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어느 카페에 올린 글을 우연히 발견하고...
無題 /석계 윤행원
곤히 자고 있는 사람을 옆 사람이 툭툭 친다. 50대 초반쯤 되는 사람이 눈을 떤다. “당신 저 앞 노인한테 자리를 비켜주어야 할 것 아닌가. 여기는 노인석이야.” 하고 소리를 버럭 지른다. 피로한 몸으로 노곤하게 자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깬 그 사람은 부아가 잔뜩 난 얼굴로 마지못해 일어나면서 “일어나면 될 것 아니요. 사람을 왜 치고 그래요.”하면서 노려본다. 밤 10시쯤인데도 4호선 전철 안은 만원이다. 모두들 고단하고 지친 얼굴이다.
그 사람의 친구인 듯한 사람이 노인석에 앉아 있는 나를 가리키며 "저 사람은 놔두고 왜 그 사람만 닦달합니까.“ 한다. 얼토당토 아니한 고자질을 하는 것이다. 나를 자기들 연령대로 본 모양이다.
교대역 근처에서 가진 저녁 모임에 어느 시인이 준 詩集을 읽고 있다가 본의 아니게 내가 끌려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가 대답을 안 할 수가 없다. 더구나 말로서는 시원한 대답이 안 된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주민등록증을 보여준다. "1939년생 일흔두 살이요.” 하면서 자세히 보도록 코앞에 내 밀었다. 그 사람은 얼굴을 바짝 대고 빤히 쳐다보다가 그래도 못 믿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설래설래 흔든다. "원 저럴 수가……." 하면서 아무래도 못 믿겠다는 표정이다.
그 사람이 그렇게 젊게 취급해 주는 것은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다. 내가 약간 젊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모습은 아니다. 아마 그 사람이 단단히 착시(錯視)를 한 모양이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젊은 사람을 억지로 일으켜 세운 늙수룩한 노인이 괘씸하기도 해서 본 나이라도 알고 싶었다. 나이 먹은게 무슨 권력이라고 고단한 잠에 떨어진 사람을 호통을 치면서까지 깨운단 말인가. 그 사람도 어느 정도 책임을 느낀 모양인지 지갑을 꺼내 주민증을 보여준다. 1939년11월생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당신은 같은 나이이지만 내 동생뻘이요.” 하고 마치 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근엄하게 말해 주었다.
그 사람도 내 주민증을 직접 본 후라 대답은 시원하다. “그러고 보니 형님뻘 되십니다.” 젊은 사람에게 호통 치던 우락부락하던 모습은 간 곳 없고 공손하고 상냥하다. 쫓겨난 사람과 그 친구는 어이없다는 얼굴이다.
문득 옛날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사람이 길을 가는데, 젊은 사람이 바지를 걷어 올린 늙은 사람에게 휘추리로 종아리를 때리더란다. “여보 당신, 젊은 사람이 늙은 사람을 그렇게 때릴 수가 있소?” 하고 나무랐더니, 그 사람은 “이 놈은 내 아들인데 내가 벌을 주는 중이라오.” 하더란다.
사람은 사는 양태에 따라 세월이 가면 같은 나이라도 20년 정도 차이가 난다는 말이 있다. 나이보다 10년은 늙게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보다 10년 젊어 보이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날따라 전철 소리가 더욱 요란하게 들리는 밤이었다.
2010년8월 청계
돼지엄마 10.08.13. 20:23"열정이 있는한 늙지 않는다" 생각이 늙으면 몸도 늙는다고 합니다, 선배님은 결코 늙지 않을실 겁니다, 눈빛도, 말씨도, 몸짖도,,, 처음엔 당연히 작은토끼 인줄 알고,,,놀랬던 기억이 새삼스럽군요~~~ 오시며 가시며 다니시며 오해아닌 오해를 간혹 일으키시며 다니시는 우리선배님,, 뵙구 싶습니다, 건안하세요~~~
답글 | 신고 한산 10.08.13. 20:43 그런데 그렇게 젊게 사시는 비결 좀 알려 주십시요. 어떻게 사시길래......... 저도 첨엔 작은 토끼인 줄 알았습니다. 답글 | 신고
장사장 10.08.13. 21:03 ㅎㅎ청계성님이랑 동갑....토끼방으로 모시고 오시지...ㅎㅎㅎ 건간 하신김에 더 근강 하세요~청계 성님~~ 답글 | 신고
고운사랑 10.08.13. 21:38 선배님~~그럴수 있는 일이겠어요~~저도 그리 생각하거든요....비결이 무엇인지...ㅎㅎ 건강 유지 하시구요...행복한 삶 이여 가시길여~~~^^* 답글 | 신고
도꼬리 10.08.13. 21:48 그 사람 술 한잔 했나봅나다. 맨정신엔 감히 그렇게 하지 못 할텐데.. 오랜만에 도인님의 글 봅니다. 답글 | 신고
┗물보라정 10.08.13. 22:41 방장님 질투 하시나 봅니다 ㅎㅎㅎ진짜 젊어 보이세요 물론 방장님도 그 연세로 보이지않구요 토방 선배님들 다 너무 젊어 보이세요 진짜예요 답글 | 신고
┗도꼬리 10.08.14. 05:10 나도 젊어 보인다고? 거울을 본다. 이건 아니다. 보러정도 잠시 착시현상의 눈을 떳나 보다. 답글 | 신고
┗장사장 10.08.14. 06:53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답글 | 신고
이길순 10.08.13. 22:15 선배님은 정말 우리들 또래들 보다 훨씬 더 젊어 보여요 ㅎㅎㅎ 잘 지내시지요? 답글 | 신고
물보라정 10.08.13. 22:47 지하철 자주 타셔야 겠어요 ㅎㅎㅎ그리구 주민증 꼭 지참하고 다니세요 큰일날뻔 하셨네요 ㅎㅎㅎ 세월을 이기고 사시니 힘도 엄청 좋으십니다 ㅎㅎㅎ고은 밤 되세요 선배님 답글 | 신고
이봐요 10.08.13. 23:01 먼저 경북궁에서 저는 알아봣습니다. 너무젊게 사시는 선배님모습 참으로 부럽습니다. 더욱 건강하셔요. 답글 | 신고
연꽃아씨 10.08.13. 23:06 오라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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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도, 말씨도, 몸짖도,,, 처음엔 당연히 작은토끼 인줄 알고,,,놀랬던 기억이 새삼스럽군요~~~
오시며 가시며 다니시며 오해아닌 오해를 간혹 일으키시며 다니시는 우리선배님,, 뵙구 싶습니다, 건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