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5 하늘공원
매주 수요일에 빠뜨리지 않고 읽는 에세이가 있다. 각종 사건 사고, 억지 정략, 악다구니가 도배하는 신문 지상에서 따뜻하고 잔잔한 글이 실려있는 이 코너를 무척 좋아한다.
최근에 실린 월호 스님의 '나의 트라우마는 무엇인가?' (2015.10.7)와 권이복 신부님의 '내 삶에도 가을이 왔다' (2015.10.21)중에서 일부 발췌해 본다.
종교가 다르다. 불교와 카톨릭이다. 그럼에도 이 두 사람의 글에는 비슷한 점이 있다.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것보다는 비물질적, 내면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점이다. 모든 종교가 그렇듯이.
나의 트라우마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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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않는다. 태풍이나 지진은 종교의 유무를 가리지 않는다. 설혹 이러한 봉변을 당하지 않더라도, 선한 사람 이든 악한 사람이든 결국은 모두 늙고 병들어 죽는다. 이러한 진리를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눈앞의 변화에 급급하지 않고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에서 벗어나 생사에서 해탈할 수 있을 것이다.
-월호 스님 (2015.10.7 조선일보)
내 삶에도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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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가을 들녘, 참 아름답다. 황홀하다. 그렇다. 저 아름다움, 저 황홀한 빛은 곧 사랑의 아름다움, 사랑의 환희다. 마지막 하나, 가장 중요하고 가장 귀한 것 즉, 생명 그 하나만을 남기고 모든 것을 다 버리는 것, 곧 사랑 그 사랑의 빛이다. 그래서 저리도 아름답다. 그래서 저렇게 황홀하다. 이제 가을이 저물어간다. 버려야 한다. ......... 이제 곧 겨울이 온다. 그때 내 의사와 상관없이 억지로 빼앗기기 전에 나 스스로 버려야 한다. 그래야 아름답다. 그래야 살 수 있다.
- 권이복 신부님 (2015.10.21 조선일보)
월호 스님은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을 때'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에서 벗어나 생사에서 해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이복 신부님은 '생명 그 하나만은 남기고 모든 것을 다 버리는 것' 이 사랑 그 사랑의 빛이라고 글을 썼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구글 명상 전문가 '차드 맹 탄'은
1단계, 마음을 평온하게 하면 지속적인 기쁨에 이를 수가 있고, 2단계, 자기 인식 훈련을 통해서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고, 3단계, 가장 중요한 것은 친절한 마음과 자비의 습관을 들이는 것이
내적 평화와 행복한 삶에 이르는 길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내세와 전생의 실재 여부를 알 수 없다. 미래와 부정확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과거라는 것의 진실 여부도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현생이고, 지금 뿐이다.
지금, 영육이 건강하고 편안해야만 밝은 미래를 꿈꾸면서 기쁨을 누릴 수 있고,
부정확한 과거 더미 속에서, 좋았던 것만을 떠올리면서 행복하고 달콤한 추억에 잠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일요일에, 조조 영화로 '인턴'을 보았다.
남자 주인공 벤(로버트 드니로)의 삶이 그토록 근사하고 멋지게 보이는 이유가 무얼까?
'사랑하고 일하고, 일하고 사랑하라. 그게 삶의 전부다' 영화 카피다.
'인간답게 사는 데에 필요한 것은 아주 간단하다. 사랑할 사람과 할 일, 이 두 가지 뿐이다' 프로이드의 말이다.
주인공 벤은 주위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를 맺으면서 일을 하고, 사랑하면서 살기 때문에 근사해 보이는 것이다.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에서도
'삶의 목적은 생존과 번식이고, 행복은 그 수단이다.'
'우리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라고 행복을 설명한다. (음식과 사람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사족을 붙인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풍경 사진을 찍고, 정리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사진 속에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다르다는 것을.
사람이 있는 사진이 아름답고 편안하다.
그리고 사람이 있는 곳에 사랑도 있더라.
2015.10.15 하늘공원 계단입구 메타세콰이어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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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산다는 것에 대하여 :) 원문보기 글쓴이: 미네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