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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에 빛나는 나뭇잎의 물방울처럼 첫사랑의 기억은 싱그럽다. 스무 살 처녀들의 서툰 첫사랑을 그린 '베리 굿 걸'은 더욱 예민해진 초가을 감성을 뒤흔든다. 눈부시게 성숙한 다코타 패닝과 엘리자베스 올슨의 감성 연기와 촉촉한 OST가 로맨스의 향기를 더욱 짙게 만든다.
영화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단짝 친구 릴리(다코타 패닝)와 제리(엘리자베스 올슨)가 바닷가에서 데이빗(보이드 홀브록)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이 동시에 데이빗에게 마음을 빼앗기지만, 제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데이빗의 마음은 릴리에게 가 있고, 릴리 또한 제리의 마음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데이빗에게 빠져든다. 첫사랑은 스무 살 두 친구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이가 들어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그땐 어렸었지' 하며 미소를 머금을 수 있을 것이다. 첫 키스의 설렘과 첫 경험의 두려움이 담긴 스무 살의 첫사랑은 그렇다. '베리 굿 걸'이 그리는 스무 살의 첫사랑은 자신도 모르게 찾아온 사랑이 낯설지만 설레고, 두렵지만 기분 좋은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와 같은 남자를 좋아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마음과 그 사랑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떠는 모습이 다코타 패닝과 엘리자베스 올슨의 얼굴에 투영된다.
어느덧 성인이 된 두 배우의 성숙한 내면 연기는 이 영화에서 빛난다. '아이 엠 샘'으로 연기 신동이라는 말을 들었던 다코타 패닝은 '푸시' '브레이킹 던' 등으로 배우의 자태를 갖추더니 '베리 굿 걸'에서는 아름다운 외모에 한층 깊어진 감성으로 다가온다. 미국판 '올드보이'에서 강혜정이 연기했던 미도 캐릭터를 연기하며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던 엘리자베스 올슨은 이번에도 왜 그녀가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성인지 증명한다.
'베리 굿 걸'은 우리가 자주 못 봤던 뉴욕 풍광과 감미로운 OST로 감수성을 더욱 끌어올린다. 아름다운 코니아일랜드와 브라이튼 비치, 은근히 낭만적인 브루클린 브릿지와 보헤미안 카페 등은 첫사랑의 설렘을 배가시킨다. 감미로운 선율의 OST 또한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30, 40대 관객에게는 스무 살 처녀들의 첫사랑 이야기가 유치한 풋사랑처럼 느껴져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잠시 눈을 감고 스무 살 그때로 돌아간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개봉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