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가람시조문학상 유재영 시인, 신인상 이송희 시인 수상
제30회 가람시조문학상 시상식이 아래와 같이 있습니다.
일시 : 2010. 10. 12(화) 10시
장소 : 익산솜리문화예술회관
가람과 그의 후예 2010 가람시조문학상 수상자
8월 20일 가람시조문학상운영위원회에서 제30회 가람시조문학상과 제2회 가람시조신인상에 각각 유재영 시인의 「떠나는 가을 길」, 이송희 시인의 「잃어버린 거울」을 선정하였습니다.
금번 가람시조문학상은, 현대시의 격과 품을 높인 가람 선생의 시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현대시조의 미래적 지남(指南)이 될 만한 작품을 쓴 분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유재영 시인의 작품은, 가을밤의 풍경을 제시하고 그것을 내면의 어떤 움직임과 언어적 질서로 갈무리하는 중진 시인의 역량을 유감없이 느끼게 해준 작품입니다.
이송희 시인의 작품은, 감각의 새로움을 통해 독자적인 언어의 세계를 보여준 면모가 인정되었습니다.
<유재영 시인 수상소감>
1000년 우리 정서의 문자적 증명 시조........
가람 정신, 젊은 시조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시조는 1000년 우리 민족정신의 문자적 증명입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자기말로 자기 나라시를 짓는 민족이 몇이나 됩니까.
민족이 어려울 때는 창과 칼보다 앞서 우리 곁을 지켜주었고
민족이 흥왕할 때는 아름다운 운율과 가락으로 격양가가 되어주었습니다.
일부에서 고시조를 일러 관념의 절대 가치라고 하지만
고시조야 말로 천년의 세월을 지나며 민중의 호흡과 가락으로 형성된 위대한 우리 시학입니다.
안빈낙도, 음풍농월을 풀이하면 적게 갖고 마음을 비우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자는 뜻이 되겠지요. 요즘 말로 그런 것을 웰빙이라고 합니다.
한동안 이러한 시조의 문화적 배경을 모른 채
봉건적 퇴폐사상으로 몰아간 점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가람 이병기 선생님은 일찍이 이러한 시조의 드높은 문학적 가치를 평가하시며
시조 혁신론 주창하셨습니다.
그것은 현대시조의 새로운 이념이 되었습니다.
일본에 하이쿠를 현대화시킨 마사오 시키가 있다면
우리에겐 시조에 새 옷을 입힌 가람 이병기 선생님이 계십니다.
올해가 선생님 탄신 120주년이며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함흥형무소에서
「흥원저조」 쓰신 지 69년이 되는 해입니다.
현재 한국시조는 형식의 논쟁에서 벗어나
양과 질적인 면에서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바라시던 그 드높은 이상에는 아직 키가 모자랍니다.
선생님의 숭고한 뜻을 기리자는 의미서 제정된 이 상을 받으며
저는 변함없는 가람 정신으로 이 땅의 젊은 시조를 위해, 잊혀져가는 우리 정서를 위해,
시조라는 시적 공간을 채워나가는 일에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따뜻하게 환대해 주시고 이 상의 엄정한 관리를 위해 노력해 주신
현대시조문학 성지 익산시와 운영위원 여러분 그리고 심사위원께 감사합니다.
떠나는 가을 길
- 유 재 영
Ⅰ
흰 달 아래 마른 갈대 벌레 앉힌 늦은 밤
이 빠진 조선 제기 식솔食率 같은 낙과 몇 개
작은 방 가득 넘치는 감찰빛 이 호사여
Ⅱ.
어릴 적 돌팔매가 아직도 날아가는
이마 맞댄 열매들이 팽팽하게 휘인 허공
창 열자 말간 단물이 입안 가득 고여 오다
Ⅲ
보던 책 덮어두고 귀로 읽는 기럭 울음
떠나는 가을 길이 저리 환한 거라면
이런 날 아름다운 죄, 우리 한번 짓는 거야
유재영 시인 약력
1948년 충남 천안 출생. 시인 , 북 디자이너인. 1973년 박목월 시인으로부터 시, 이태극 선생으로부터 시조 추천. 시집 『한 방울의 피』 『지상의 중심이 되어』『고욤꽃 떨어지는 소리』 등과 시조집 『햇빛시간』『절반의 고요』 4인 시조집『네 사람의 얼굴』등이 있음.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겸임교수로 북 디자인과 현대시를 강의. 오늘의 시조문학상. 중앙일보시조대상, 이호우 문학상, 편운문학상, 대한출판문화협회 주관 북 디자인상, 교보문고 주관 북 디자인상 등을 수상. 중학교 국정교과서에 시조「둑방길」이 수록됨. 1천 여권의 시집 디자인과 「한국정통문학대계」등 5000여권의 표지 디자인을 함. 현재 인문학 전문출판사 동학사. 환경 전문출판사 Green Home 대표
<이송희 시인 수상소감>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겠다
아버지가 떠나신 지 꼭 일 년만입니다.
아직도 그의 빈자리를 실감하지 못한 채 나는 집안 곳곳 남아 있는
아버지의 흔적을 만져봅니다.
그가 자주 쓰던 모자며, 자주 읽던 책들이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늘 백지 위에서 골몰하다 늦게 잠든 나에게 방문을 빼꼼 여시며 안자느냐고 물으시던
그의 목소리는 오늘도 환청으로 들립니다.
한참 투병 중일 때 찍은 사진이라 사진 속에서도
아버지는 여전히 힘들어 보입니다.
오늘도 그늘진 채로 남아있는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아무 것도 해드리지 못한 큰 딸이 수상소식을 전합니다.
남편의 사진을 닦고 또 닦으며 매일 같이 말을 거는 어머니,
물때 낀 그녀의 마음속 뿌리가 촉촉하게 젖어 있다는 것을 나는 압니다.
그녀의 무조건적인 희생과 사랑으로 오늘의 내가 있기에 이 한없는 기쁨이 감사합니다.
속살을 다 보여주고도 부끄럽지 않는 진정한 사람의 시를 쓰겠습니다.
머리맡에 덩그러니 놓인 슬픔마저도 사랑합니다.
슬픔의 근원으로부터 제 시가 자랐기 때문입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는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이 떠오릅니다.
외로움을 피하지 말라고 했던가요.
익숙해서가 아니라 그 속에서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 법을 배우기 위해 고독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내 글이 또 다른, 외로운 영혼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온 몸의 감각에 날을 세우겠습니다.
갈 곳을 모르고 헤매던 나를 문학의 숲으로 이끌어주신 이지엽 선생님과
우울한 삶에 푸른 기운과 용기를 불어넣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곁에서 늘 변함없는 지지를 해준 부모님과 가족들, 문학의 길목에서 만난 동인들,
임환모 지도교수님과 모교의 선생님들,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께 감사드리며,
지금의 이 눈물을 기억하겠습니다.
시조를 혁신하자는 가람 이병기 시인의 말처럼
새롭고 당찬 다짐으로 우리시의 뿌리인 현대시조의 내일을 지켜가겠습니다.
잃어버린 거울
이송희
적막이 스멀스멀 번져가는 좁은 방 안, 남편과 아이 사이에 시르죽은그녀가 있다 쉰 넘어 가늘어진 생 실꾸리에 감긴다
물때 낀 나날을 닦고 또 닦는 여자 거칠고 마른 입술 들썩일 때마다 새 나온 깊은 한숨으로 아침을 짓는다
작년 가을 어귀에서 그이 떠나보내고 한참을 에돌아와 다시 앉은 그 자리, 슬픔에 절여진 꿈이 덩그러니 놓인다
안으로 빗장 지른 밤들이 우거진다 걸어온 길은 모두 까맣게 지워진다 그 옛날 청동 거울 속 멀어지는 풍경 하나
* (가람문학상 신인상 수상작) 발표지면 ‘문예연구’ 2010년 봄호
이송희 시인 약력
1976년 광주출생.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3회 오늘의 시조시인상 수상.
시집 「환절기의 판화」
전남대, 조선대 국문과 강사
첫댓글 축하!축하 드립니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두 분 수상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