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5 12:12:01
창조의 표현이 곧 희생.090824
님이여!
나는 당신을 혼돈의 와중(소용돌이속)에서 만났습니다.
방황과 고민의 늪 속 거기서 당신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점 빛도 없는 고치 속 어두움을 밝혀주는 유일한 빛이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주검들만 가득찬 무덤 안에 당신도 시체로 누워 있었습니다.
일천구백팔십년오월 광주 당신도 그때 그곳에 있었습니다.
공수특공대의 총칼아래 끌려간 누문동 파출소에서 나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아! 그때는 나를 풀어준 이가 당신인 줄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었지요.
팔십삼년 십이월 이십사일 성탄절 이브 원인도 알 수 없는 피부병에 걸려 괴물같은 모습으로 변한 아들을 살려달라고 의사장노님께 매달려 울부짖는 여인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팔십사년 오월 신학교의 그 컴컴한 기도실에서 몸부림치며 부르짖는 내게 '복음'(로마서 1장 16절)이란 두 글자로 찾아온 이도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이 민족의 과거와 미래가 혼란의 도가니 속에 던져저 뒤죽박죽 엉망진창 전혀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그 중심에 당신이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배운 모든 것에 의문이 일어나고 장래에 대한 어떠한 소망도 품을 수 없고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내 인생의 진퇴양난 사면초가의 궁지에 당신이 두 손 벌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님이여!
나는 당신의 말씀이 기록된 성서의 첫머리에서 혼돈 카오스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질서의 한 가운데 혼돈이 자리잡게 한 것이 당신의 섭리인 줄 알았습니다.
무시무시한 태풍의 중심 바람 한 점없는 그 태풍의 눈.
시간과 공간과 물질의 질서가 뒤틀리는 블랙홀. 화이트홀. 프랙탈. 소용돌이. 바둑판의 천원. 태극기 중앙의 태극. 민족사 시원에 등장하는 알.
이것들 모두가 혼돈의 다른 얼굴들이더군요.
우리 인생의 한복판에 반드시 맞딱드려야하는 존재 죽음이 곧 혼돈임을 아무도 가르쳐 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모든 비밀을 벗은 내 님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우주의 무덤임을 아는 이가 없었던 것이지요.
우리 님 당신의 신이 나를 그 혼돈의 늪 속. 그 태풍의 눈 속. 그 소용돌이 속으로 이끌어 들였습니다.
절대 고독 고요의 그 무풍지대 님 당신의 안식처에서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어떤 죽음으로도 흔들리지 않는 절대자의 안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날마다 변모해 가는 우주의 모습을 , 우리 인생살이의 모든 과정을 한 눈에 보게 되었습니다.
죽음 혼돈이 중앙의 제 위치에 자리잡은 삶만이 님과 나의 마음을 올바로 드러낼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아! 님의 희생은 희생이 아니었습니다.
영원한 생명이었습니다.
우리 님 당신의 神이 가장 왕성하게 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나의 님 당신의 성령이 새생명을 창조하는 현장이었습니다.
님 당신의 신령이 만물을 새롭게 하는 작업실이었습니다.
죽은 자를 살려내고 죄인을 의인으로 바꾸고 범인을 聖人으로 중생시키는 길이었습니다.
사람과 천사를 위한 희생이기 전에 내 님 당신의 크고 아름다운 마음.거룩하고 진실된 양심.굳세고 든든한 신성을 드러내는 자아실현이었습니다.
이토록 어여쁘고 고운 당신의 모습에 내 마음이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깨끗하고 맑고 순결한 님의 자태에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당신께 푹 빠진 자가 되었습니다.
나는 당신이라는 술에 취해 사는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당신이라는 니코틴 카페인 모르핀에 포로된 자입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져 당신 밖에 모르는 바보입니다.
사람에 중독된 자. 상사병에 걸린 자에게는 약이 없다더니 내가 꼭 그 짝이 났습니다.
넋을 잃고 당신을 쳐다보다 세월의 시계를 들여다 보니 삼십년이 훌쩍 지나 버렸더군요.
이제 하산할 때가 되었나봅니다.
내 형제들에게 방황을 두려워하지 말라 일러주기 위해 세상에 다시 들어가렵니다.
혼돈의 중심에 우리의 참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인 당신이 계시니 겁내지 말고 두려워 말고 발을 내딛으라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렵니다.
당신을 위해서도 사람인 내 형제들을 위해서도 아닌 나를 위하여, 내 속마음에 품은 것을 펼쳐 보여 주기위하여 희생의 길 영생의 길에 앞장서렵니다.
의인들도 이해못하는 그 길. 죄인들은 더더욱 알 수 없는 무덤 속의 신령한 길을 비추는 등불이고자 합니다.
정의를 부르짖는 자들에게 돌팔매질 당하는 당신. 사랑을 가르치는 자들이 외면하고 쳐다보지 않는 내 님 당신을 품에 안고 어깨에 무등태우고 신나게 춤추며 홍해바다 가운데 요단강 안에 하늘 길을 열어 젖히렵니다.
#상사병 #희생과 영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