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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만만한 신학생(B)
"끝내고 말고 할 것도 없어. 모든 것이 명백한걸. 이건 모두 시시한 얘기들이야. 만일 자네에게도 호색적인 피가 흐르고 있다면, 자네와 한 뱃속에서 나온 이반은 어떨까! 그 사람 역시 카라마조프거든. 호색과 탐욕과 광신 ㅡ 바로 여기에 자네 카라마조프 일가의 모든 문제가 포함되어 있는 거야.
자네 형 이반은 무신론자이면서도 무언지 알 수 없는 지극히 어리석은 동기에서 장난삼아 신학적인 논문을 잡지에 싣고 있거든. 그리고 그것이 비열한 짓이라는 걸 자기도 잘 알고 있어 ㅡ 이것이 자네 형 이반이야. 뿐만 아니라 자네 형 드미트리의 약혼녀를 뺏으려 하고 있는데 아마 성공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그리고 또 드미트리 자신이 그걸 승낙해 주었으니 놀랄 수밖에.
드미트리는 어떻게 해서든 약혼녀와 손을 끊고 한시 바삐 그루센카한테 달려가고 싶어서 그 여자를 이반한테 양보하려는 거야. 게다가 모든 걸 자기의 청렴 결백한 성격에서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주목할 만한 일이지.
정말 하나같이 모두가 숙명적인 인간들이야. 이쯤 되면 도대체 뭐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스스로 자신의 비열을 자각하면서 그 비열 속으로 뛰어드는 거야!
자, 들어 봐. 지금 드미트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건 저 늙은이, 자네 아버지야. 그 영감은 요즘 갑자기 그루센카한테 미쳐서 그 얼굴을 보기만 해도 군침을 질질 흘릴 지경이지. 아까 장로의 암자에서 그런 추태를 부린 것도 실은 미우소프가 주책없이 그 여자를 가리켜 음탕한 잡년이라고 부른 데 원인이 있는 거야. 발정한 수코양이보다 더 심하다니까!
그루센카는 전에 술집과 관계가 있는 무슨 뒷거래 일로 급료를 받으며 영감의 일을 거들어 주고 있었는데, 요즘 와서 갑자기 그 여자의 용모에 홀딱 반해 미치광이처럼 여자를 설득하려 든 거야. 물론 그 설득 방법 역시 정정 당당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그 두 사람, 즉 아버지와 아들은 아무래도 이 길에서 충돌하지 않을 수 없는 거지.
한편 그루센카는 태도를 분명히 하려 하지 않고 아리송한 말을 하며 그 들을 조롱하고 있어. 어느 쪽이 더 유리 할지 기회만 엿 보고 있는 거야. 영감님 한테선 돈은 좀 뺏어낼 수 있겠지만 그 대신 결혼은 해 줄것 같지 않고, 또 나중에는 유태인 처럼 구두쇠가 되어 주머니 끈을 졸라매고 말지도 모르지. 이렇게 되면 드미트리에게도 그 나름대로 유리한 점이 없는 것도 아니지. 돈은 없지만 그 대신 결혼을 할 순 있으니까. 암,할 수 있고 말고!
돈 많은 귀족이고 대령의 딸인 데다가 보기 드문 미인인 자기의 약혼녀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를 버리고, 무식하고 방탕한 늙은 장사꾼 삼소노프의 정부 노릇을 하던 그루센카와 결혼하는 거야.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정말로 무슨 범죄적인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거든.
그리고 자네 형 이반은 바로 이걸 기다리고 있는 거야.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나 다름없으니까. 그토록 사모하고 있는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뿐더러 6만 루블이나 되는 그 아가씨의 지참금까지 손에 넣을 수 있으니 말이야. 그 사람처럼 알몸뚱이 하나밖에 없는 인간으로선 그 거금에 유혹당하지 않을 수 없을 테지. 더욱이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것이 자기 형 드미트리를 모욕하기는 커녕 오히려 굉장한 은혜를 베푸는 셈이 된다는 사실이야.
이건 내가 아는 얘긴데, 바로 지난주에 어느 술집에서 술에 취한 끝에 드미트리는 집시 계집들에게 자기 입으로 자기는 카테리나를 아내로 맞을 자격이 없는 놈이지만 이반이라면 그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큰소리로 지껄이더라는 거야. 물론 커테리나 이바노브나도 이반처럼 매력적인 남자를 끝내 거절 할 수는 없겠지. 벌써부터 두 형제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반은 대체 어떻게 했길래 자네들 모두를 그렇게 사로잡았지? 자네 식구는 하나 같이 모두 그를 숭배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렇지만 그 사람은 자네들을 조소하고 있어. 잘됐다, 너희들은 굿이나 해라, 난 앉아서 떡이나 먹겠다 하는 식이란 말이야."
"자넨 어떻게 그 모든 걸 알고 있지? 어떻게 그렇게 단언할 수 있어?"
알료샤는 미간을 찌푸리며 날카롭게 물었다.
"그럼 자넨 왜 그렇게 물으면서도 내 대답을 두려워하지? 그건 자네 자신이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자넨 이반을 싫어하는군. 이반은 돈에 유혹될 사람이 아니야."
"그래? 그렇다면 카테리나 아가씨의 이모는 어떤가? 문제는 돈만이 아니야. 하긴 6만 루블이라면 누구나 침을 흘릴만하지만."
"이반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 비록 몇만 금이 된대도 돈 같은 것엔 관심이 없어. 이반은 돈이나 평온을 구하고 있진 않아. 그는 아마 고뇌를 구하고 있을 거야."
"그건 또 무슨 꿈 같은 소리지? 정말 자네들은,,,,,,, 굉장한 귀족들이군!"
"이것 봐, 미샤, 이반은 폭풍우와 같은 영혼의 소유자야. 그의 머리는 한 가지 일에 사로잡혀 있어. 아직은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그의사상은 위대해. 그는 수백 만금의 돈보다도 사상의 해결을 바라는 인물중의 하나야."
"알료샤, 그건 문학적인 표절(票竊)이야. 아무튼 이반은 자네한테 굉장한 수수께끼를 던져 주었군!" 라키친은 적의를 숨기려 하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
입술이 비뚤어지고 얼굴색까지 변해 있었다. "그런데 그 수수께끼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어서 풀 가치도 없는 거야. 머리를 조금 움직이기만 하면 곧 알 수 있으니까, 그 논문 역시 우습고 어리석은 거야. 아까 그 사람의 엉터리 이론 ㅡ 영혼의 불멸이 없다면 선행도 없고 따라서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이론을 나도 들었지만(그때 자네 형 드미트리가 '명심해 두겠습니다!'라고 외치던 말을 자네도 기억하겠지), 그건 비굴한 자들에게나,,,,,, 아차, 내 표현이 거칠어졌군. 그건 좋지 않지,,,,, 비굴한 자라기보다는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심오한 사상' 을 가진 철부지 같은 떠벌이들에게나 매력을 주는 이론이야.
요컨대 지나치게 뽐을 내더군. 결국 그 이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편으론 승인하지 않을 수 없고, 다른 한편으로도 역시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라는 식이지. 결국 그 사람의 이론이란 비열의 덩어리야! 인류는 비록 영혼의 불멸 같은 것을 믿지 않더라도 선행을 위해서 살 수 있는 힘을 자기 자신 속에서 발견할 것이 틀림없어! 자유, 평등, 박애에 대한 사랑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거야,,,,,,,"
라키친은 거의 자신을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격해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만 해두지." 그는 아까보다 더 씰그러진 입술로 히죽 웃었다.
"아니, 자네 왜 웃는 거야? 나를 저속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천만에. 자네를 저속 하다곤 생각해 본 일조차 없어. 자넨 영리하긴 하지만,,,,,, 아니, 그만두세. 난 그저 무심코 웃었을 뿐이야.
난 자네가 흥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자네가 열을 올리는 걸 보고 짐작했지만, 자네도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에게 마음이 있는 거야. 난 벌써 오래 전부터 그렇지 않나 생각했었어. 그래서 자넨 이반을 좋아하지 않는거야. 자넨 이반을 질투하고 있지?"
"그리고 그 여자의 돈도 탐낸다고 덧붙이지 그래?"
"아니, 난 돈 얘긴 하고 싶지 않아. 자넬 모욕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자네가 말했으니 그대로 믿겠네만, 자네 집안이나 자네 형 이반이 어떻게 되든 내가 알 게 뭔가! 카테리나 문제가 없더라도 그 친구는 누구한테서도 호감을 살 수 없게 돼 있어. 자네들은 그걸 모를 거야. 그리고 또 내가 무엇 때문에 그 친구를 좋아하겠나? 제기랄! 그쪽에서 먼저 나를 헐 뜯고 있는 판에 나라고 그를 헐뜯지 말하는 법은 없지 않아?"
"나는 좋은 말이건 나쁜 말이건 형이 자네 얘길 하는걸 들어 보질 못했어. 자네 말은 전혀 입 밖에 내지도 않았어."
"그렇지만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사람은 그저께 카테리나의 집에서 나를 마구 헐뜯더라는 거야. 그 정도로 자네 형은 '이 충실한 하인' 한테 관심을 갖고 있어. 이쯤 되면 도대체 누가 누구를 질투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야!
뭐 이런 의견을 늘어놓더라나 ㅡ 만약에 내가 극히 가까운 장래에 수도원장이 되려는 출세의 꿈을 버리고 동시에 수도사를 단념 한다면, 그때는 반드시 페테르부르크로 가서 일류 잡지사에 들어가, 그것도 반드시 비평난을 맡아 보게 되는데, 한 10년 글을 쓰다가 나중에는 그 잡지사를 내것으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는 거야. 그 다음에도 계속해서 잡지를 발행하지만, 잡지는 반드시 자유주의적, 무신론적 경향을 취해서 사회주의적 뉘앙스, 다시 말해서 사회주의적인 색채를 약간 가미한다는 거야.
그러나 귀 만은 언제나 빳빳하게 추켜세우고, 즉 적에 대해서나 자기편에 대해서나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고 우매한 대중의 눈을 속이도록 한다는 거지. 자네 형의 해석에 의하면, 나의 출세 가도의 종점은 결국 이렇게 된다더군.
즉 사회주의적 색채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잡지의 예약금을 유동 자본에 돌릴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활용한다는 거야. 그리고 이럴 때에는 어느 적당한 유태인을 고문으로 채용한다더군. 그리하여 나중에는 페테르부르크에 거대한 빌당을 세워 편집부도 그쪽으로 옮기고 나머지 방들을 세를 놓는다는 거야.
심지어는 그 빌딩의 위치까지 지적하더라는군. 현재 페테르부르크에서 계획 중이라는 새 다리, 즉 네바강을 건너 리체이나야 거리와 브이보르그스카야 거리를 연결하는 노브이카멘느이 다리 바로 옆이라는 거야........ ."
"아니야,미샤, 그건 어쩌면 하나도 틀림없이 그대로 실현될지도 몰라!" 참다못해 알료샤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갑자기 이렇게 외쳤다.
"아니, 자네까지도 빈정거리긴가, 알렉세이?'
"아니,아니, 이건 농담이야. 용서하게. 나는 딴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건 그렇고, 도대체 누가 자네한테 그렇게 자세히 알려주었나? 누구한테서 그 얘길 들었어? 형이 그 얘기를 할 때 자네가 카테리나의 집에 있었을리는 만무한데?"
"나는 없었지만 그 대신 드미트리가 있었지. 나는 그 드미트리의 말을 이 귀로 똑똑히 들었어.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이 나한테 말해 준 것이 아니라 어쩌다 우연히 내가 그걸 엿듣게 되었던 거야. 실은 그루센카의 집에 가 있었을 때, 드미트리가 왔기 때문에 그 사람이 옆방을 떠날때까지 그 여자의 침실에서 나올 수 없었던 걸세."
"아 참, 잊고 있었는데, 그 여자는 자네 친척이라더군...... ."
"친척? 그루센카가 친척이라구?" 라키친은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며 외쳐댔다. "아니, 자네 정신이 나갔나? 제정신이 아닌가 보구먼!"
"왜 그래? 그럼 친척이 아니었나? 난 그렇게 들었는데......"
"어디서 그따위 소릴 들었어? 집어치워. 자네네 카라마조프 족속들은 뭐 굉장히 유서 깊은 훌륭한 귀족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쭐거리고 있지만, 자네 아버지만 하더라도 어릿광대짓이나 하면서 남의 집 식객으로 돌아다니고 동정을 받아 가며 부엌 한구석에서 붙어먹고 살지 않았느냐 말이야.
그야 물론 나는 승려의 아들에 지나지 않아서, 자네들 귀족의 눈엔 구더기만도 못한 존재로 보일는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장난삼아 사람을 마구 모욕하는게 아니야. 내게도 명예심이라는게 있어, 알렉세이. 내가 그 갈보 같은 그루센카하고 친척이라니? 제발 좀 그러지 말게!"
라키친은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제발 용서해 주게. 자네가 그렇게 성낼 줄은 몰랐어. 그런데 그 여자가 어째서 갈보라는 거지? 정말..... 그 여자는 그런 사람인가?"
알료샤는 갑자기 낯을 가렸다. "다시 되풀이하지만, 난 정말 들었어, 자네 친척이라고. 자넨 자주 여자한테 가지만 연애 관계는 없다고 자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는가? 정말이지 자네까지도 그 여자를 그렇게 멸시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 정말 그루센카는 그런 여잔가?"
"내가 그 여자를 찾아가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하지만 그런 얘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도 않네. 친척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해두지만, 오히려 자네 형이나 아버지가 자네와 그 여자를 친척이 되게 해줄 걸세.
자, 드디어 도착했군. 자넨 주방 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편이 좋을 거야. 아니! 저건 뭐야, 어떻게 된거지? 우리가 너무 늦었나? 저렇게 빨리 식사를 마칠 리는 없는데? 아니면 또다시 카라마조프 족속들이무슨 소동을 일으킨 모양이군? 틀림 없어. 저거 자네 아버지 아닌가? 그 뒤로 이반이 따라 나오는군. 수도원장한테서 도망쳐 나오는 거야. 저기 계단에서 이시도르 신부가 두 사람한테 뭐라고 소리치고 있군 그래. 자네 아버지도 손을 내저으며 고함을 지르고 있어. 확실히 욕설을 퍼붓고 있는 거야. 저런! 미우소프도 마차를 타고 돌아가는군. 저길 보게, 저길! 막시모프인가 하는 지주도 달려가고........ . 확실히 소동이 벌어졌어. 그러니 식사를 했을 리 있나. 설마 수도원장을 두들겨 패 준 건 아니겠지? 그럼 저 사람들이 얻어맞았나? 그렇다면 시원하겠는데!"
라키친이 떠들어 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정말 뜻밖의 놀랄 만한 추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영감(靈感)'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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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예상대로 뭔 일이 벌어졌나 보네요~~~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게 읽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