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감파(趙州勘婆)
조주가 노파를 감파했다.
조주선사께서 오대산(五臺山) 계실 때 전국 각지에서 선객(禪客)들이 찾아왔다. 조주감파(趙州勘婆)는 무문관(無門關) 삼십일칙(三十一則)에 나오는 공안화두(公案話頭)다. 조주선사께 한 승(僧)이 노파에게 물었다.(趙州因僧問婆子) 대산 가는 길이 어디입니까?(臺山路向甚處去) 노파가 대답하였다. 곧장 가시오.(婆云驀直去) 승이 몇 발짝 가는데(僧纔行三五步) 노파가 말했다.(婆云) 점잖은 스님이 또 저렇게 가는구만!(好箇師僧 又恁麽去) 승(僧)이 조주선사께 이 사실을 얘기하자.(後有僧擧似州) 조주선사께서 가만히 있으라(州云待) 내기 그대를 위해(我去與你) 노파를 감정해 보마 하시고(勘過這婆子) 그 이튿날 가서(明日便去) 승과 똑같이 물었다.(亦如是問) 노파 역시 똑같이 대답했다.(婆亦如是答) 조주선사 돌아와서 대중에게 이르시길(州歸謂衆曰) 대산 노파를(臺山婆子) 내기 그대들을 위하여 감정하여 마쳤노라 하셨다.(我與勘破了也) 조주감파(趙州勘婆)는 절 밑에서 떡집을 하는 노파가 등장한다. 이 노파는 보통 떡이나 파는 노파가 아니다. 선지(禪旨) 선기(禪機)가 엿보이는 노파(老婆)다. 공안(公案) 소재(素材)로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예사 떡이나 파는 할망구가 아니다. 조주감파(趙州勘婆) 공안(公案)을 두고 무문선사(無門禪師)는 평창(評唱) 하기를 노파는 휘장 속에 앉아서 셈 대를 놀릴 줄은 알았어도 도적은 몰랐다. 조주 노장은 겁을 채우는 기지로 구차하리, 만치 잘 썼으나 또한 대인의 격은 못 된다. 점검을 해보면 둘 다 허물이 있다. 일러 보아라! 어디가 이 조주선사가 노파를 감 파한 곳인가? 게송으로 읊기를 물음이 똑같으니 답도 또한, 같을 수밖에 밥 속에 모래가 있고, 진흙 가운데 가시가 있다. 대산(臺山)은 중국(中國) 오대산(五臺山)을 말한다. 문수보살(文殊菩薩) 정토(淨土)다. 산 아래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떡(餠)을 파는 노파(老婆)다. 오대산에 온 선객(禪客)들은 노상에서 떡을 파는 노파에게 조주선사가 있는 대산을 물으면 곧장 가시오, 다. 노파가 일러준 대로 곧장 가면 노파가 시비 트집이다.
수행께나 하신 저 스님! 곧바로 가지 않고 또 저렇게 가는구만! 빈정거린다. 이곳에서 노파에게 물었던 스님들이 날마다 이렇게 노파에게 당하다 보니, 소문이 조주선사 귀에, 까지 들어갔다. 가만히 있을 조주선사가 아니다. 내가 오늘 그 노파를 감파해 주겠다 하고 그 노파에게 가서 조주선사가 물었다. 노파 똑같은 말로 곧장 가시오, 조주선사 몇 걸음 걷자 노파가 똑같은 말로 빈정된다. 빈정거린 노파(老婆)말 듣고 온 조주선사께서 관음원(觀音院)에 돌아와 대중을 모아놓고 노파(老婆)를 감파(勘破)하고 왔다고 했다. 감파(勘破)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감별(鑑別)하는 것을 말한다. 그 노파가 정말 도안(道眼)을 갖고, 있는지? 감정(勘定)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노파는 입이 아주 걸쭉한 노파다. 선방(禪房)에 좌선(坐禪)하는 선승(禪僧)들을 보고 이 방안에 앉아있는 중놈들 모두가 엄마가 낳은 자식들이로구나! 하고 손 삿대질을 하기도 하고 조주선사를 보고도 저기 저 큰아이는 오역죄(五逆罪)를 지은 불효자(不孝子)로구나! 하고 쌍욕도 거침없이 말하는 노파(老婆)다. 이런 노파(老婆)를 조주선사(趙州禪師)가 직접 가서 노파를 감파(勘破) 했다고 대중 앞에서, 공언(公言)을, 했다. 이 조주감파(趙州勘婆) 공안(公案)은 옛 고승들이 각기(各其) 저마다 평창(評唱)과 송(頌)을 남겼다. 그 중에 무문선사 평창과 송이 그래도 선리(禪理)에, 맞게 평을 했다. 물음도 답도 둘 다 똑같아 노파(老婆)나 조주(趙州)나 둘 다 허물이 있다고 평(評)을 했다. 조주감파(趙州勘婆)는 누구에게 허물이 있는지? 없는지? 그것을 찾는 것이, 안목(眼目)을 갖춘 수행납자(修行衲子)의 본분사(本分事)이고 혜안(慧眼)이다. 모르면 입도 뻥끗하지 마라. 개구즉착(開口則錯)이다. 조주선사가 노파를 감파(勘破) 했다는 속내는 노파(老婆)가 길을 묻는 조주선사(趙州禪師)를 몰라보고, 곧장 가라고 해서이다. 길을 뻔히 알고 묻는 조주선사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했으니, 노파는 조주선사도 몰라보고 단일메뉴로 빈정거리는 살림살이가 조주선사에게 낱낱이 들통이 나서 감파(勘破)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