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의 희비쌍곡선
도로교통공단에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운전을 받으라는 안내편지가 왔다. 만 75세가 넘으니 올해 꼭 받아야 운전면허를 갱신할 수 있단다.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세월의 무상함을 아니 느낄 수 없었다. 또 교육은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단다. 전화를 걸면 또 이리저리 돌릴 것 같아 나는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였다. 도로교통공단을 찾아가 몇 번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겨우 예약을 하였다. 인터넷을 매일 하면서도 쉽게 접근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았다.
일주일 후의 예약을 끝내고 위치를 알 겸 공단을 찾아가고 싶어 인터넷 지도로 찾아 기억해놓고 출발을 하려니까 아내도 따라 나선다. 아무래도 내가 운전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어 따라 나서는 것만 같았다. 근처에 갔으나 찾지 못해 한 바퀴 돌아서 다시 가니 아까 못 본 곳에 공단이 있지만 주차 공간이 없어 그냥 지나치니 근처에 유료주차장이 보이기에 들어가려다가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 점심이나 먹고 들어가려고 근처에 있는 대형 마트로 들어갔다. 5층은 여유 공간이 있지만 4층에도 주차 공간이 있다고 아내가 가자는 바람에 들어가 이리저리 돌아보아도 주차공간이 쉽게 눈에 안 띄어 5층으로 올라가려니 길이 없고 내려가는 길만 나온다. 할 수 없이 내려가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원래 그렇단다. 그래서 다시 한 바퀴 돌아 5층 주차장으로 올라가서야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식사시간이 되어 우선 점심부터 먹었다.
마트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간 것이다. 사진을 찍으니 15분 후에 오란다. 둘이 따로 헤어져 각자 물건 구경을 했다. 나는 서점에서 책 구경으로 시간을 보내고 사진관으로 갔다. 서점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곳에서는 10% 할인을 하지 않는단다. 그렇다니 내가 책을 살 필요가 없어 그냥 나오고 말았다.
드디어 교육일이 다가왔다. 어제 장소를 확인해보니 도로교통공단이 아니라 의정부 자동차면허시험장이다. 내가 직접 가려니까 딸이 데려다준단다. 내일이 딸 생일인데 모임이 있다고 오늘 우리 식구끼리 만나서 점심을 먹기로 한 것이다.
면허시험장에 도착을 하였지만 어디에서 교육을 받는지 몰라 본관으로 들어가니 3층에 안전교육장이 있다. 3층으로 가니 직원이 어떻게 왔느냐고 물어 대답하니 이곳이 아니고 앞 건물이란다. 다시 내려가 앞 건물로 들어가니 접수를 받는다. 3층은 일반인 안전교육장이고 이곳 1층은 고령자 안전교육장이다. 예약과 면허증을 확인하고 간단한 문답을 거쳐 자리로 안내한다.
교육은 검사가 우선이다,
그냥 시각기능, 청력기능, 신체기능, 인지기능 등을 한다. 사전에 무슨 검사가 있는지 강사가 설명을 잘 해준다. 안내가 있어야 시험에 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앞에 놓인 모니터를 보고 검사를 할 차례이다. 또 실제로 검사에 들어가도 미리 어떻게 하는지를 연습할 수 있다. 실수하면 다시 반복해서 연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 시험에 들어가서는 한 번쯤 연습하는 것으로 나는 시험에 응했다.
책상 위에는 내가 모니터에 입력하는 막대가 하나, 그리고 단추가 초록, 노랑, 파랑 셋이 있고 초록에는 숫자 1, 노랑에는 2, 파랑에는 3이라는 숫자가 붙어있다. 그러니까 막대는 상하좌우 네 군데로 방향을 잡아 움직이는 것이고 세 단추는 색깔과 숫자 두 가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우선 연결하기가 나온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단어가 두 번, 숫자 1 2 3 4 5 6 7 8이 나와 있다. 그러면 1 봄 2 여름 3 가을 4 겨울 5 봄 6 여름 7 가을 8 겨울을 차례로 연결해야한다. 또 요일이 월 화 수 목 금 토 일과 숫자 1부터 21까지 나와 있는 것을 차례대로 연속 연결하는 것이다.
도로표지판 기억하기가 있다. 운전을 하면서 표지판에 목적지가 나오면 좌회전 우회전처럼 간단한 것이 나오다가 조금씩 복잡한 것이 나온다.
지나가는 자동차 번호를 기억하기도 나온다. 처음에는 천천히 지나가지만 점점 속도가 빨라지니 열심히 들여다보고 번호를 기억해야한다. 기억해야할 번호와 비슷한 번호가 뜨니까 정확하게 골라야한다.
단순히 차번호를 기억하라고 해놓고 곧바로 묻지를 않고 다른 더하기 빼기 등 산수 문제를 하나씩 중간에 넣는다. 계산하는 동안에 먼저 기억라고 한 차 번호를 기억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길 찾아가기도 있다. 예를 들어 직진하다가 좌로 한 번 우로 두 번 목적지인데 화면이 완전히 바뀌면서 방금 나왔던 목적지를 찾아가라는 것이다. 기억하지 못하면 찾아갈 수가 없다.
똑같은 표지판을 고르는 것은 대략 30여개의 다른 여러 가지 표지판이 섞여있지만 그중에서 예시한 표지판 여러 개 모두를 찾아야 끝나는 것이다. 하나만 찾으면 되는 줄 알았다가 나중에 다 찾아야하는 것을 알았지만 시간이 모자라 놓친 다음에는 시간도 줄이면서 다 찾아내었다. 한 종목에서 10개 문제가 나오기도 하고 다른 종목에서는 12개의 문제가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화면에 4대의 차가 나와 있다. 그중 세 자동차는 같은 방향이고 한 자동차만 다른 방향이다. 그러면 한 자동차 가는 방향으로 막대를 움직여야한다. 차츰 문제가 복잡해서 자동차가 자꾸 늘어난다. 정답은 방향이 다른 한 자동차의 방향으로 막대를 움직이면 된다.
정신 차리고 열심히 손으로 그리고 입으로 외우면서 집중하여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열심히 풀고 나니 강사님이 지나가면서 점수 아니 판정 결과를 확인하고는 놀란다. 잘 나왔단다. 올해 검사에서 한 명만이 2등급이 나왔단다. 이렇게 나오면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보험료를 5% 깎아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단다. 하지만 나는 딸과 함께 운전한다니까 해당 안 된단다.
검사는 능력에 따라 사람마다 끝나는 시간이 달라질 수가 있다. 결과에 따라 검사장 한 구석에 칸막이를 해놓고 그곳에서 면담을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왜 하는지를 몰라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다. 여러 사람과 면담을 하였다. 하지만 나는 결코 부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검사결과가 안 좋으면 면담을 하고 결과가 저조하면 재검사까지 받아야하나 보다. 나는 면담 없이 통과된 것이다. 우~후!
검사가 끝나고 나서 안전교육이 다시 시작되었다. 고령자 운전사고가 증가한다는 이야기부터 안전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세세히 알려준다. 꼭 필요한 교육인데도 우리는 너무 무심하게 지내온 것이 많았다.
교육이 끝나니 「교통안전교육 확인증(75세 이상)」과 「운전능력진단결과표」그리고 도로교통공단이 발행한 「안전교육」 책자까지 준다.
인사도 바쁘게 꾸벅하고 나와 다시 본 건물로 가서 운전면허 갱신을 신청하니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란다. 다 쓰고 다시 가져가니 2년 이내에 건강검진 한 사실을 묻고는 건강검진 때 받은 자료로 확인하고 도장까지 찍어준다. 사진을 붙이고 구 면허증을 제출하니 5분도 아니 되어 새 운전면허증이 나왔다.
저녁에 아내와 함께 방송을 보니 부산이 나온다. 내가 피난시절 2년 반 동안 국민학교 다녔고 군에서 신병교육 후 부산으로 배치되어 8개월 정도 근무했던 곳이라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특히 군 생활 중 가까이 지내던 전우가 부산에 사는데 40년 전 한 번 만난 후 못 만났다. 그 친구도 만나고 싶다. 아내는 기차를 타고 한번 가보잔다. 나는 차를 가지고 가고 싶다고 했더니 아내는 차로는 안 가겠단다. 그러니 부산 간다는 이야기는 물 건너 간 것이다.
1988년 운전면허를 따고 곧 할부로 프라이드 자동차를 샀다. 색약인 내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색 약 검사에 대비했지만 그냥 삼색등만 구별할 줄 알면 신체검사는 통과 면허를 받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운전을 하였기에 자동차는 많이 봐 왔지만 실제로 내가 차를 갖게 되다니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열심히 혼자서 연수를 하고 전국 방방곡곡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는 차를 산 이후 우리의 문화가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맞다. 나의 인생, 아니 우리부부의 인생이 달라진 것이다.
이제 운전 경력 30년에 나이가 고령자로 들어가고 특별 연수까지 받는 날이 온 것이다. 운전에 대한 미련은 많이 남아있으니 이제 운전대를 놓느냐 더 잡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어쩌면 하루 먼저 아니 일 년 먼저 놓았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련만 아직도 미련, 미련이 자꾸 남는 것은 어찌해야하나.
이제 운전 이별여행을 언제 가야할까? 그 어느 강가에서 아무래도 한바탕 울음이 터질 것만 같다.
첫댓글 나도 똑같은 경우에도 해당되기 때문에 남의일 같지가 않네요. 7월 안에 교육을 받고 면허증도 갱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운전에 자신감이 자꾸 없어지고 야간운전은 거의 피하는 편입니다. 몇년안에 운전도 손놔야 할 듯 하고 면허증도 반납하려니 서글퍼 지기도 합니다.
아~하, 역시 동지가 한 명 있군요. 나도 요새 잘 타지 않기는 해요. 하지만 못한다면 정말 서운해질 것이 틀림 없어요.
1988년도 면허이니까 30년이 넘었지요. 목포에서 배로 제주도까지 신나게 잘 다녔는데---.
미리미리 준비하고 예약 후 가야합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기 바랍니다.
정민이 형!
'그 어느 강가에서 한바탕 울음' 말고요...
몇 사발 막걸리 마시며 한바탕 웃어봅시다!
울기는?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