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제 - 오장환 민근홍 국어마을
산 밑까지 나려온 어두운 숲에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는 들려오고, 쫓기는 사슴이 눈 우에 흘린 따듯한 핏방울.
골짜기와 비탈을 따러 나리며 넓은 언덕에 밤 이슥히 횃불은 꺼지지 않는다.
뭇짐승들의 등 뒤를 쫓아 며칠씩 산 속에 잠자는 포수와 사냥개, 나어린 사슴은 보았다 오늘도 몰이꾼이 메고 오는 표범과 늑대.
어미의 상처를 입에 대고 핥으며 어린 사슴이 생각하는 것 그는 어두운 골짝에 밤에도 잠들 줄 모르며 솟는 샘과 깊은 골을 넘어 눈 속에 하얀 꽃 피는 약초.
아슬한 참으로 아슬한 곳에서 쇠북 소리 울린다. 죽은 이로 하여금 죽는 이를 묻게 하라.
길이 돌아가는 사슴의 두 뺨에는 맑은 이슬이 나리고 눈 우엔 아직도 따듯한 핏방울…… (조선일보, 1939.10)
[핵심 정리]
1. 주제 : 생명의 순결성과 영원성 - 비정한 현실 속에서도 순수한 사랑을 간직하고픈 소망과 기대 - 생명을 유린하는 인간 문명에 대한 비판 2. 특징 1) 강렬한 색채의 대비를 통해 비극성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잔혹성을 비판하고 있다. -색체 대비(흰색-붉은 색)를 통한 의미 강조 -감각적 이미지(청각, 시각, 촉각-냉온감각) 사용으로 주제 강조 2) ‘사슴’을 소재로 하여 시대적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우화(寓話)시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3) 사슴과 인간의 관계를 대립적 관계로 설정하면서 상징성이 강한 시어들을 구사하여 주제를 명료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4) 전체적으로 상황을 제시한 작품으로서, 5연의 메세지와 마지막 연의 말 줄임표의 여운과 암시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화자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객관적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고 있다.
◐의미 구조
-사슴(순수한 생명) : 샘, 약초, 이슬, 핏방울 - 생명의 순수성과 연약성 ⇕-대비 -사냥꾼(비생명성): 햇불 - 생명을 유린하고 살육하는 광기, 인간의 폭력성, 문명의 냉혹성, 파괴성
* 쇠북소리 : 성탄제의 종소리를 연상. 용서와 화해의 소리 * 쇠북 종(鐘)
[구성] 1연 : 어두운 숲에서 피 흘리며 몰이꾼에게 쫓기는 연약한 사슴의 모습 2연 : 밤까지 계속 이어지는 몰이꾼들의 횃불 행렬 3연 : 표범과 늑대를 어깨에 메고 가는 몰이꾼을 숨어서 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어린 사슴 4연 : 다친 어미를 걱정하며 생각에 잠기는 어린 사슴 /어미 살릴 샘과 약초의 소망 5연 : 주검 위에 울리는 구원의 쇠북소리 6연 : 어미 사슴의 죽음으로 인한 어린 사슴의 슬픔
[시어 및 시구 풀이]
* 성탄제 : 원래의 의미는 생명체의 탄생, 성스러운 사랑 - 여기서는 생명이 소멸되는 상황으로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생명체의 고귀함과 존엄성을 드러내고자 함. * 어두운 숲 : 생명이 위협받는 공간 *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 : 생명체를 노리는 인간의 비정성 * 눈 위에 흘린 따뜻한 핏방울 : ‘눈’의 흰색과 ‘핏방울’의 빨간색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잔혹한 상황을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여기서 '핏방울'은 인간에게 희생당하는 생명체, 또는 그 고통을 의미한다. 눈의 차가움과 짜쯧한 핏방울의 냉온 감각의 대비도 보인다. * 밤 이슥히 횃불은 꺼지지 않는다. : 몰이꾼이 집요하게 사슴을 쫓는 상황을 암시. '횃불' - 생명체를 노리는 인간의 비정성. * 몰이꾼이 메고 오는 / 표범과 늑대 : 생명을 유린하는 사냥꾼 * 어두운 골짝에 밤에도 잠들 줄 모르며 솟는 샘과 / 깊은 골을 넘어 눈 속에 꽃 피는 약초 : 긴장된 상황 속에서 어린 사슴이 꿈꾸는 행복한 세계를 의미한다. ‘어두운 골짝’은 절망적 상황을, ‘잠들 줄 모르며 솟는 샘’과 ‘꽃 피는 약초’는 생명 소생의 희망을 의미한다. * 아슬한 참으로 아슬한 곳에서 쇠북 소리 울린다. : 아주 멀리서 (산 속의 어떤 절간에서 치는) 종소리가 들린다.. * 쇠북소리 : 성탄제의 종소리를 연상. 용서와 화해의 소리 /종소리의 일반적 상징 의미-종교-구원 * 죽은 이로 하여금 / 죽는 이를 묻게 하라. : 인간의 잔혹한 살상 행위에 대한 절규와 분노가 담겨 있다. 어미 사슴의 죽음과 동시에 곧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될 어린 사슴의 위험을 표현한 것으로, 그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배려가 필요함을, 비인간적인 현실에서 화자가 개입하여 몰이꾼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자식이 어미를 장사지내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데, 이 시에서는 어린 사슴이 어미의 죽음 앞에 어찌할 줄 모르는 난감한 상황, 어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절망감의 역설적 표현으로 이해하여야 한다.(역설-죽은 이(어미)가 산 목숨(새끼 사슴)을 묻을 수 없음) 결국 이 시행은 무모한 살생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세지이며,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강한 고발의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제목 '성탄제'의 의미
- 쫒는 자인 몰이꾼들은 '날카로운 소리'로 쫒기는 자인 사슴은 '따뜻한 핏방울'로 그 이미지가 대비되고 있다. 쇠북소리를 통해 화해의 의지를 먼저 내비치는 것은 쫒기는 자인 '어린사슴'이다. 이는 어미 사슴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용서와 화해의 아량을 보여 주는데, 이것이 바로 이 시의 제목이 나타내는 의미이다
-화자는 사냥꾼에게 쫒기며 죽어가고 있는 어미 사슴과 그 옆을 더나지 못하는 어린 사슴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하고 있다. 이 시에서 화자는 죽어가는 연약한 생명과 그로 인한 슬픔을 보여 줌으로써 폭력성에 탐닉해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세태를 비판한다. '죽은 이로 하여금/ 죽은 이를 묻게 하라.'는 메세지와 함께 울리는 쇠북소리는 용서와 화해에 대한 기원을 의미한다. 제목인 '성탄제'도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사랑과 용서의 의미와 연결되어 의미를 형성하고 있다.
▣ 감상과 이해 - 어린 사슴과 죽어가는 어미 사슴은 포수, 몰이꾼, 사냥개에게 쫒김을 당하고 있다. 따뜻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생명과, 이를 지켜보는 어린 사슴의 슬픔을 통해 생명 유린의 현실과 폭력을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쇠북소리'를 통해 용서와 화해로의 기원을 나타내고 있다.
- 이 시에서 생명을 유린하는 세계의 폭력성은 산짐승들을 쫓는 포수와 사냥개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달리 쫓기는 사슴의 피와 눈물을 통해 어린 사슴은 연약한 생명성의 순결성을 나타낸다. 두 개의 대비되는 시어는 연약함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 핏방울과 꺼지지 않는 횃불, 하얀 약초와 눈은 빨강와 하얀 색의 색채 대비를 이루고 있다. 3연까지는 명사형의 종결을 통해 다소 딱딱한 감이 있었으나 4연에서는 명령형으로 5연에서는 여운을 남기고 있다.
- 이 시에는 총 맞은 어미 사슴은 피를 흘리며 죽어 가고, 어린 사슴이 상처를 핥으며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장면이 설정되어 있다. 이를 통하여 생명을 유린하는 세계의 폭력성과 그것에 대비된 연약한 생명체의 순결성을 대비하여 보여 주고 있다. 이 시에서 '샘, 약초, 이슬, 핏방울' 등은 생명의 순수성이나 연약성을 암시하며, '횃불'은 사냥꾼들이 사냥하기 위해 밝혀 놓은 것으로 생명을 유린하고 살육하는 광기를 연상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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