호와 시호, 묘호에 이르기까지 그 유래와 의미,
역사까지 풀어보았다. 물론 그럼에도 많이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쓰지 않고, 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그 상황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가지게 되는 또 하나의
이름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이해하면..그의 삶과 사회적 평가는 어떠했는지 자세히 보지 않아도
왠만큼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이름들에 익숙해지고 이해하면 그만큼 역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니..책을 볼때나 여행하며 만나는 인물들을 볼 때에 아빠가 얘기한 것을
떠올려 보고, 한번 친해지려 해보려무나.
-----작성자:방랑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