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영업 생존 비망록
- 책방아, 고마워 -
<약력>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중사로 전역 후 대학을 졸업하다.
89년 일본 배낭여행 중에 도쿄에서 택배 분류작업 알바를 하다,
잠시 삼천포로 새 우에노공원 노점장사로 더 빨리·더 힘들게·더 많은 돈을 벌 심산에
야쿠자 대부를 탐문·협상 중에 강제출국으로 <더 프로젝트>가 실패하다.
파푸아뉴기니 중앙정부 농업목축부 정책기획실에서 FAO 프로젝트 일을 하면서 쓴
장편소설 「부시여행」(한민족 문학, 1995)을 진주 경상대와 서울 외국어대 특강,
「다윗은 해킹으로 골리앗을 죽이다」 단편소설이 『98올해의 사이버 소설』에 수록,
단편소설집 『삽질』(에세이, 2011)이 있다.
독일회사 한국 공장에서 사오정 퇴사 후, 대기업 협력업체 제조업을 잠시 하다.
현재는 광주에서 아침에는 밭농사 농부로, 낮에는 동네책방 점장 10년 차다.
<프롤로그>
*
나의 첫 키스는 동네 뒷산에서였다. 풀을 뜯는 소가 내려다보이는 뒷산 중턱 돌팍에 앉아 할아버지 망태에서 꺼낸 찬송가 글자에 입 맞추며 글을 깨치고 동네 밖 넓은 세상과의 첫 만남을 준비했다. 소 가분다리가 얼굴에 붙어 서로 떼 주며 “참 아름다워라”부터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를 듣고, “하알배, 며르치가 요강을 건너 누굴 만난단 말이고?” 내가 물었으나 어른이 돼서야 그 뜻을 알았다. 할배도 소설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어부라는 것을.
산에서 한글을 떼고 학교에 가서 배우는 가나다라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그리고 길에 굴러다니던 개똥소똥이 마당 끝 두엄자리에 모여 겨우내 꿈을 꾸다 이른 봄 감자밭으로 달려가 여름에 주먹만 한 감자가 되는 세상 자연 돌아가는 이치가 궁금했다.
“책 냄새, 좋아!”
학생들이 책방을 들어서며 코를 킁킁거리면 나도 괜히 기분이 좋다. 누군가에 있어 나의 그 여름 뒷산 같은 추억의 책방, 내가 뒷산에서 한글을 배워 지금도 잘 쓰고 있듯 동네책방이 그 첫 키스의 장소가 되기를…. 특히 자영업 소상공인은 다시 꿈을 꾸어야 하는 산티아고 노인이 아닌가?
장사의 알바 경험이나 별다른 비법도 없이, 쉰에 시작한 책방이 벌써 10년차다. 직장을 그만두고, 경상도 태생이 전라도 광주에 와 책을 파는 1인 소상공인이다. 지금에 와서 처음 책방을 시작한 때를 되돌아보면, ‘참 용감하고 겁 없이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최소 생활비를 꼬박꼬박 집에 주고 있으니 동네책방 기적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마음 가는대로 첫발을 내디딘 지 3개월쯤에, 마치 붕어가 강물에 둥둥 떠다니는 탐스런 지렁이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덥석 물은 듯, 겁나게 후회하며 책방 점포를 부동산에 내 놨었는데 다행히 찾는 사람도 없었고, 해마다 학생 수가 줄어들지만 매출은 반대로 조금씩 증가해 왔다.
‘책방아, 고맙다!’
영업을 마치고 가족이 있는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고 흥얼거리곤 한다.
10년 전쯤엔 책방을 한다니,
“요즘 누가 책방을 해요?”
“인터넷으로 책 주문하지….”
“책방은 사양길로 지는 해 아닌가.” 했다.
첫해에 경상도에서 걸려온 전화의 대부분은 빨리 책방 문 닫고 컴백하는 게 좋겠다는 충고였다.
요즘엔,
“예보세요. 잘 계시죠?”
“그래. 니 책방 참 오래하는 것 같다. 요즘도 되나?”
“그럼요. 눈에 보이는 물 위보다 수면 아래 빙산이 더 큰 법입니다.”
“너는 재주가 많다. 컴퓨터를 잘 다뤄 그러나!”
또 함께 직장을 다녔던,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는 후배다.
“앞으로 몇 년 더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쎄. 6학년 5반, 문지방 넘을 힘만 있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묻노? 니도 퇴직하면 책장사 할래?”
“꿀이네. 좀 배우고 싶은데 알켜주실랍니까?”
“나는 뭐 별실이 아는 게 없다. 지금도 공부하고 있지만, 정말 배우고 싶으면 와라. 책장사의 원리·근본을 이야기해 주마.”
“이론 말고, 실무를 해야 하는 것 아닌교?”
“이론을 먼저 알고 실무를 하면 시간 절약, 시행착오 최소화로 경험 교육 비용절감과 예상되는 문제해결 대응능력의 정도가 달라지지. 自知면 晩知라는 말 들어봤지.”
“그래도 썰 백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더 하는 게 좋다는 유명한 말도 있다 아입니꺼.”
“개념서로 외울 것 외우고, 이해할 것 이해한 다음, 어느 정도 자신 있을 때 문제풀이 순서로 공부하는 것 아닐까. 물론 실전 문제를 풀면서 외우고 이해하려는 하늘의 재주, 지상에 천재도 있지. 그런데 운전면허도 이론이 먼저 붙어야 운전대를 안 잡나. 10년차 선배 말 믿어라, 믿으면 만사형통은 아니라도….”
*
비록 업종이 달라도, 동네책방 책장사의 근본 원리와 실무는 이웃 업종에도 상당부분 통하지 않을까? 책이 아니고 치킨일 수 있고 막국수 일 수도 있지만, 장사의 보편적 원리는 같다. 물론 책·치킨·핸드폰 등등의 품목 차이에 따른 특수성도 있다. 업종이 다른 만큼 소상공 자영업 영업비밀 혹은 노하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8도 지역과 지역 내 상권의 위치적 환경에 따른 영업·경영 방법이 다르다는 것도 분명하다.
『책방아, 고마워』는 3부로 구성했다.
1부에서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실 평수 15평 남짓 되는 동네책방 경험을 바탕으로 “나이 들면 책방이나 해야지” 로망의 사오정 인생 2막 예비 책방 창업자에게는 도서유통 구조와 흐름(구름),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신박하게 구름 잡는 넛지(2017년 노별 경제학상 넛지이론), 창업 경영공부 길잡이가 되길 바라며 가급적 팩트에 의하여 설명하고자 했다, 큰 책방에 비하면 코끼리 뒷다리 만지고 코끼리를 말하는 것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2부에서는 수면 아래의 보이지 않는 빙산, 책방 문 밖의 외부 환경에 대한 상황 파악과 공격적 대응으로 생존환경을 창의적으로 변화·조성한 경험이다. 노란 콩 검은콩을 찾아 모아 메주를 쑤고 장을 담가 음식의 밑간을 하듯, 공개 공공 계약데이터를 삽질로 모아 엑셀 피벗테이블로 표를 만들어 시청·구청·교육청을 방문하고 행안부·문체부까지 들이밀어, 도서 계약행정의 생태계 진화를 통한 책방 생존을 도모한 지난한 과정을 베스트셀러 신간 진열하듯 소개했다. 학교장터 온라인 시스템에 <도서정가제> 오프라인 정책과 동일체로 설계변경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 정책이 지방정부 일선현장에서 어떻게 변태적 실행이 낳은 파생 변종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알 수 있었다. 절름발이 정책이행의 원인은 명확하고, 폐해의 결과는 시민들의 몫이다. 오프라인 정책이 온라인 실행 플랫폼에 정상적으로 반영되고 모니터링이 되어 피드백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온라인에서의 책 판매 기술적 방법과 과정을 상세히 다루려 했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책방 밖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환경에 대한 대응 능력에 따라 부장 이사로 승진할 수 있는가 결정되듯 5년 생존율이 결정된다. 책방 안에 들어와 찾는 책만 열심히 팔면 중소기업으로 치면 만년 과장, 부서 외 또 회사 밖 밤의 정치를 잘해야 부장 이사로 승진하는 이치다.
지금 눈앞에 쉽게 보이는 소매판매 책방의 수면아래 빙산 <도서납품> 시장진입 방법 및 전자입찰 실무를 소개했다. 엑셀로 5분 내에 완벽한 견적 내역서 및 1분 이내에 납품서 작성방법도 덧붙였다. 소문은 들었는데 막상 나라장터 입찰과 학교장터 수의견적 제출을 하려니 컴맹수준의 컴퓨터 실력의 현실 앞에서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다. 컴퓨터의 원리와 특징을 이해하고, 엑셀도 열 가지 정도의 단순한 기능만 외우면 제아무리 품목 수가 많은 견적서도 몇 분 안에 뚝딱 만들 수 있다.
인간이 2족 보행으로 걷고 뛰듯, 자영업 소상공인도 오른쪽 세상의 오프라인과 왼쪽의 온라인 사이버 공간을 지배하지 못하면 1년 생존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이들도 PC 자판기와 스마트폰으로 두 공간을 자유롭게 출입하는 세상이다. 이미 동네책방이나 길가의 호떡장사도 변화하는 시대의 온라인의 생태계를 나름 이해하고 적극 활용해야 생존할 수 있는 세상이다.
외부환경은 넘을 수 없는 만리장성 장벽이라며 스스로 포기해버리면 소상공인으로서 자격이 없다. 소상공인은 매일이 국회위원 대통령 선거 유세기간의 그들같이 치열해야 1년 생존 가능한, 굽이쳐 흐르는 강물에 휩쓸려가는 생업환경이다. 산티아고 노인이 되어야 한다.
3부는 동네책방을 하면서 틈틈이 쓴 글이다. 소매판매로 가장 많이 판 날은 밤 12시까지 온 가족이 총출동 했지만, 비수기에 하루 책 2부 파는 날 시간을 지배하는 마법의 무기가 글쓰기다. 순 보리문딩이라 말은 지역의 간접화법과 달리 직접화법에 벅벅거리는 스타일이지만, 글은 열 번 넘게 다시 읽고 다듬기를 반복할 수 있어 좋다. 스마트폰 시대에 또 아마추어 책글을 누가 읽을까 싶다. 읽지 마시고 패스하길 바란다.
『책방아, 고마워』에서 알게 된 새로운 몇몇 단편적 지식 가운데, 단 하나만이라도 지혜로 가는 지식을 득템하여 현업에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주말마다 김종배의 천기누설이 나의 논두렁 두더지 같은 시력의 눈을 뜨게 하여 동네책방의 구조와 흐름, 둥둥 떠다니는 구름을 잡는다. 업종이 다른 옆집의 미장원, 커피점, 통닭집… 구름도 별 차이가 없을 듯하다. 장터 약장수에게 속지 않는 법, 사실의 지렁이를 보고 낚시밑밥의 진실을 알아채는 눈을 어찌 책방에만 가둘 수 있겠는가. 몇몇 독자에게나마, 나의 첫 키스와 같이 되길 감히 바란다.
목차
머리말
1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책방 문 안의 역사
- 사오정, 자영업 씨앗을 심다
- 책방 구름을 잡다
- 동네 책방 입지
- 하루일과
- 도서 사입(주문)
- 책 진열과 찾기
- 반품 및 재고관리
- 판매 포스 시스템
- 컴퓨터 관리 및 문서·데이터 별도보관
- 카드, 도서상품권 및 현금 매출
- 눈치, 참치, 갈치, 그중에 제일은 눈치라
- 빨간 책과 곰이 자전거 타는 책
- 비닐포장 4주특강 수학, 개념원리는 국어다
- 대입 수능연계 EBS수능특강 교재구입 하늘의 별 따기,
뉴·빅탐스런 흑자를 위한 뉴런정책의 결과
- 지속 가능한 책방경영
- 시간 달래기
- 메뚜기 고란이는 책방 못해
- 메일, 블로그 그리고 PC카톡
- 전기 먹는 하다 외부간판 정리와 합리적 비용절감
- 주요 이벤트 기록정리는 장사의 기본
- 불청객
- 상가점포 임대차
2부 책방 밖 외부환경에 대한 응전, 수면 아래의 빙산을 보다
- 수면 아래 빙산, 도서 납품시장 구름을 잡다
-중앙정부 정책과 현장 이행 불일치 – 따로국밥
- 세상에 공짜는 없다 : “중앙정부의 정책 권고에 지방정부는 따를 의무가 없다”
- 나라장터 입찰
- 종래의 관행에 대한 인식의 눈, 문제 정의와 방정식 문제풀이의 결과
- 학교장터 수의계약
- 방위사업청 국방전자조달시스템
- 창원시 공공계약 현황 엑셀 다운로드, 메주를 쓰고 간장·된장을 담굴 수 있어
- 금 나와라 뚝딱, 자판을 두드려라 천국문이 열릴 때까지
- 국가 & 지방자치 계약법, 그 시행령 및 예규
- 견적서 및 납품 내역서 엑셀 작성방법
- 서점과 총판 간 상생 협약서
- 학원 서점, 등잔불 밑이 어둡다, 요즘은 동네 축구도 룰 있어
- 사이버 공간에서 콩을 모으고 삶다
- 홈 메이드 메주를 쑤다
- 신문고여 심문고여?
- 메주로 간장 된장을 담그다
- 입찰(견적) 지역인증서점 제한 공고
- 검은콩 메주로 담근 간장- 학교장터 시스템 개선
- 간장된장으로 밑간을 하다
- 광주광역시청 도서 계약현황(광주시 홈페이지 공개 2021.3.10.기준)
- 유령서점 양산 공장 가동 중지하라
3부 시간을 지배하는 법
- 사오정, 책방이나 할까
- 마법의 책 냄새
- 음식문화 도시에서 ‘아무끼나’를 찾다
- 예측할 수 없는 장마당, 그나마 있는 기업도 철수가 답?
- 자기 집 앞 길, 쓸 줄 모르고 장사한다고
- 프랜차이즈와 재판거래의 개념원리
- 안녕하세요, 넛지 하나 드릴게요
- 폐업의 징후
- EBS의 갑질?
- ‘유령저점’ 키워 낸 국가 조달장터
- 학원, 어디가 좋아요?
- 학원인데요
- 00 학교는 어떻습니까?
- 나는 독오엘리디광(讀OLED狂)
- 말, 말, 말의 온도 차
- +볼트를 –자 드라이브로 돌린다면
- 표지갈이의 개념원리
- 책방에서 착 사면 바보
- 책방 영감도 늘 공부해야
- 책방아, 고마워
- 책방은 학생의 보물창고
- 하늘, 땅 차이
- 궁금함이 많은 중학생
- ‘독폰’ 시대에 책의 해 “독서”라고야?
- 「넛지」를 읽고
- 「라틴어 수업」을 읽고
- 「청춘의 독서」를 읽고
- 법과 정의와 양심에 따른 판결이란 말은 붕어낚시 밑밥?
- 살다 똥 밟고 미끄러졌을 때 웃으며 일어서는 법
- 대학 수시 원서접수 기간이다
- 봄맞이 대청소를 위하여
- 사법부의 재판거래와 행님계약의 공통점
- 「백 살에는 되려나 균형 잡힌 마음」을 읽으며
- 빅탐스런 동네 책방이랑께
- 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책 사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을까?
- 후루룩(Look), 예측할 수 없는 환경·문화에서 살아남는 길은
쉼 없는 양파껍질을 벗기는 삽질 밖에
- 사오정, 동네 책방 8년 차 비법
- 소떼몰이의 교육 문화
- 코비드 강물에 떠내려가며 헤엄치는 소, 산티아고 노인 같은 아들에게
- 개지랄에는 몽둥이, 개소리에는 개무시가 정답?
- 걸인이 튕긴 담배똥, 집 앞 꽁초를 줍는 건물주님을 보고
- 이재명의 고구마 캐기 농법
- 시 보다 짧은 소설, 씨.팔.놈들의 개소리질에 대하여
- 동네 책방도 온·오프 라인 2족 보행으로 가상과 현실공간을 오가며 책을 파는데
- 자영업 소상공인을 위한 팁 하나, 컨트롤 가능한 생태환경이란?
- 엿제이 지 꼴리는 대로
- 진로탐색 독서
- 새들의 천국
- 코로나 방역은 예방이다, 역학조사는 명탐정 코난
- 단편소설 「달집놀이」
2부 내용은 첨부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