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남편요양원 송년음악회에서

[화인 온화]

11월부터 요양원 어르신들이 조르신다.
" 언제 싼타 와요? 빨리 와요."
음악 좋아하고 노래 잘 하던 남편을 위한다고 음악회를 열어주고 싶었던 것이 이젠 남편을 포함한 어르신들의 싼타클로스 기대의 장이 되어버렸나 보다.

남편이 입소한지 5년째이다. 첫번째 송년음악회는 내가 혼자서 기타 둘러메고 솔로 노래와 씽얼롱으로 한시간을 진행해 땀을 바가지로 흘렸었다. 그 때에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노래부르는 남편과 듀엣도 하고, 예전에 남편이 즐겨부르던 노래도 선곡해 다함께 부르는 가사악보도 만들었다.

다음 해엔 아들 며느리 손자의 노래들을 학예회처럼 가족 총출동으로 진행하니, 모두들 고마워하고 감동받아 했었다. 세번째 해부터 오랜 기타합창단인 쌍투스 코러스가 매해 동참해주고 있다. 물론 쌍투스 속엔 쌍둥이 언니가 있으니 계속 찾아와주고, 듀엣과 코러스를 함께 한다.

다섯번째인 올해 쌍투스 코러스가 시간 여의치 않은 듯해서, 서울구치소 위문공연 때 함께 하던 섹소폰 공연단을 섭외했더니 흔쾌히 와준다고 했다. 쌍둥언니와 트윈 플라워즈로 듀엣을 하고, 섹소폰 공연하면 한시간 정도로 좋겠다고 계획을 요양원 원장과 협의를 마쳤다. 한참 지난 후에 쌍투스 코러스가 올해도 오겠다고 한다.

요양원 어르신들은 한시간 안에 다 끝내야 한다. 결국 쌍투스 기타코러스와 섹소폰 연주가 중심을 이루고, 트윈 플라워즈는 두세곡만 노래하기로 한다. 당일의 음악회는 무척이나 풍성했다. 남편도 즐기면서 손으로 연신 지휘를 한다. 트롯 가요 중심의 섹소폰 연주는 휠체어에 앉은 어르신들의 흥겨운 어깨춤을 유발하고, 기타코러스의 민요 가요 폭넓은 화음들은 탄성과 환호들을 질러대게 한다.

트윈 플라워즈 듀엣으로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 노래 부를 때엔 요양보호사들이 더 크게 박수치며 노래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어르신들과 소양강 처녀, 창밖을 보라, 울면 안돼 등 몇 곡의 씽얼롱으로 한시간 조금 넘어서 노래는 끝이 난다.

기타코러스와 섹소폰 연주단이 내가 준비한 40개의 싼타 선물 꾸러미를 들고 다니며 어르신들께 안겨 드린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신 분!
사랑해요!!!"
빨간 꽃무늬 시트지에 일일이 사랑의 글을 화이트 수정액으로 쓰고 수면양말, 등산양말, 손수건 등에 붙여 넣은 싼타주머니를 펴보며 좋아하시겠지!

공연단들은 어르신들과 대화들을 한다. 주물러드리고, 꼭 안아도 드리고, 악수도 하며, 뽀뽀도 해드린다. 원장님의 감동과 기쁨 속에서 고맙다는 끝인사로 송년음악회를 마치니, 모두가 박수에 환호성을 지른다. 서울에서 많이 떨어진 의정부 한 작은 요양원에 이렇게 많은 위문공연단이 진심으로 정성껏 공연을 해주어 어르신들이 무척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원장님은 덧붙인다. 남편 주위로 둘러선 쌍투스 기타코러스 후배들이 일제히 건강하시라고 인사들을 하며 손을 잡아드리고 사진들을 찍는다.

20명 가까운 음악회 참가자들을 파스타 전원카페에서 감사의 식사대접을 한다. 위문하러 온 자신들이 오히려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며, 내년에도 또 오겠단다.
싼타선물비와 식사비 등 많은 지출이 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잘하고 있는 것 같은 내가 슬며시 예뻐보인다. 싼타클로스 된 만큼이나 뿌듯하다. 정상 밟고 하산한 양 흐뭇하다.

참 많이 나를 힘들게 해, 참 많이 미웠던 남편이 이젠 밉지 않다. 잘 해주고픈 마음이 커진다. 남편의 신명나는 노래와 지휘하는 손, 어깨춤이 한동안은 큰 에너지로 충전될 것이다. 남편에게도 나에게도 얼마만큼은 평안한 웃음이 자리할 것이다.

[화인 온화]

원장님, 고맙습니다.
보라빛 물리치료사 옷을 입으신
젊은 원장님의 모습에,
언제나 싱글싱글 웃으시는
그 넉넉한 웃음에
음악 봉사 공연단 모두가
감명받았다고 합니다.

늘 남편을 비롯한 어르신들에게
정성으로 최선을 다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