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민요 「성주풀이」 성주신께 메구를 치며 부르는 세시의 속요>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거제시 민요 「성주풀이」는 정월달에 집집마다 다니면서 가신(家神)의 하나인 성주신께 메구를 치며 부르는 세시의 속요(俗謠)다. 본디 무당이 성주받이를 할 때 복을 빌려고 부르는 서사무가(敍事巫歌)였는데 민요화되어 널리 불리게 되었다.
처음 「성주풀이」는 집안의 무사태평과 번영을 빌고자 벌이던 성주굿에, 무당이 부르던 무가(巫歌)였다가 민간에 퍼져 민요화된 노래다. 민요 「성주풀이」에는 성주받이의 내용이 담겨 있으며, 정초와 정월대보름 사이에 마을 풍물패가 각 집을 돌아다니면서 지신밟기(메구)를 할 때 불렀다. 거제시 성주풀이」는 [첫소리]와 [끝소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소리 끝에는 "어라 만~ 수~"를 후렴으로 대신하고 끝소리 마지막엔 바나리꾼이 소원을 비는 주문을 간단히 외우며 마친다.
◉ 거제시에서 음력 정월달에 메구치며 부르는 「성주풀이」는 세시의 속요(俗謠)로써 삶의 현상과 이상을 표현한 제의성이 강한 의식요이다. 이에 현실적 존재로서의 자아를 지속시키기 위한 실질적 관념이 형상화되어 있는 민요라 말할 수 있다. 본디 무당이 성주 받이를 할 때에 복을 빌려고 부르는 노래였다. 우리 민속에서, 집터를 맡은 신령인 성조왕신과 그의 아내인 성조 부인은 집을 짓는 일로부터 일문일족의 번영에 이르기까지 그 집의 길한 일이나 흉한 일을 도맡아 직접으로 다스린다고 믿어 왔다. 그래서 성주풀이는 원래는 무당이 성주받이를 할 때 복을 빌려고 부르는 무가(巫歌)였는데 민요화되어 널리 불리게 된 것이다. 성주라는 뜻은 임금이라는 것으로 성군을 보살피고 충성을 한 덕으로 “만백성이 길이 태평안락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또한 성주지신 즉, 땅의 신에게 감사드리고 추앙하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 거제 성주풀이 <첫소리> 전반부 내용은 수많은 육지의 성주풀이 내용과 유사하다. 그러나 후반부 "그 솔을 베어 배를 모아..... 술렁술렁 띄어나 볼거나" 사설은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도 없는 거제도 섬지역의 특징을 담고 있다. <끝소리>는 정월부터 구월까지 여러 액을 물리치는 신성한 날(음력 한식날, 삼짇날, 초파일, 단오날, 유두일, 칠석날, 추석, 중앙절, 동제․당산제날)을 이끌어 내었고, 마지막으로 성주 신께 수많은 악귀를 저 큰 바다에 던져 없애달라고 소원한다. 이 '끝소리' 액땜 내용은 거제도에만 존재하는 '액풀이' 사설이다.
○ 거제시 「성주풀이」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전국 구비문학자료 조사집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8-2권에 수록되어 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1979년 8월 8일 류종목, 성재옥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거제도에서 채록한 것이다. 거제도의 「성주풀이」 구연자(口演者)는 거제시 둔덕면 학산리 큰마을 장종천(남, 64세)이다.
● 거제민요 「성주풀이」는 정월 초순경 집집마다 다니며 메구칠 때 부르는 것인데, 시작할 때의 소리와 끝낼 때의 소리로 구분된다. 가창방법은 2음보 4음보의 선후창 방식으로 독창 또는 합창으로 부르며 후렴을 메기기도 한다. 또한 첫소리와 끝소리로 이루어져 첫소리 끝에는 "어라 만~ 수~"를 후렴으로 대신하고 끝소리 마지막엔 바나리꾼이 소원을 비는 주문을 간단히 외우며 마친다. 내륙 지방의 민요와는 차이가 있어 흥미롭다.
또 거제시 「성주풀이」는 '경상도 바닷가'다운 꿋꿋한 멋과 시원스런 느낌을 주는 굿거리장단에다가 그 시김새(표현기법)에 변화를 주어 맞춰 부르는데, 춤을 곁들이기도 한다. 장단을 필요에 따라 늘리거나 줄이거나 한다. 첫소리는 14장단 끝소리는 18장단으로 구성되었다. 5음 음계로 되어 있으며 장절 형식이다. 또한 「성주풀이」는 가신인 성주신의 내력을 다룬 서사무가로, 지역에 따라 내용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비록 지역적인 편차가 있으나 모두 성주의 내력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성주풀이」* / 둔덕면 장종천.
[첫소리]
“성주로구나 성주로다 / 성주근본이 어디메요 / 경상두 안동땅이 / 제비원이가 본일레다 / 제비원을 솔씨루 받아 / 저건네저산에 던짔더니 / 그솔씨가 다자랐네 / 그솔 비여서 배를 모와 / 이물(船頭)이라 임사공아 / 고울(船尾)이라 고사공아 / 허리(배 중심부)깐에 하장아야 / 물때(간만조 시간)가 점점 늦어간다 / 술렁술렁 배띄야불거나 / 에해라만~ 수.”
[끝소리]
“정월에 드는액은 이월한식을 제살(諸殺)하고 / 이월에 드는액은 삼월삼짓날 제살하고 / 삼월에 드는액은 사월초팰날 제살하고 / 사월에 드는액은 오월단옷날 제살하고 / 오월에 드는액은 유월유둣날 제살하고 / 유월에 드는액은 칠월칠석날 제살하고 / 칠월에 드는액은 팔월한가웃날 제살하고 / 팔월에 드는액은 구월구일로 제살하고 / 구월에 드는액은 시월십일로 제살하고 / (여기부터 마지막까지는 주문을 외는 식으로 말함) 오~ 이~ 액을랑 똘똘 다 뭉치서 저 높은 저 대두 한바다에 마 물로 전부 다 일년다 액을 다 마 똘똘 몰아 다 가 삐라~”
[주] 제비원 : 안동시에서 서북쪽으로 6킬로미터쯤 떨어진 이천동에 “연미사(燕尾寺)”라는 절이 있는데 그 옆에 큰 미륵이 있는 일대를 가리킨다. 미륵의 오른쪽 어깨 너머로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소나무의 솔씨가 온 나라에 퍼져 성주가 되었다는 전설 때문에 이곳이 성주신의 본향이라고 전해진다.
◉ 「성주풀이」에서 메구친다는 말은 주로 영남지방에서 농악을 연주하는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메구라는 말이 '매귀희(埋鬼戱)' 또는 '매굿'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으나 분명치 않다. 꽹과리를 꽹매기, 꽹매구, 매기, 매구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매구는 굿 즉, 농악으로 연행되는 의식을 뜻하는 말로 보인다. 보통 정초에 굿패들이 마당밟이를 하게 되면 먼저 서낭대를 들고 풍장을 치고 서낭당에 가서 토지와 마을을 지켜 준다는 신께 빌고 마을회관 공동우물에서 축원하고 나서 집집마다 들러 고사굿을 친다. 대문․마당․고방․성주․조왕․터주․장독․마굿간․샘․측간 등 집안 구석구석 굿을 친다. 고사 소리를 하는 비나리꾼이 축원하며 고사상을 내놓는데 그 위 쌀과 돈은 굿패가 가져가서 마을 공금이나 굿패 기금으로 사용한다.
○ 경상남도 거제시 지역의 「성주풀이」는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 제의적 민요를 부르는 경우가 뜸해지기 시작했다. 다만 일부 마을에선 아직도 예전 그대로 세시의 속요로써, 정월달에 메구를 치며 집집마다 돌면서 성주신께 집안과 마을의 안녕을 빌려고 주문을 외듯 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노래도 사설도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현재 거제시에 여러 민속 보존회가 이를 전승하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