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익환
서해는 갑부다 기술이 끝없이 좋은 바다다
예쁜 공주가 가녀린 손 밀어 달마중 갈 때
바다도 공주를 불러 따라 하게 하는 것이 신비롭다
서해는 냉정하다 처자식 먹여 살리겠다고
손발이 얼어 닻줄을 댕기기 힘들어하는
어부를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청상과부를 만들어 버린다
조금엔 물이 잔잔한 호수 같고 배를 정박하고 있으려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보름사리에 흐르는 물은 장마에 뒤 뒹굴며
무지막지하게 집어삼키는 냇물과도 같다
서해는 양어장 주인이다
샐 수없이 많은 종류의 고기들을 잘 자라게 하고 있다
고기를 아무리 잡어가도 더 잡어 가라며
바다를 잔잔한 호수로 만들어 줄 때도 있다
바람 불 땐 나도 주채할 수가 없으니 알어서 하라 한고
해 넘어갈 때 지평선에 물이 끓어 뒤집어 저도 끄떡없이
뜨겁다고 하지도안고 삼켜버린 해
영원이 해가 뜨지 않는 캄캄한 지구 될까 겁이 난다
변산 월명암 아래 낙조대에서 화창한 가을날에 젊은 등산객들은
그 광경을 확인하려고 며칠씩 스님에게
두 손 합장하고 머리 숙이며 오르내린다
영영 해가 오르지 않으면 등산객이 내려갈 일이 걱정스럽다
그믐에는 어두우니까 화창한 보름에
낙조를 확인하려 오르는 것을 일러줘야 나을 런지
모든일을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