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청두에서 천부광장, 인민공원 등 시내 구경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농산물시장에 들러 출국 전부터 장모님께서 노래를 부르다시피 부탁하신 참깨 10公斤를 산다.(23元/1公斤) 배낭을 맡겨 두었던 숙소로 돌아와 여장을 찾아 배낭을 다시 정리한 후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청두 외곽에 있는 청두쌍류공항(成都双流机场)행 공항버스를 타러 간다.
숙소 건너편에서 탄 공항버스(300路)는 우리나라의 공항버스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공항버스는 청두북역에서 청두쌍류공항까지 가는 시내버스로 내가 탄 인민북로 2단 정류장에서 쌍류공항까지 시내버스 정류장이란 정류장은 다 정차하며(33번) 운행하는 버스다.(1人/10元) 밤에 숙소에 맡긴 배낭을 찾기가 좀 미안해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오후 7시경 버스를 탔는데 러시아워란 걸 감안하더라도 무려 1시간30분이나 걸려 공항에 도착한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청두북역에서 쌍류공항까지는 25.2km인데 공항버스를 타던, 지하철을 타던(환승해야함) 1시간 10분~2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청두시내에서 귀국할 때 유의해야 될 일이다.
공항버스 차창 밖, 빌딩 숲 사이로 무지개가 보인다. 나는 어렸을 때 비가 오고 나면 시골 동네 산 저편에 걸린 무지개를 만져 보려고 무지개를 향해 뛰어가다 넘어져 다리를 다친 적이 있다. 학교 다니면서 무지개는 물방울들이 햇볕에 반사되면서 굴절되어 우리 눈에 일곱 가지 색깔로 아름답게 보이는 환상이란 것을 배웠다. 무지개가 자기 자신을 보았을 때 단지 작은 물방울에 불과하지만 무지개는 이런 작은 물방울이 모여 아름답게 보인다. 그냥 작은 물방울이 모여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보는 이에게 꿈과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무지개를 보면 이 세상에 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물방울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우리 스스로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우주에서 보면 인류는 무척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30일간의 길다면 긴 여행기간 동안 만났던 또 스쳐갔던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살아오면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 모두가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쌍류공항은 제1터미널(T1)과 제2터미널(T2)로 나눠져 있다. 공항버스는 제1터미널에 먼저 정차하고 제2터미널이 종점이다. 제1터미널이 국제선터미널이고 제2터미널은 국내선터미널인데 버스를 타면서 안내양에게 한국 가는 비행기를 타는 터미널에 내려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정작 공항버스 안내양은 제1터미널에서 안내멘트도 내리란 이야기도 없어 제2터미널까지 가 내려 보니 국내선터미널이다. 안내 카운터로 가 e-ticket을 보여주니 제1터미널로 가라고 안내한다. 이런! 젠장! 안내양이 버스에 승차하고 있는 것은 분명 차비를 받는 게 주 임무가 아니라 우리 같은 외국인의 승하차를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이 주 임무 일텐데. 할 수 없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제1터미널로 향한다. 그래도 거리가 멀지 않아(500m 정도) 다행이다.
국제선터미널은 아시아나 항공 창구는 아직 열리지도 않았고 오후 11시30분부터 업무를 시작한다는 안내문구만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 탑승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공항은 한산하다.
공항 내 의자에 앉아 여행에 대해 생각해 본다. 왜 나는 여행을 할까? 보고 싶은 곳이 그곳에 있기 때문일까? 그곳으로 가는 길이 있기 때문일까? 우리와 다른 곳을 찾아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공감할 수 있으며 무엇이 같은가 확인하기 위함일까? 여행에 답이 어디 있을까? 그냥 떠나고, 그리고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닐까? 여행은 떠나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일인 것 같다. 행복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사람이 목표한 일이 이루어 졌을 때 행복은 정점에 이를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목표지점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사람은 낙담하고 슬퍼진다. 행복 방정식을 수치로 나타낸다면 아마도 그 공식은 의욕과 성취의 상관관계인 것 같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슬퍼하기보다 먼저 정한 목표를 낮추어 보는 것은 어떨까? 용기가 때로는 탐욕이 되어 달성하기 무척 어려운 곳에 목표를 두면 결국, 실망하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난 아직 다 살아보지 않았기에 남은 시간도 사랑하며 살아가려 한다.
여행이란 또 하나의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더구나 자유여행은 기획부터 코스를 정하고 무엇을 볼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니 온전히 내 인생을 스스로 기획하는 일과 같다. 그리고 여행을 하는 동안 살아가며 느끼고 겪을 수 있는 것을 경험하며 책에서 배운 지식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고 몸으로 부딪히는 살아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여행사 단체여행은 그냥 여행사에서 정한 코스를 따라 가이드의 말에 순응하면 되지만, 자유여행이란 우리의 인생처럼 주인공이 되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움직여야 한다. 젊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앞으로 살아갈 지혜를 배우는 일이지만, 은퇴를 한 사람에게는 지난 일을 회상하며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일이다. 나이가 들어 직장에서 은퇴하게 되면 누구나 불안한 마음이 먼저 들겠지만 어쩌면 이 시간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자 나 자신을 위해 주어지는 마지막 축복의 시간이라고도 생각한다. 지금까지 고생한 나 자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더 더욱 그렇다.
직장을 다니며 너무 일에만 쫓기며 정신없이 살아왔다. 나를 위해 살지 못하고 나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이 시간에 매어 허덕이며 산 것 같다. 그렇다면 바로 은퇴란 내게 주어진 축복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 자신과 나를 위해 평생을 동고동락한 마누라를 위해 이제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고 싶다. 그 일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돈 버는 일이 아니라 진정으로 삶을 즐길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이제 성장한 자식들은 그들 스스로 자립해 그들의 생을 살아가도록 지켜보는 선을 넘지 말고 이제는 작은 돈이라도 나와 마누라의 행복을 위해 투자하려 한다. 난 그 행복 중 하나가 아내와 자유여행을 즐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유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하면 외국어도 안 되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외국으로 여행한다는 일이 두렵다고 한다. 맞다. 우리 부부도 처음엔 두려운 마음으로 떠났지만, 일단 용기를 가지고 출발해 현지에서 손짓 발짓도 하고 글자를 써 가며 필담도 하면서 여행을 하면 돌아올 시간 때면 아쉽고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를 고민하게 된다. 나의 여행 철학(?) 중 하나가 “영어(외국어)가 여행가는 게 아니고 여행은 내가 가는 것이다.”이다. 여행지가 정해지면 그곳에 대한 공부를 하고 비행기 표와 체제비만 준비해 여행을 시작한다. 일종의 도전이랄까?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간단하게 그곳의 사진과 느낌만 글로 남기리라 했지만, 이야기를 쓰다 보니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더군다나 역사적인 곳을 다녀오다 보니 그리 쉽게 쓸 수 없어 장황하게 되어버렸다. 오늘까지 비록 재미도 없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여행기를 썼다. 행여나 내가 걸었던 그 길을 따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시는 사람들에게 작은 대리만족이라도 되었다면, 이 또한 즐거울 것이다.
아무리 내용이 부실한 글일지라도 자신이 여행했던 글을 사진과 함께 올린다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읽는 사람은 불과 몇 분 만에 읽는 분량이지만, 이 정도의 글과 사진을 여행기로 올린다는 일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컴퓨터에 익숙한 사람도 아닌 여행을 좋아하는 아마추어에겐 더 힘든 일이다.
아직 다 살아보지 않아 지금은 모두를 알 수 없지만 인생을 살아가며 여러 고개를 넘게 되는데 여행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기뻐하며 넘는 고개 희(喜)고개, 화가 나서 넘는 고개인 노(怒)고개, 슬픔의 눈물을 삼키며 넘는 애(哀)고개, 그리고 마지막으로 즐거워 넘는 고개인 낙(樂)고개가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을 하면서 돌아 본 여행지를 그려 본다. 혹시 우리 부부처럼 이 코스로 약 한 달간 여행하려고 계획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숙소 예약도 하지 않고 모두 기차나 버스를 타고 도시 간 이동을 하며 숙소는 현지에 도착해 그냥 찾아다녔다. 큰 도시에는 외국인이라 거부당한 곳도 제법 돼 짜증도 났지만 그냥 또 다른 숙소를 찾아 묵었다. 우리 부부의 한 달간 여행기를 보고 누군가 우리 여행기를 따라간다면 그 또한 우리 부부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먼 훗날 우리 아들이 여기에 쓴 여행기를 읽으며 그대로 따라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더 큰 행복이 아닐까? 비록 지금은 함께하지는 못한 여행길이었지만, 세월이 흐른 뒤라도 함께 한 여행이 될지 모른다.
이제 이번 여행을 마무리한다. 새벽 4시 50분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31일간의 여행이 끝나는 시간이다.
30일간 중국 삼국지 여행경비 총 결산
(2인 합계)
○ 항공료 : 1,033,600원(인천→베이징, 청두→인천)
○ 중국 내 여행 경비 : 16,800元×180원 = 3,024,000원
○ 해외여행 보험료 : 17,760원
○ 공항버스료(안양 범계→인천공항, 인천공항→김포공항, 인천공항→안양범계) : 60,000원
○ 총계 : 4,135,360원
중국내 여행 경비 지출 내역
일자 |
일정 |
거리 (km) |
교통비 |
입장료 |
숙박비 |
식비· 잡비 |
비용 일계 |
3.12 |
北京→啄州→正定 |
324 |
284 |
60<장비사당60> |
238 |
36 |
618 |
3.13 |
正定→邯鄲→磁县 |
302 |
175 |
45<조운묘45> |
129 |
33 |
382 |
3.14 |
磁县⇔邺城→許昌 |
320 |
145 |
140<업성박물관60,동작대80> |
158 |
85 |
528 |
3.15 |
許昌⇔少林寺 |
348 |
144 |
200<소림사200> |
158 |
85 |
587 |
3.16 |
許昌→亳州 |
205 |
129 |
160<춘추루40,조승상부60, 파릉교60> |
100 |
115 |
504 |
3.17 |
亳州→合肥 |
345 |
232 |
340<화희루120,화조암100, 지하운병도120> |
159 |
104 |
835 |
3.18 |
合肥→武漢 |
400 |
253 |
110<소요각10,명교사10, 삼국공원50,포공사40> |
208 |
183 |
754 |
3.19 |
武漢⇔卾州 |
170 |
116 |
0 |
208 |
66 |
390 |
3.20 |
武漢→赤壁→荆州 |
252 |
262 |
300<삼국고전장300> |
180 |
119 |
861 |
3.21 |
荆州→宜昌→当阳 |
205 |
117 |
27<빈양루27> |
148 |
55 |
347 |
3.22 |
当阳→襄阳 |
204 |
66 |
60<관릉60> |
228 |
99 |
453 |
3.23 |
襄阳→南阳⇔新野 |
292 |
142 |
126<고융중126> |
198 |
58 |
524 |
3.24 |
南阳→洛陽 |
245 |
83 |
120<와룡강> |
220 |
64 |
487 |
3.25 |
洛陽 |
55 |
9 |
240<백마사100,관림80, 천자가육박물관60> |
220 |
193 |
662 |
3.26 |
洛陽→西安 |
381 |
111 |
0 |
188 |
86 |
385 |
3.27 |
西安 |
86 |
38 |
520<병마용300,화청지220> |
188 |
90 |
836 |
3.28 |
西安 |
45 |
16 |
154<시안성54,대자은사100> |
188 |
114 |
472 |
3.29 |
西安→蔡家坡→宝鷄 |
217 |
84 |
40<오장원40> |
198 |
102 |
424 |
3.30 |
宝鷄→天水 |
81 |
67 |
140<맥적산140> |
128 |
40 |
375 |
3.31 |
天水 |
118 |
156 |
0 |
128 |
79 |
363 |
4. 1 |
天水→宝鷄→汉中 |
386 |
175 |
0 |
158 |
52 |
385 |
4. 2 |
漢中⇔勉县⇔ 石門棧道 |
174 |
80 |
260<무후묘140,마초묘20, 석문잔도100> |
158 |
82 |
580 |
4. 3 |
汉中→广元⇔昭化古城 |
255 |
169 |
29<고붕29> |
178 |
46 |
422 |
4. 4 |
广元⇔剑门关 |
121 |
66 |
200<검문관200> |
178 |
163 |
607 |
4. 5 |
广元⇔明月峽→阆中 |
238 |
160 |
160<명월협160> |
380 |
81 |
781 |
4. 6 |
阆中→绵阳 |
228 |
158 |
240<랑중고성240> |
238 |
80 |
716 |
4. 7 |
绵阳→罗江→ 白馬關→德陽→成都 |
156 |
168 |
40<백마관40> |
228 |
88 |
524 |
4. 8 |
成都 市內 |
32 |
28 |
0 |
228 |
222 |
478 |
4. 9 |
成都⇔渡江堰 |
139 |
72 |
180<도강언180> |
228 |
63 |
543 |
4.10 |
成都→空港→仁川 |
41 |
24 |
0 |
0 |
950 |
974 |
계 |
6,463 |
3,729 |
3,891 |
5,544 |
3,633 |
16,7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