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과 양력에 대한 한민족 문화의 변천
어제는 음력 정월 초하루, 설날이었다. 우리 민족이 역사적으로 일년 중 최대 명절로 지내온
설날은 선조들이 즐겨 사용하던 음력의 달력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를 일년의 시작으로 여기며 나이도 한살 더 먹으면서 조상을 기리고 가족들고 함께
하루를 마음껏 즐기게 하는 민속 명절로서의 설날이 된 것이다.
이제 음력으로 새롭게 시작된 계묘년의 첫날을 지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우주의 한 쪽에
자리하고 있는 이 지구 상의 시간적인 개념과 계절 변화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알아 보기 위해
여러가지 자료를 수집해 보고 우리 회원님들과 공유하기 위해 여기에 정리해 본다.
천문학적으로 1년의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개 1 태양년은 태양이 춘분점에서 출발하여
다시 춘분점에 오는 시간으로 통상 우리가 1년이라 하는 것이며, 1 태양년은 365일 5시간 48분
46초로서 날짜의 수로는 365.2422일이다. 그래서 매년 0.2422일이 남으므로 4년에 한번씩은
2월 달에 하루를 더하여 29일로 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음력은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삭망월)인 29.53059일(평균)을 기본으로 삼아, 29일을 한
달로 하는 작은달과 30일을 한 달로 하는 큰달을 번갈아 끼워넣어 12개월 354일을 한 해로 하는데
양력에 비해서 매년 11일 정도의 날수가 부족하므로 3년에 한번씩 윤달을 두어서 양력과 맞추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음력을 쓰던 민족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음력과 관계된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태양의 운동이 기준인 양력과 달리 음력은 달의 운동을 기준으로 날짜를 정한 것으로,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날과 추석 등이 모두 양력이 아닌 음력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날이다.
음력 대신 양력을 쓰는 지금도 우리는 양력 1년을 나누는 기준을, 뜨고 지며 완성된 12개의
달(月)을 의미하는 12개월로 표기하고 있다. 관습으로 만들어진 언어 역시 이를 잘 뒷받침 하고
있는데, ‘한 달’, ‘두 달’, ‘지난 달’, ‘다음 달’과 같이 단위조차 ‘달’로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날짜와 시간을 셈하는데 얼마나 달과 관계된 음력의 영향을 많이 받았나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입춘’, ‘경칩’, ‘동지’와 같이 우리의 삶과 가까이 있는
24절기를 음력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가 않고 24절기는 음력을 기준으로 정한 날이 아니다.
음력에 양의 성분인 24절기를 넣은 까닭은, 순음력으로는 계절이 맞지 않고 계절이 잘 맞지
않아서는 농사일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그저 `음력`이라 하지만, 사실 엄격히 말하자면
`태음태양력`이고, 우리가 흔히 `양력`이라 부르는 것은 `태양력`을 줄여 부른 이름이다.
그것은 고대 이집트를 중심으로 발달하여 로마에 의해 계승되고, 그것이 다시 중세 서양 사람
들을 거쳐 지금 세계 공통의 역법이 된 양력은 태양 운동만을 따지는 시간 계산법으로서 계절은
태양의 운동이 결정한다.
따라서 양력은 계절을 잘 맞춰 주지만 순음력으로 달의 운동만을 기준 삼아 쓴다면 계절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에 날짜 가는 이치는 달의 운동을 따르게 하고, 계절 가는 이치는 태양 운동을 따르기
위해 순음력 속에 24절기라는 양력 성분을 넣어 `태음태양력`을 만들어 발전시켰 왔던 것이다.
보통 해가 가장 높은 곳에 떠 있는 한낮 [12시] 이 가장 더운 것이 아니고 또한 그 반대 한밤 [00 시]이
가장 추운 것이 아니어서 가장 더운 시간은 땅이 달궈지는 14시 쯤이고, 가장 추운 시간은 해가 뜨기
직전인 아침 6시 쯤일 수 있다.
그리고 낮이 가장 긴 날인 하지 夏至 [6월 21일 즈음] 가 가장 덥거나,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지 冬至
[12월 22일 즈음] 가 가장 추운 것이 아니라 가장 더운 것은 땅이 덥혀지는 7, 8 월 즈음이고, 가장
추운 것은 동지가 지난 1 월달 즈음일 수 있다.
그러면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조상들이 즐겨 사용하던 음력의 장점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조상이 사용했던 음력, 즉 태음태양력은 달의 모양으로써 날짜를 바로 알 수 있고, 태양의
움직임에 근거한 24절기를 같이 사용함으로써 계절의 변화를 바르게 측정할 수 있는 지혜롭고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지금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음력 자체로서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1. 야간 조명이 없던 시절, 달의 밝기를 조명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둥근 보름달이 떠 있으면 주변 사물이 제법 잘 보였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2. 간조와 만조 시각 때의 물의 높이를 쉽사리 예측할 수 있었다.
상현이나 하현 때는 만조라 해도 물의 높이가 낮고, 사리(삭이나 보름) 때는 물의 높이가
크기 때문에 장마철에 남해안 지역에 내보내는 경고방송에는 보름 근처에 만조가 되면
특별히 물의 높이에 대해 신경을 쓰고 조심해야 한다는 주의사항이 들어 있었다.
3. 어부나 해안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달의 모양이 물고기떼의 이동과 관련이 있어 중요했다.
밝은 보름이나 어두운 그믐보다는 달빛이 은은한 상현, 하현 때 물고기들이 더 많이 잡혔으며
이같이 바로 생활에 직결되는 장점뿐 아니라 음력은 달의 모양만 보아도 바로 날짜를 알 수
있었으므로 지금처럼 달력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아주 유용하였을 것이다.
4. 각 월의 크기가 29일, 30일로 양력(28~31일)보다는 일정하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음력이 전혀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계절과 잘 맞지 않아 농경생활을 하는 민족에게는 아주
불편하기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지금과 같이 윤월을 넣는 태음태양력을 개발해 사용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