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최단코스는 중산리 법계사 코스라 하겠다.
거리가 짧은만큼 경사도가 급한 곳이지만 그래도 워낙 길을 잘 다듬어 놓은 일반코스로서 처음 천왕봉을 오르는 산꾼들은 대부분 이곳을 이용한다.
오늘은 일반코스를 피해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의 한 코스를 오를 것이다.
통신골과 숨은골 사이 발달한 능선으로 일명 천왕남릉으로 불리는 곳이다.
거리는 중산리 법계사코스와 비슷하지만 곧추선 천왕남릉의 야성미 넘치는 급경사의 산길을 치고 오른다.
천왕남릉으로 천왕봉을 올라 칠선골로 하산하는 코스, 즉 남쪽 능선에서 올라 북쪽 골짜기로 내려서는 지리 남북 종단 코스로서 오르고 내리는 코스가 지리산 최고의 원시비경을 갖추고 있는 곳이라 하겠다.
칠선계곡의 명성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곳.
하산 길 막바지에는 잘 알려진 등로를 비켜 정겨운 칠선골 옛길을 따라 용소로 내려서기로 한다.
장터목 갈림길까지는 일반코스를 그대로 따라가다가 장터목쪽으로 방향을 틀어 두개의 출렁다리를 건너 철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천왕남릉으로 올라가는 들머리가 있다.
중산리 주차장에서 한참 걸어 올라가면 공원관리소가 나타나고 들머리가 시작된다.
지리산은 신선이 내려와서 살았단다는 三神山(금강산, 한라산, 지리산)의 하나로 '智慧로운 異人이 많이 계시는 산'이란 뜻의 智異山으로 쓰고, 불가에서 깨달음을 얻은 큰스님의 처소를 가리키는 '方丈山, 백두산의 맥이 뻗어 내렸다 하여 頭流山 등으로 불린다.
관리소를 지나 잠시 오르면...
하늘로 통하는 길로 들어선다.
칼바위.
한동안 올라가면 장터목 법계사갈림길에 이르고, 여기에서 좌측 장터목쪽으로 들어선다.
두번째 다리를 건너 철계단을 올라서면,
바로 우측에 천왕남릉으로 오르는 들머리가 나타난다.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어 길의 흔적이 거의 없다.
들어서자마자 키높이를 훨씬 넘어서는 산죽이 앞을 가로막고 이 산죽길은 주능선 합류할 때까지 거의 내 이어진다.
산죽과 한차례 사투를 벌인 후 나타난 바위 전망대.
앞도 보이지 않는 산죽과 씨름하다가 잠시나마 시야가 트이니 가슴이 시원하다.
바위사면을 아슬아슬 올라선다.
흙과 이끼가 붙어 있어 미끄럽다.
산죽이 고사한 곳.
사실 살아있는 산죽보다 죽은 산죽이 더 무서울 정도다.
어두컴컴한 급경사의 산죽 속을 지겹도록 올라가면 마침내 뜀바위 구간이 나타난다.
뒤돌아 본 중산리 방면. 시원한 조망이다.
여기가 뜀바위.
건너 뛰어도 되는 곳이지만 조금 위험한 곳이라 이렇게 잡고 당기고 건너간다.
사실 우측에 로프가 있어 내려갔다가 다시 로프를 타고 올라도 되는 곳이다.
천왕봉 방면은 구름에 가려있어 보이질 않고....
다시 시작되는 고난의 행군(?)...
이런 잡목길도 헤쳐 올라간다.
얼레지.
3시간여를 올라 주등로에 합류한다. 법계사에서 올라오는 등로이다.
처음 오를 때에는 날씨가 좋았는데 이곳에서는 운무가 자욱하여 주변을 둘러보아도 전혀 조망이 없다.
잠시 오르면 천왕샘에 도착한다.
천왕샘.
서부 경남지역의 식수원인 남강댐의 발원지이다.
이곳에서 솟구친 물은 덕천강을 따라 흘러 남덕유산 참샘을 발원으로 하는 경호강과 남강댐에서 합류하여 남강을 이루어 낙동강으로 흐르게 된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간다.
이곳에서 천왕봉까지는 300m.
그래도 경사가 심하여 10분이상 올라야 한다.
과거 이곳을 처음 오를 때에는 이런 계단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진달래꽃 색상이 선명하고 참 아름답다.
역시 고지대라 아직 한창이다. 군데 군데 약간 씩 꽃이 떨어지는 곳도 있고...
마지막 고비.
다시 찾아 오른 천왕봉.
천왕은 운무에 싸여 있어 주위 조망은 전혀 없다.
게다가 바람까지 세게 불어 오래 있지 못하고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제석봉 방향으로 잠시 내려가면 칠선계곡으로 내려가는 들머리가 나타난다.
재빨리 들어서서 칠선골로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은 경사가 심하다. 아직 운무도 가득하고...
등로 옆에 예쁘게 피어 있는 나도옥잠화.
주목도 보인다.
세찬 바람에 부러진 나무가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다.
그러나 운무 속에서 보는 풍경은 그런대로 그럴 듯하다.
하산 길은 뚜렷하여 괜찮은 편이다.
이곳 칠선계곡은 추성리에서 비선담까지는 연중 개방되고 그 위쪽으로는 5-6월, 그리고 9-10월에 개방하는데, 사전에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예약신청을 하여(60명에 한해 신청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월요일에 공단직원의 안내 하에 천왕봉까지 오를 수 있다.
마폭포.
천왕봉과 중봉 사이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이다.
해발 1,300m 부근으로 꽤 높은 곳에 위치한다.
모자상(?).
마폭포 바로 오른 쪽 골에는 제석봉과 천왕봉 사이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인 삼층폭포가 있다.
마폭포 주변.
왜갓냉이.
이곳 칠선계곡에도 여기저기 산사태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곳곳에 길이 끊겨 있어 계곡을 내려간다.
가다 보면 다시 옆 등로로 들어서는 가 하면 다시 계곡을 건너고, 따라가고....
여기도 엄청난 산사태의 흔적.
비내리는 계곡산행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계속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삼층폭포 상단.
쌍폭으로 이곳 계곡에서도 꽤 멋진 폭포이다.
삼층폭포에서.
삼층폭포 하단.
대륙폭포. 해발 1,000m 지점에 위치한다.
해발 900m 이상 지점에 위치.
칠선계곡에서 최고 폭포라는 대륙폭포는 수량도 풍부하고 낙차도 커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칠선폭포에 도착한다.
칠선폭포 역시 해발 850m 이상 지점에 위치한다.
이제
이제 주등로로 합류한다.
비선담.
추성리에서 이곳까지는 년중 개방되고 있어 특히 여름이면 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비선담.
비선담 지킴터.
비선교. 출렁다리이다.
옥녀탕.
선녀탕.
목욕하는 선녀의 옷을 훔친 곰.
그 옷을 찾아준 노루.
일곱 선녀와 곰, 사향노루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아주 오랜 옛날 선녀탕에는 하늘에서 일곱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평소에 선녀들에게 연정을 품고 있던 곰이 있었는데 하루는 일곱 선녀가 이곳에서 목욕을 하는 데 곰이 선녀들의 옷을 훔쳤다.
곰은 그 옷을 근처에 있던 나뭇가지에 걸어 숨겨 놓았다.
목욕을 마친 선녀들이 옷을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벗은 몸으로 나설 수도 없어 발만 동동거리고 있는데 사향노루 한 마리가 다가왔다.
그런데 그 노루의 뿔에는 선녀들의 옷이 걸려있었고 사향노루의 도움으로 선녀들은 무사히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 있었다.
곰은 사향노루의 뿔을 나뭇가지로 알고 그 곳에 옷을 걸어 두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선녀들은 자신들에게 은혜를 베푼 사향노루를 칠선골로 집단 이주시켜 살게하고 곰을 이웃의 국골로 쫓아버렸다고 한다..
이제 주등로를 벗어나 칠선골 옛길로 들어서서 용소로 향한다.
문바위.
용소.
이곳에서 잠시 땀을 씻고 간다.
용소.
칠선계곡 상류는 오래 전부터 꼭 가보리라 마음 먹었던 곳인데 좀처럼 기회를 가질 수가 없었다.
이번에 천왕남릉과 더불어 칠선골 전부를 둘러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으니 정말 좋다.
오름 길 거의 대부분을 앞과 하늘마저 잘 보이지 않는 키 큰 산죽과 씨름하여 오른 천왕봉은 운무에 가려서 기대에 못미쳤지만 웅장한 폭포와 곳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칠선계곡의 비경은 힘들었던 오름을 충분히 보상해 주었으니 그 즐거움을 어디다 비길 수 있으랴!
시원한 알탕 후 도토리묵과 함께 하는 하산주의 시원한 막걸리맛이야 말로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니랴!
첫댓글 푸른 실록의 지리산 경관 잘 구경 합니다.
단체사진 멋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