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설 보내드림니다
[이승영] 미스 코리아 살인사건 1. 죽음의 왕관
미스 코리아 살인사건 - 이승영
----- 차 례 -----
작가소개
1. 죽음의 왕관
2. 캠코더의 암시
3. 살인은 마술이었을까?
4. 범인은 없다
5. 폭로- 미스코리아 진은 자살했다
6. 육감과 다수의 설전
7. 아름다운 표적
8. 문제의 칵테일 잔
9. 사라진 미녀
10. 추녀의 국적
11. 조물주의 미소
12. 죽음의 볼룸댄스
13. 사건은 종결된 것일까?
14. 진실을 향하여
15. 무서운 본능
작가소개
-이승영
1963년 강원도 화천 출생.
작가 이승영은 병을 얻어 중학교 이학년이 되던 해에 그만
학교를 중퇴하고 만다. 건강이 좋지 않은 탓에 그는 집에만
머물면서 추리소설 창작에 몰두했다.
<미스코리아 살인사건>은 바로 그 몰두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의 왕관 1.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열리고 있는 S문화회관.
S문화회관의 크림빛 벽에 잠시 머물던 저녁노을이 빌딩 너머로 사라지면서 본선무대에 진출한 53명의 미스코리아 후보들의 미의 축제가 화려하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진주 조개의 내장을 칼로 그르면 화옥진주가 햇빛을 받아 오색영롱한 광채를 발하듯,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열리고 있는 대회장은 탄생되는 미의 여왕에게 찬란한 왕관을 씌워주기 위해 열띤 경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보름전부터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에 합숙을 하면서 본선대회에 대비해온 미스코리아 후보들은 그 동안 교양강좌와 시립양로원 방문,
서울시청 방문, 경찰대학 방문, 국군부대 위문, TV출연 등 각종 행사에 참가하면서 서로의 우정을 가꾸면서 오늘로서 선의의 경쟁의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S문화회관을 꽉 메운 신사 숙녀들은 세 시간 후면 화려하게 탄생될 신데렐라의 모습을 연상하면서 흥분된 눈빛으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드디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미스코리아 후보 전원이 미스코리아 노래를 합창하면서 중앙무대로 사뿐사뿐 걸어나오고 있었다.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인 다음 순서대로 미스코리아 후보들이 퇴장하자 신사복과 한복을 아름답게 차려 입은 두 남녀 사회자가 대회를 진행시키기 시작했다.
6개의 계단 위에 설치된 무대의 배경은 산과 만발한 꽃그림이 커튼 모양으로 이루어져서 다섯 개의 타원형을 만들고 있었다. 무대 위 천장에는 무수한 작은 등의 불빛과 꽃밭과도 같은 백열등이 휘황찬란하게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석처럼 쏟아지는 불빛 아래 무대 앞 우측 박스의 연주석에서는 관현악단의 연주가 은은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기다리던 드레스 심사가 시작되었다. 미스코리아 후보들이 차례대로 대각선으로 출전띠를 두른 모습으로 커튼 형식으로 되어있는 꽃그림 속에서 걸어나오며 얌전한 걸음걸이로 6개의 계단을 내려서서 마이크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4번 미스 서울 윤보혜입니다. 이렇게 영광스런 자리에서 여러분을 만나뵙게 돼서 무척 반가워요. 저희 후보들 용기 잃지 않게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형형색색의 드레스를 입고 중앙무대에서 공작새처럼 활짝 미소짓는 미녀들의 드레스 행진이 끝나자 막간을 이용하여 초청가수의 축하공연이 있은 후 태양과 백사장을 옮겨놓은 듯한 수영복 심사에 들어갔다. 무대 배경은 어느새 산과 꽃그림에서 석양 아래 파도치는 바다와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폭포로 바뀌어져 있었다. 이윽고 폭포 속에서 수영복을 입은 미녀들이 순서대로 중앙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곡선의 아름다움을 한껏 발휘하며 휘황찬란한 조명빛을 거느리고 워킹을 하고 있는 미녀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인어보다도 더 아름다운 인간보석처럼 느껴졌다.
무대 앞 정면의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22명의 심사위원들은 신중하고도 숙고한 표정을 지으며
냉철한 시선으로 무대 위의 후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영복 차림의 후보들이 나란히
계단 위에 서서 퇴장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심사위원석의 성형외과 원장인 연성철 박사는
경기 진인 27번-나비향을 주목하고 있었다. 53명의 미녀들 중에 나비향만큼 돋보이는 여자가 없었다.
170cm의 키에 32-24-32의 균형잡힌 몸매와 고른 치열에다 안쪽으로 향하는 옥니형태를 가지고 있었고,
알맞게 긴 얼굴과 큰 눈동자와 높은 코, 그리고 아랫입술에 비해 윗입술이 더 도톰한 서구 미녀의
입체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나비향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을 물결치듯이 흔들면서 무대
전체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4번인 미스 서울 윤보해도 나비향 못지 않게 관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수영복에서는 나비향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드레스에서는 군계일학처럼 그 자태가 선명하게 드러났었다.
전형적인 동양 미녀상인 윤보혜를 벌써부터 진으로 점찍어둔 관객이 많을 정도로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는 심사위원 역시 대세에 영향을 미칠만큼 그 수가 많았다. 그래도 연성철 원장은 나비향을
올해의 미스코리아 진으로 낙점을 찍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어느새 바다색 같은 새파란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미녀들이 2충에서 쏟아지는 대형조명과 무대 좌우에서 비춰지는 소형 조명을 등 뒤로 받으며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잠시 후 제2부가 진행되었다. 미모의 여가수가 무대로 나와 계단을 사뿐히 밟으며 자신의 최근 히트곡인 핑크빛 달밤"을 열창하기 시작했다. 가슴을 애닯게 만드는 여가수의 목소리가 장내에 메아리치면서 관객들의 박수소리에 함께 묻혀서 사라지자 사회자는 심사위원 소개에 들어갔다. 심사위원장인, 문공위원인 현 국회의원 권중혁 의원을 시작으로 해서 미스코리아 출신 친목 단체인 녹미회 회장 유진숙 여사와
방송국 예능국장인 임종도 국장을 마지막으로 심사위원 소개를 끝냈을 때, 심사위원들의 머리 속에서는 이미 "미의 여왕"이 가려지고 있었다. 사회자인 김진건 아나운서의 손에는 어느 새 하얀 봉투가 들려져 있었다.
53명의 후보들 중에서 15명을 뽑는 1차 결선 명단이 들어있는 봉투였다. 관현악단의 경괘하고 밝은 음이 대회장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15명의 결선 진출자가 참가 번호대로 호명되었다.
"4번 미스 서울 윤보혜!...... 27번 미스 경기 진 나비향!......"
15명의 결선 진출 미녀들은 수영복 차림으로 중앙무대에 나란히 서서 변함없는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흥분에 젖어있었다. 관객들은 자신이 점찍어둔 후보가 활짝 웃으며 결선에 진출한 것을답례하려는 듯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들 때마다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열리기 1시간 전부터 1층 25열에 앉아있던 전 잡지사 기자인 박만하는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낯이 익은 듯한 미스코리아 후보 한 명이 드레스 심사 때부터 유독 그의 망막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박만하는 무대 위에 서 있는 한 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지나온 인생의 발자욱을 더듬어보고 있었다.
"어디서 봤을까?"
박만하는 1년 전까지 예식장 비디오 기사로 일했던 적을 반추해 보았다. 결혼식장의 하객이었을까? 무대 위에서는 스타상이 주어지고 있었다. 스타상을 받은 나비향은 트로피를 손에 모아쥐고 무릎을 살짝 굽혀 관객에게 인사를 하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어서 사진기자단이 뽑는 포토제닉상에는 4번 미스 서울 윤보혜가 선정되었다. 웨딩드레스 스타일의 야외복을 입은 그녀의 아름다웠던 자태가 사진기자들로 하여금 매혹적으로 느껴지게 했던 모양이었다. 윤보혜가 관객들에게 손을 살짝 흔들면서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순간, 관객 속의 박만하는 뇌리를 스쳐가는 한 가지 사실에 경악의 눈빛으로 그녀를 다시 쳐다보았다.
"비디오...경리...캐롤송...군고구마..."
15명의 본선 진출 미녀가 확정되고 나자 무대는 텅 빈 채 심사위원들은 다시 최정결선 진출 미녀 8명을 선정하는 심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공백시간 동안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TV에서는 하루 전에 미스코리아 전원이 무대에 모여 고전무용을 추는 것을 녹화한 테이프를 내보내고 있었다. 한복 차림의 미녀들이 고전무용을 추면서 길고 흰 천을 허공에다 흔드는 모습이 화면에 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