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경허스님의 제자중 수월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수월스님은 특이한 경우로 참선이나 용맹정진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니고
오로지 천수경 하나에 매달려 오도(悟道)를 한 셈입니다.
수월스님은 천수경 외기를 즐겨 하였으며 낮이나 밤이나 항상 천수경을 외고 다녔고
일찍이 짚신 삼기의 명수였던 스승 경허로부터 짚신 삼기를 배워 짚신을 삼거나 땔감을 하면서도 한시도 천수경을 외지 않은 적 없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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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스님은 어느 탁발승이 전해준 수행이야기를 듣고 감명받아 1883년 서른이 다 되어
경허스님의 친형 태허 성원스님이 주지로 계시는 천장암을 찾아 행자로써 나무꾼 생활을 합니다
1887년 겨울 어느날 절 아래 있는 물레방앗간에 내려가 방아를 찧으면서 여전히 천수다라니를 지극정성으로 외우며 일을 했다 합니다.
밤늦게 절로 돌아오던 태허가 물레방앗간 앞을 지나다 돌확속에 머리를 박고 아이처럼 잠들어
있는 수월을 발견하고 급히 끌어냈다 합니다. 그 순간 방앗공이는 다시 ‘쿵 쿵’ 소리를 내며
방아를 찧기 시작했고 이때 그의 순전한 수행력을 인정한 태허가 다음날 법명과 사미계를 내려 정식으로 출가를 인정했고 경허를 법사로 정해 주었다 합니다. 이후 수월은 스승 경허가
일러 준대로 종일 일하면서 죽기 살기로 천수대비주를 외웠다 합니다.
그해 수월은 용맹정진을 했는데 이레째 되는 밤 몸에서 불기둥이 뿜어져 나왔다고 합니다.
이처럼 방광를 체험한 수월은 세가지 특별한 힘을 얻었고 잠이 없어져 버렸으며, 앓는 사람의 병을 고쳐줄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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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월은 무슨 고상한 경전을 읽고 이를 외워 따지기 보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누우나 오직 단 한 가지 천수경을 외고 다녔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천수경은 수월스님의 화두요 공안이었던 셈입니다.
스님에겐 이 화두가 오직 정신을 집중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겠지요.
천수경은 천개의 손을 가진, 그 손바닥 하나하나에는 눈이 있어 천개의 눈을 가진 천수관음을 향해 비는 송주인 것입니다.
천수(千手)는 자비의 관대함을, 천안(千眼)은 지혜의 원만자재함을 나타내며 천개의 눈으로 모든 중생들의 고통을 보고 그 손으로 구제한다는 염원을 상징하고 있는 것입니다.
천수관음(千手觀音)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민간신앙이고 천 년이 넘는 삼국시기부터 비롯된
것으로 신라 경덕왕때 기록된 삼국유사의 이야기를 예로 살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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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왕때 한기리라는 마을에 사는 희명이란 여자아이가 태어난지 5년 만에 갑가지 눈이 멀었다 합니다.
어느 날 그 어머니는 이 아이를 안고 분황사 좌전 북쪽 벽에 그려져 있는 천수관음 앞에 나아가 아이를 시켜 노래를 지어 빌게 했더니 멀었던 눈이 드디어 뜨였다는 겁니다.
그 노래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무릎을 세우고 두 손바닥 모아
천수관음 앞에 나아가 비오나이다.
일천 손과 일천 눈 하나를 내어 하나를 덜기를
둘 다 없는 이 몸이오니 하나만이라도 주시옵소서.
아아,
나에게 주시오면 그 자비 얼마나 크시리이까. “
분황사는 오늘날에도 옛 터 자리가 남아 있는 경주 구황리에 있던 절로 눈먼 아이가
천개의 눈을 가진 천수관음에게 그 천개의 눈 중에서 하나를 내어 눈먼 자신을 눈뜨게 해 달라는 애절한 내용이 이처럼(삼국유사)의 옛 기록에가지 실려 있으리만큼 천수관음에 대한 민간 신앙은 오래 되고 깊은 것이었습니다.
수월 스님이 언제 어디서나 천수경을 지극정성으로 외고 다님으로써 마침내 천수경의 독송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은 마치 하나의 눈을 얻어 눈을 뜨게 된 것과 같은 인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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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가지 작은 희망을 가져 볼 수 있지 않을까요?
8만4천 손가락을 가지고 계시는 부처님이시니 우리는 이 얼마나 많는 방편을 옆에 두고 있는지 깨닫고 이중 어느 하나만으로도 달을 향해 갈 수 있다고 하였으니 정말 지극정성으로 앉으나 서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의지한다면 못 갈꺼 없다는 것이지요.
설령 우리가 이번 생애 못다 이룬다 한들 인간 몸 받은 이 시간 수행으로 한가지 외고 외고
수지하여 짊어지고 갈 수만 있다면 까짓꺼 우리라고 언제나 멀리 있는 깨달음이 아니겠지요.
또 하나 우리가 새겨 볼 것은 글이나 문자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혜를 얻는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수월스님을 일대기를 읽으면서,
늘상 범선스님께서 말씀하신 불교는 바로 지식을 깨 부수는 것이라! 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됩니다.
해 보자구요!
안되는게 아니라 안해서 그런것이다!!
일화합장.
첫댓글 일화님♡ 이끌어 주심에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