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어둠 속의 전사
맛깔나는 영화여행/2011 건방떨기
2011-07-04 19:39:20
<2010년 8월 4일 개봉작 / 18세 관람가 / 119분>
<감독 : 이점범 / 출연 : 원빈, 김새론, 김태훈, 김희원, 김성오>
오늘은 <어둠 속의 전사>라는 슬픈 운명을 안고 살아가는 한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할거야. 사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이 겉으론 굉장히 평온해 보여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은 참 지열한 전투장인 경우가 다반사야.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긴 하지만, 세상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더 많지.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반대편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를 지켜주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이야. ‘아저씨'를 보면서 나는 그 사실을 더욱 더 확신하게 되었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조금만 견디어내면 분명 ’그분‘은 어디선가 나타나 우리를 구해줄 거야. 나는 그 사실을 믿어!
영화 ‘아저씨’는 소미라는 꼬맹이와 <어둠의 전사>라고 부르고 싶은 베일에 가려진 한 사내에 대한 이야기야. 이 영화는 그 사내와 소미와의 관계를 먼저 보여주지. 아저씨는 세상 사람들에게 별다르게 인정을 못 받는 전당포 주인. 소미는 그 아저씨를 믿고 따르는 소녀. 그러니까, 이 아저씨는 소미에겐 거의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어느 날 소미가 ‘엄마’가 잘못한 일 때문에 악당의 소굴로 끌려가. 그런데, 이 영화 ‘정적’이거나 ‘엉뚱’하거나 ‘과감’하거나 또, ‘환상’하고는 거리가 멀어. 엄마와 소미를 끌고 간 악당은 소미의 엄마를 죽여 장기를 팔아버리고, 소미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 해. 분노가 극에 달한 ‘아저씨’는 소미를 찾기 위해, 결국 숨겨놓았던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게 되지. 철저히 비밀리에 갇혀있던 그의 존재는 소미의 실종으로 인해, 뛰어난 요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 거야. 그러니까, 이 ‘아저씨’에게 영화에 나오는 악당들은 너무나 형편없는 피라미였던 거지. 그런데, 악당들 중에서도 이 범상치 않은 ‘아저씨’와 맞짱뜨는 유일한 악당이 나와. 아! 그가 소미도 살리고, 아저씨도 살렸다고 봐야 하나? 이 악당, 비록 악당이었지만, 선한 눈매를 가졌어! 영화의 끝은 어땠을까? 물론, 해피엔딩이겠지! 하지만, 결말로 가는 과정은 결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어서, 이 영화를 해피엔딩이라고는 함부로 말 못하겠어.
‘아저씨’의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이미 불행은 시작되었어. 소미의 엄마도 죽고, 소미도 팔려가고. 영화의 끝에서 소미가 한 말이야. “아저씨, 울어요?” 그러자 아저씨가 말하지. “한번만 안아보자.” 아주 절박한 심정으로 그 말을 하는데, 너무 슬프더군. 이 아저씨, 소미 때문에 온갖 소동을 벌였지만, 한 아이의 품 안에서 그의 과거의 상처까지 씻으려 하지. 여자친구와의 과거 말이지. 행복했던 한 때를 기억하지만, 그 기억은 슬픔으로 채색되어 있어. 그래서, ‘아저씨’는 그동안 줄곧 어둠 속에 있었나 봐.
어쩔 수 없이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싸움의 전사”들. 나는 오늘 그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 싶어. 어디선가 우리를 지키기 위해 지켜보고 있을, 그래서 자신의 상처조차 돌볼 틈 없는 그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요. 또한, 그분들의 상처에 애도를 표합니다.
(아저씨는 요즘 다문화 영화제로 상영 중입니다. 참고하세요)
- CGV 무비패널 1+2+3기
- 전창수의 건방떨기 (Blog.chosun.com/helpme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