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襟懷落落氣蕭蕭
회포는 치렁치렁해도 기력은 쇠락한데
萬死甘心義戰挑
죽음도 감수하는 의리만은 도전해오네.
已矣詞坛無白雪
아 문단엔 양춘백설가 같은 건 끝났고 1)
嗚呼時政泣靑苗
오호 정치엔 청묘법과 같은 것에 우네 2)
芳隣不必勞三笑
좋은 이웃 호계의 삼소 아니어도 되며 3)
爽籟還如聞九韶
상쾌한 퉁소 구소를 다시 듣는 듯하네. 4)
步月尋凉披樹去
더위 피해 나무를 잡고 달빛에 걷다가
虫聲起處立無聊
벌레 소리 이는 데서 하염없이 서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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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사단무백설(詞坛無白雪): 사단은 문단(文壇)과 같고, 무백설은 ‘양춘백설가(陽春白雪歌)’와 같은 걸작. 곧 전국시대 초(楚)나라에 가장 고상한 가곡으로 전해오는데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비파곡(琵琶曲)이라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을 비유한다.
532) 청묘(靑苗): 소위 청묘법(靑苗法)으로, 북송(北宋) 때 고리채로 인한 농민에게 싼 이자로 대부를 해주던 제도로 세입 증가를 도모했던 왕안석(王安石)이 제안한 새 정책.
533) 노삼소(勞三笑): 호계삼소(虎溪三笑) 같은 노력이 꼭 있어야할 필요는 없다는 뜻. 호계삼소는 불가(佛家)에 전하는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에 진(晉)나라 혜원(慧遠) 법사가 은거하면서 호계(虎溪)를 건너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도연명(陶淵明)과 도사(道士) 육수정(陸修靜)이 와서 깊이 대화를 나누다가 배웅하면서 무심코 건넜는데 호랑이가 울어서 그것을 깨닫고 셋이서 크게 웃었다는 고사이다. 후대에 이를 그림의 소재로도, 또 유불선(儒彿仙)이 함께하였다며 유명해졌다.
534) 구소(九韶): 주(周)나라 때 아악(雅樂)의 하나인데 흔히 전설의 순(舜)임금의 아름다운 음악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