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 백학선전 (작가미상)
해제 : 이 작품은 천상세계에서 죄를 지은 선관 선녀가 인간 세상으로 쫓겨 와서 갖은 고초와 역경 끝에 행복을 찾고 영화를 누리다가 삶을 마치는 과정을 그린 영웅소설이자 애정소설이다. 남자 주인공보다 여자 주인공이 적극적 인물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박씨전’과 같은 여성 영웅 소설의 범주로도 포함시킬 수 있으며, 두 주인공 사이의 애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 화두가 된다는 점에서 애정소설의 성격도 두드러진 작품이다. 또한 두 주인공이 맺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는 점에서 ‘혼사 장애담’에 해당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영웅 소설마저도 애정물로 전환했던 조선 후기의 경향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핵심정리]
* 종류 : 적강소설, 영웅소설, 애정소설 * 특징 ①적강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유교적 충의보다 남녀 간의 애정 관념을 중시함. ②백학선으로 가연을 맺는 애정소설 * 주제 : 사랑을 지키려는 두 남녀의 모험담
[줄거리]
명나라 홍무 연간에, 남경에 사는 유태종은 벼슬이 삼공이고 충효의 가문 사람이다. 조정의 간신인 병부시랑 처 전이 해하려 하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 와 한가히 지내는데, 자식이 없어 부인 진씨와 후원에 단을 모으고 기도하던 중, 부인 꿈에 선동이 나타나 ‘천상에서 죄를 지어 당신의 자식이 되고자 한다’는 말을 듣고 잉태, ‘이 아이의 배필은 서남에 있다’는 선녀의 말을 들으며 아들을 순산한다. 이름은 유백로로 용기 있고 풍채가 좋았다. 성남의 운수 선생에게 배우고자 길을 떠난다. 이부상서 조경노와 순씨 사이에도 자식이 없어 절에 빌어 ‘천상의 시녀’가 딸로 태어나게 되니, 이름을 은하라 하였다. 운수 선생에게 가던 백로는 길가에서 열 살의 은하를 만나, 집안 대대의 보물인 백학선에 ‘窈窕淑女 君子好求’라는 글귀를 써서 주고는 훗날을 기약한다. 병부상서 문상서가 유백로를 사위로 청혼하나, 벼슬을 얻은 뒤에 하자고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최국양도 은하를 며느리로 맞고자 하나, 백로를 생각하고는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유 백로가 과거에 급제하여 남방순무어사로 부임하며 은하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병이 들어 벼슬을 버린다. 이 때 오랑캐 가달이 쳐들어 오자, 최 국양이 입궐하여 출전하며 백로의 외숙 전홍뢰에게 은하를 죽이도록 한다. 은하의 신세가 딱함을 알고 전홍뢰는 은하를 놓아 준다. 방황하는 은하에게서 유태종이 백학선을 뺏으려고 옥에 가두나 실패하자 일 년만에 풀어 준다. 유백로가 최국양에게 원하여 대원수가 되어 가달을 막으려 하나, 최국양이 군수를 해 주지 않아 군사들은 몰살 당하고 백로는 가달에게 잡히고 만다. 방황하던 은하가 주막에서 점괘를 보고 백로가 위험함을 알고는 임금에게 자원한다. 이때는 최국양의 모함으로 백로의 가족이 옥에 갇힌 때다. 병법과 무술에 신통력이 있음을 본 임금은 조은하를 원수 가달을 치게 허락한다. 선녀의 도움으로 오랑캐를 물리치고 가달을 잡으며 백로를 구해 돌아온다. 최국양은 처벌을 받고, 유백로, 조은하는 연왕, 연왕비가 되며 팔순에 하늘로 올라간다. [구성]
* 발단 - 천상계의 선관 선녀가 죄를 짓고 인간계로 쫓겨와 각각 유백로와 조은하로 환생한다.
* 전개 - 운수 선생에게 가던 백로는 길가에서 열 살의 은하를 만나 집안 대대의 보물인 백학선에 백년가약을 맺고자 하는 글귀를 써주고 훗날을 기약한다.
* 위기 - 병부상서 문상서가 백로를 사위로 청혼하나 벼슬을 얻은 뒤에 하자가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최국양도 은하를 며느리로 맞고자 하나 백로를 생각하고는 거절하자 앙심을 품는다. 백로가 과거에 급제하여 남방순무어사로 부임하며 은하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병이 들어 벼슬을 버린다.
* 절정 - 오랑캐 가달이 처들어 오자 최국양은 백로의 외숙 전홍뢰에게 은하를 죽이도록 하나, 은하의 신세가 딱함을 알고 전홍뢰는 은하는 놓아 준다. 백로는 대원수가 되어 가달을 막으려하나 최국양이 군수를 해주지 않아 군사들은 몰살 당하고 백로는 가달에게 잡히고 만다. 주막에서 점괘를 보고 백로가 위험함을 알게 된 은하는 임금께 지원한다. 은하가 병법과 무술에 신통력이 있음을 본 임금은 이를 허락하고 은하는 오랑캐를 물리치고 백로를 구해 돌아온다.
* 결말 - 최국양은 처벌을 받고, 유백로, 조은하는 연왕, 연왕비가 되며 팔순에 하늘로 올라간다.
[등장인물]
* 유백로 : 은하에게 백학선을 준 인물로 은하의 행방을 수소문함 * 조은하 : 백학선을 지니고 있는 인물로 유백로가 찾는 주인공 * 조성노 부부 : 은하의 부모로 피신 도중 세상을 떠남. *춘낭 : 은하의 시비로서 각종 정보를 은하에게 제공하는 인물
#「백학선」의 의미
'백학선'은 흰 학이 그려진 부채를 말하는데, 사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설정한 것이 매우 특징적이다. 사건을 이끌어 가는 것은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이 부채이다. 부채가 등장하는 부분이 유백로와 조은하의 만남이요, 그 부채에 쓰인 말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조은하의 집안은 몰락하고 그녀의 부모는 죽게 된다. 부채를 소유한 조은하는 시아버지로 인해 옥에 갇히고, 후에 대원수가 되어 적을 무찌르는 대목에서 부채에 그려진 학이 솟아 도움을 받는다. 남자 주인공인 '유백로'의 이름 또한 어머니인 김씨의 꿈에 백학을 타고 내려온 청의동자를 보고 낳았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이미 태몽과 이름에서 '백학선'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백학선'은 주인공 자체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귀중한 존재가 된다. 이 작품의 제목이 '유백로전'이 아니라 '백학선전'이 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백학선전"에서는 주인공의 탄생 그 이전에 "백학선"이 먼저 존재한 것이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내용과 문체상의 특성으로 미루어 18세기 이후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작자 미상의 한글 소설이다. 천상계에서 죄를 지은 선관 . 선녀가 인간 세상으로 쫓겨 와서 갖은 고초 끝에 서로 만나고 도 오랜 역경 끝에 행복을 찾아 영화를 누리다가 삶을 마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적강소설(謫降小說)이면서 영웅 소설이고, 애정 소설에 해당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녀 주인공들의 애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애정 소설의 성격이 짙다. 혼인에 있어서 부모나 임금의 뜻보다는 주인공들의 뜻이 더 존중되고 있고, 선뜻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또한 남녀 주인공이 각기 싸움터에 자원하여 나아가는 것도 국가나 군왕에 대하여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애인을 찾기 위해서라는 점도 특징적이다. 여성의 출전을 황제가 허락하고 있다는 사실도 여성의 지위 향상 및 여권의 신장 등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백학선"이라는 부채가 주제를 실현하면서 사건과 인물들을 얽히게 하고 갈등과 극적 긴장성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인물들의 무훈담을 통하여 주제인 애정 윤리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남녀 주인공들이 가연(佳緣)을 맺을 때 교환한 신물(信物) ‘ 백학선 ’ 을 표제로 한 작품이다.
명나라 시절 남경땅에 사는 유시랑(劉侍郎)은 대대로 충과 효로써 이름 높은 가문의 후예로 늦도록 자식이 없어 안타까워 하였다.
그러던 중 부인이 일월성신에게 빌어 북두성의 지시로 아들을 얻게 되었는데, 그 이름을 백로(伯魯)라 하였다. 백로는 실상 천상세계의 선동(仙童)으로서 옥황상제께 죄를 지어 지상세계로 쫓겨온 인물이었다.
이 유백로가 장성하여 여주인공 조은하를 만나 가보(家寶)인 백학선에 시를 지어 주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헤어졌던 이들 남녀 주인공이 다시 만나서 행복을 누리게 된다. 그런데 이 조은하 역시 천상세계의 선녀로서 옥황상제께 득죄하여 지상세계로 쫓겨온 인물이었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남녀 주인공들의 애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철저한 애정소설이라고 하는 것에 특색이 있다. 혼인에 있어서, 부모나 임금의 뜻보다는 주인공들의 뜻이 더 존중되고 있고, 선뜻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 또한 특징적이다.
남녀 주인공이 각기 싸움터에 자원하여 나아가는 것도 국가나 군왕에 대하여 충성하고 부모에 대해서 효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애인을 찾기 위해서라고 하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여성의 출전을 황제가 허락하고 있다고 하는 사실도 여성의 지위 향상 및 여권(女權)의 신장 등과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이 소설은 비교적 진보적인 사상을 담고 있는 특징 있는 작품으로서 조선조 후기의 작품이 아닌가 한다. 이것을 소설로 문제 삼을 때, 남주인공 유백로와 여주인공 조은하가 천상계에서 애정을 나눈 죄로 적강했다고 하는 사실과 지상계에서의 인생 편력 과정은 유기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은하의 경우, 적강의 죄목이 ‘은하수에 오작교 놓은 것’으로 되어 있는 데 대해 유백로의 경우, 그저 ‘상계에서 득죄’ 한 것으로 되어 있는 점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