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가 떠난 병원엔 환자도 시민도 머무를 수 없다.
노원구 을지병원 파업사태가 38일을 넘기며 장기화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병원의 갑질 행태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병원 측은 노조가 사실이 아닌 것을 유포하고 있다며 이에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노사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타협의 열쇠를 쥐고 있는 병원장들은 본인들이 임금인상에 대한 의지를 보였음에도 조합원들이 응하지 않는다며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아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을지병원의 임금은 사립대병원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직원들이 사비로 의료용품을 구매하고 있다. 조합에 따르면 직원들은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화장실도 원하는 때에 가지 못하고 있다.
을지병원 측은 낮은 임금과 직원들 사비로 의료용품을 구매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문제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거나 왜곡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와 대화하기보단 언론 매체와 대화에 열중하는 병원 측은 상기 사례들이 실제 있다고 하더라도 일부 직원들의 일탈에서 비롯된 것이며 다른 기관에서도 있을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겨우 3년에 불과한 것을 보면 우리는 병원 측보다 노조의 주장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즉, 현재 상황은 몇 사람의 문제가 아닌 병원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병원 측은 사실관계 싸움으로 현실을 호도하거나 언론을 통해 노조의 주장에 물타기 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오랜 경험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의료기관이다. 직원들이 오래 머무를 수 없는 병원이라면 아무리 좋은 시설과 장비를 들인다고 해도 병원의 내실을 제대로 갖추기 어렵다. 병은 의료인이 고치는 것이지 좋은 건물과 장비로만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이 점을 외면한다면 근속연수 3년은 을지병원 내 열악한 근무조건의 내부고발 지표로 남을 것이다.
을지병원은 병원 전체 재정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하루빨리 정상화를 도모하여, 숙련된 의료인들의 부재로 피해를 받는 주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병원장들은 당장 협상 테이블로 나와서 동료 의료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일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동료가 머무를 수 없는 병원이라면 어떤 환자도, 시민도 머무를 수 없다.
2017년 11월 18일
노원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