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을 보고 영화토론, 언어 이야기와 타인의 얼굴
그룹 홈스쿨링 하는 아이들과 체험학습으로 춘천에 나가서 '변호인'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 영화토론을 했습니다.
폭력은 권력의 본질이라고 생각없이(?) 믿었는데 한나 아렌트는 아니라고 합니다. 권력은 국민? 시민? 음..피플!의 지지로부터 나오며, 피플의 지지가 줄어들어 권력이 약화될 때 폭력에 의존하고픈 유혹에 빠져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습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송강호가 열연한 송변은 곽도원이 열연한 고문집행관인 차동영에게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송변과 차동영 경관?은 국가에 대한 생각이 서로 너무나 다릅니다.
며칠 전에 그룹 홈스쿨링 하는 아이들과 자음과 모음에서 나온 '비트겐슈타인이 들려주는 언어 이야기'로 독서토론을 했는데요. '언어의 혼란을 막고 다툼을 없애려면 자신이 생각하고 사용하는 언어만 따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라는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차동영은 국가라는 단어에 대한 개념이 한참 잘못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러한 괴물이 된게지요. 마치 유태인 학살을 성실하게? 해낸 아이히만 같았습니다. 또이런 문장도 떠올랐습니다. '언어의 축약, 어휘의 폐기, 축소와 조작, 왜곡이 결국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을 박탈하게 될 것이다' 이 문장은 조지오웰의 1984에 나온다고 합니다. 공권력을 오남용하는 검사가 법정에서 하는 왜곡, 조작된 말을 들으면서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송변은 자수성가로 입신양명하여 돈을 벌고 쓰고 싶어하는 속물변호사에서 아들을 공권력에 뺏긴 국밥집 아줌마와 참혹한 고문을 당한 진우의 고통받는 얼굴을 보고 윤리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레비나스라는 철학자는 '고통받는 얼굴은 내가 어떤 식으로든 소유할 수 없는, 절대적으로 나와 다른 자이다. 그 얼굴은 나의 모든 능력에 반대하여 나에게 '저항'한다. 얼굴의 저항이란, 대상 세계를 소요하고 지배하려고 하는 나의 힘을 무력화시키고 나의 윤리적 행동을 촉구하려는 '윤리적 저항' 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타인의 고통 받는 얼굴에 우리는 저항 할 수가 없습니다. 나의 비겁함, 나의 속물근성이 그 앞에서 눈물과 함께 무너져내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 할 수 없다면, 타자를 주인처럼 높이 받드는 자들의 공동체가 국가라는 말에 동의할 수도 없겠지요.
변호인이라는 영화는 언어가 다르면 어떠한 혼란과 다툼이 있는지, 과연 국가란 무엇인지, 타인의 고통 받는 얼굴을 보고 윤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그룹 홈스쿨링 하는 아이들은 왜 언어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타인을 공감한다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장장 두 시간에 걸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양우석 감독님과 열연한 연기자분들과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애를 쓰신 여러 스텝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시대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해서 그 역사를 살아내오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그룹 홈스쿨링 하는 아이들이 영화토론 후기글
...주인공인 송우석 변호사(송강호)는 갑자기 변호사로 돈을 잘 벌게 되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처음엔 데모를 공부를 안 하려고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데모를 해서 바꿔질 말랑말랑한 세상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송우석의 친구 기자는 저 사람들이 왜 데모를 하는지는 생각을 안 해봤냐고 한다. 말싸움에서 주먹질까지 번진다.
그리고 그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에게 송우석은 어머니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시켜주는데 넌 데모 같은 것 하면 안 된다고 한다. 데모 같은 것을 해서 바꿔질 말랑말랑한 세상이 아니라고...그렇게 쉽게 바꿔질 것 같으면 내가 벌써 바꿨다고 하면서...수리비를 막 준다. 하지만 그 진우 엄마는 "니는 돈이면 다 되는줄 아나!!!"라고 화를 내면서 소금을 뿌린다. 그때까진 송우석은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근데 갑자기 진우가 빨갱이로 몰려서 잡혀갔다. 진우 엄마가 찾아가서 면회를 요청해보지만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진우 엄마는 송우석을 찾아갔다. 찾아가서 경찰서에 가서 면회를 해달라고 별별 법을 대면서 면회 안시켜주면 당신을 고소해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은 면회가 된다. 원래 법은 고문을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진우의 몸을 보니 멍 투성이인 것이었다. 그래서 그떄부터 송우석의 마음이 흔들린 것 같았다. 이 사회는 잘못 돌아가고 있구나...라고(?) 느낀 것 같았다. 그래서 진우의 변호를 맡았다.
진우는 원래 빨갱이가 아니다. 하지만 납치한 형사가 고문을 하면서 진우의 사상은 원래 실존주의였는데 공산주의라고 거짓말을 시켜버린다. 그 형사는 아이히만을 닮았다. 자신은 고문을 하면서 다 이게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나도 당사자는 고통스럽다라는 것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나에게 가장 기억이 남는 장면은 기자 친구가 송우석이 빨갱이 변호한다고 계란 맞았을 때 양복과 와이셔츠를 바꿔 입어준 것이다. 그렇게 주먹질을 하고 송우석이 변호를 하러 갈 때 특종을 찾으러 와서 송우석과 만났을 때 기자는 이렇게 말을 했다. "할거 없어서 이거 하러왔냐???" 라고 말이다. 근데 기자가 마음이 바뀐 것은 아마도 송우석이 변호하는 것을 봤을 때 진실을 밝히려 하고 무죄를 밝혀내려고 하는 것을 보고 심심해서 하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진실을 밝혀내려 하는구나(?)하면서 마음이 움직여서 와이셔츠와 양복을 바꿔입어준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슬프다...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과 생각하는 것...그리고 피하지 말고 공부와 생각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꼭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있던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하는 바람도 있다...
-14세 그룹 홈스쿨러, 학교를 벗어난지 일년째-
...주인공인 송우석은 처음에는 그저 순수하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인물로 표현된다.그래서 처음에 약간은 너무 개인주의적이고 부정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과 관련된 사람이 사라지자 행방을 찾다가 공권력의 횡포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러고는 아주 인생의 탄탄대로, 개인적으로는 아주 잘 포장된 도로에 가기를 포기하고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 계란을 맞아가면서도 진정한 정의를 지키려고 한다. 비록 재판에서 졌지만 그 후 부당한 군사 정권에 계속 대항하고, 죄수가 되기도 하지만, 그의 재판 때에 부산 지검 변호사 142명중 99명이 자진해서 그를 변호하기 위해 재판에 참여한다.
거기서 나의 가장 큰 약점이 생각났다. 그동안 어떤 일에도 얍삽하게 빠졌던 약점 말이다. 때로는 감정에 호소하며 나의 목소리를 낼 줄도 알아야 하는데 거기서 내 이익을 따지다 보니...다시 한 번 그렇게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손해를 보면서까지 남을 위해, 국가를 위해 사는 사람을 보았다.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고 항상 그것을 의식하고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잘 될지는 모르겠다. 죽는날까지 한점 부끄럼 없이 살...기는 어렵겠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 부끄럼을 느끼고 세상에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16세 그룹 홈스쿨러, 학교를 벗어난지 이년째-
..내용은 송우석이 돈만 밝히던 변호사였다가 국가 보안법의 부당함과 잘못으로 인해 공산주의를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고문을 받은 사람들을 변호한다는 얘기이다.
돈만 밝히던 변호사가 편한 길을 걷어 차버리고 잘못된것에 억울하게 당한 피고인들을 변호한다는것이다. 한순간 자기의 신념이 바뀐것이다. 내 추측으로는 자기 자녀의 걱정과 공권력이 부당하다는 엄청난 감정이 치밀어 올랐던 것인것 같다. 또 피고인이 고문받는 장면에서 고문관이 피고인의 사상을 물어보는데 피고인이 실존주의라고 했을때 굉장히 반가웠고 실존주의를 피고인도 아는구나라고 느꼈다. 그리고 고문관이 타인의 공감능력이 뛰어났으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즉 상대방 입장에서 많이 생각을 해봐야겠다. 그리고 고문관은 자기가 빨갱이를 없앴으니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가가 국민들을 보호 해준다고 생각하는데 우리의 변호인은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고 말한다. 고문관과 변호인의 언어의 세계가 다른것이다. 이것으로 언어의 중요성 또한 알게되었다. 이 영화를 보고 그 시대에 살았던 어른들에게 동정을 하게된다. 정말 심각하고 끔찍했다.
-17세 그룹 홈스쿨러, 학교를 벗어난지 오개월째-
...고졸 출신인 송우석이 '절대 포기하지 말자'라는 말을 머릿속에 집어 넣고 변호사로 성공하는 전체적 부분이었다. 사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성공하는 부분은 변호사가 된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변호사가 된 뒤에는 돈을 왕창 벌기만 하고 주인공은 변호사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는 듯했다. 변호사의 직업은 남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인데, 그는 그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깨달음을 얻고 그가 원래 있어야할 자리로 돌아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어제 깨달은 공감지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였다..나중에 변호사가 되는 것은 어떨까? 먼저 언어실력을 많이 늘려야겠지만..
-15세 그룹 홈스쿨러, 대안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 한지 삼주일째-
첫댓글 저의 풀꽃 식구들에게 이 영화는 언어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것 같습니다
그래..순민이가 국어, 사회,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기, 신문 사설 읽기, 책 읽고 인터뷰 하기 등등을 열심히 하니, 언어의 힘이 길러질거야.
언어는 권력이고 힘이다!
언어의 중요성을 확실히 알게되었어요 ^^
언어에 대한 혼란이나 다툼.....
저에 대한 언어의 문제점들을 고쳐야겠어요.
또한 민주주의의 권력은 언어(?)인 것 처럼 언어의 힘을 확실히 길으라는 말을 다시 되새겨 보았어요.
그래, 단어의 개념을 정확하게 익히고, 수시로 사전 찾아 보고 ..자기 방식으로 언어를 잘못 사용하면 혼란과 다툼이 일어나겠지^^..이제,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전지적' 이라는 단어 뜻 잘 알겠네.
아이히만..정말 무서운 사람인 것 같아요 ㅠ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공감 능력과 생각하기등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것을 열심히 할 것이예요..
아이히만 같은 사람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ㅠ
공감능력과 생각하기가 떨어지면 우리 모두는 아이히만이 될 가능성도 있음..
왜 공감하는 것을 배워야하는지 깊이 깨달았어요 ㅠ
정말 송변의 속물근성을, 극단적 개인주의를 고통스런 얼굴이 눈물과 함께 무너뜨렸네요, 하지만 차동영 경관의 속물은 무너뜨리지 못한 것도 있네요;; 타인의 고통적인 얼굴을 보더라도 공감능력이 없고, 배려능력이 없고, 잘못된 의식을 가진다면 정말로 '괴물'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언어가 뒤틀리면 자신의 세계가 뒤틀리게 된단다..차동영은 언어가 뒤틀려 있기 때문에, 진우의 고통이,타인의 고통이 눈에 안 보이는 거겠지..송변더러 애국하라고 하잖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