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쓴 글 '남의 집 귀한 자식'에 보면 -> 옆에 은유의글에 있습니다.
제가 귀한 자식의 난을 일으킨 에피소드가 나와요.
회사에서 회의할 때 상사가 의견을 개진하는 제게 (세월호 관련 책축제 기획) "그게 왜 필요한데?" "왜 꼭 해야하는데?"라고
몇 번을 말했어요. 말은 원래 기표만 오는 경우는 없죠. 뉘앙스+눈빛+강도 등 '비언어적 요소'가 딸려오니까.
저는 그 말이 다그치는 것 '처럼' 느꼈고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머리로 판단하기 전에 (창피하면 얼굴 발게지듯)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눈물이 쏟아졌어요.
그리고 "저 귀하게 자랐어요.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라고 정.중.히. 말했어요.
울긴 울었지만, 남들은 울일도 아닌데 나는 울어서 상사에게 미안했어요.
무안하기도 하고. 신입사원처럼 말이죠. 나이는 45세인데 회의하다가 울다니.
제가 울기까지 하니까 그 상사도 놀라서 사과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그 상사가 (다른 회사 대표도 겸함) 회의하다 서류도 집어던지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전 몰랐죠.
이건 자랑도 아니고 자책도 아니고, 그냥 제 감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드리는 말씀이에요.
수유너머에서 공부할 때도 유명한 어떤 선생님이 학인에게 "이걸 글이라고 써왔냐"라고 말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이 됐었고, 저는 속으로 생각했죠.
'인문학을 공부하는 곳도 제도교육 기관이랑 소통법이 똑같네? 저 사람은 뭘 공부하는 거지?'
그런 말을 들은 학인들이 얼마나 글쓰기가 늘었는지 - 그걸 누가 판단할지 -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라면 그런 말 듣고 가만히는 안 있었을 것 같아요.
<글쓰기의 최전선>에도 나오듯이 저는 글쓰기 야매;로 배웠어요.
공부모임에서 세게 합평 받으면 글쓰기를 익힌 게 아니라 독학으로 느리게 삶속에서 글쓰기를 훈련하고
선배들의 호의어린 조언을 도움 받으며 배웠으니까요.
"지영아, 이렇게 써보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말들을 들었어요.
사람은 자기가 배운대로 가르치니까 저도 5년간 수업하면서 주로 이렇게 소통했어요.
"이렇게 쓰면 더 낫겠어요."
저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엉망인) 처음은 있는 것이고, 그걸 뭐라고 하면 너무 무안하고 사기저하되니까
또 사실 쓰면서 점점 나아지는 측면이 크니까, 느긋하게 개개인 역량과 결을 살피며 임했죠.
글쓰기는 시간을 견디고 '지속적인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는 배워지니까
저에겐 "빨리 나아지기"보다 "계속 쓰게 하기"가 중요한 문제였어요.
지난시간 합평 때
후시딘샘이 "이런 글 일기장에 써야되는 거 아닌가요?" 라는 내용의 말을 했을 때
(그분의 호의나 진정성 상호 발전을 위한 비판인데도 불구하고)
일단 저는 깜짝 놀랐어요. 누차 말씀드리지만 개인의 감각 차이입니다.
마음이 조마조마했어요.
그래서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말라. 써도 되는 글이 있고 안 써도 되는 글이 있는 건 아니다."라는 맥락의 말을 했죠.
그에 대해 (이후 여러 게시판 논쟁들이 더해지고)
후시딘님이 '입막음 당했다'라고 생각하셨고 오늘 제게 문자를 주셨어요.
내일부터 못 나갈 거 같아요. 끝까지 하고싶은데 아쉽네요.. 뭐 이렇게요.
제가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했더니, 전화 통화 가능하시냐 해서 통화를 했고.
지난수업에 대한 서운함, 감정들을 얘기했습니다.
각자 생각하는 좋은 글쓰기 방법도 나왔고. 후시딘님은 '더 세게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 합평을 통해 자신의 글쓰기를 8할을 배웠다 하셨어요.
그 말에, 제 판단을 내려놓고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내가 너무 유리멘탈로 합평에 임했나? 저를 돌아봤죠.
더 센 말도 학인들에게 필요하고 좋은 자극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내 경험에 갇히지만은 말자!
나름은 생각하고, (니체의 말, 들을 귀가 없는 자가 나는 아니었나 반성도 하고)
"그럼 내일은 나와서 같이 의견을 나눠달라" 했고,
후시딘도 "내일 나갈게요." 하고 끊었어요.
제가 문자로 '좋은 얘기들 고맙다. 내가 말을 차단한 게 될 수도 있으니 게시판에 글 올리겠다' 하고
저 아래 '있는 그대로의,' 게시물을 썼습니다.
그리고, 후시디님이 정말 나가고 싶은데 나가지 못하게 내가 억지로 잡으면 안 되니까,
정히 내키지 않으시면 환불해드릴게요. 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으셨어요.
그리고나서 제 글에다 댓글을 달았어요.
'저 보라고 올리신 글이죠?'라고. '아름다운 배려' 운운하시며.
저는 당황스럽고 불쾌하고 왜 배려하는 합평이 조롱이 되어야하는지 어리둥절도 하고 그랬죠.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이유는.
저 아래 댓글로 오고가는 이야기의 맥락을 알려드리는 게 나을 거 같아서입니다.
그리고, 저처럼 '무명 작가'에게 글쓰러 오는 분들에게 제가 가진 거 무엇이라도 다 최선 다해 전해드리고 싶고
그래야할 텐데. 저는 그냥 이정도의 사람입니다. 아직도 좋은 글이 뭔지 몰라 헤매고,
조금 센 말에도 벌벌 떨고 그럽니다.
그리고 글쓰기 자체보다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지향하느냐' 하는 점,
(삶의) 가치추구적인 글쓰기에 가깝습니다. 치유-힐링이 아니라 응시-성찰이라고 책에도 구구절절 한권 통째로 썼고요.
취업이나 논술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음도 서문에 얘기했습니다. 목적없는 글쓰기에 가깝다고요.
저랑-학인들이랑- 같이 공부하는 이 모임에서
더 이상 얻어갈 것이 없고 마음고생만 하고 힘들면 같이 공부하기 어렵겠지요. 순리대로해야죠.
내일은 만나서 여러분들 생각 듣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온라인에 강한 분은 글로 미리 써주셔도 좋고요.
더 좋은 글쓰기 공부가 되는 ,도움이 되는 공부의 방향과 합평의 윤리적인 지점을 같이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떤 말들까지 견딜 수 있나, 있을 수 있을까, 열어놓고 이야기 나누고싶습니다.
** 후시딘님, 제가 인신공격 같았다고 말한 점, 죄송해요.
본의를 왜곡했고, 지레 제 판단을 앞세웠습니다.
첫댓글 전 온라인에 강하지만(누구 생각?), 오프라인에서 제 '패'를 보이겠습니다. 잠도 못 주무셨겠네요. ㅠㅠ 좀 주무세요.
제가 여행중이고, 와이파이 잘 안되고 데이터 엄청 느린곳에 있어서 지난 일주일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합평 방법에 관한한 제 생각은 기본적으로 은유샘과 같아요. 저도 다른 곳에서 공부하며 들은 풍월로는 "이걸 글이라고 써왔냐"며 종이를 던졌단 얘기도 들었어요. 그런 얘기 들으면서 그건 좀 아니지 않나..은유샘 말처럼 글이란건 계속 쓰는게 중요한데 혼나면서 가슴 벌렁이며 어찌쓸까 싶어요. 그렇게 안해도 쓰기 힘든게 글인데.
여튼..전 다른분들 잘 모르고 저 역시 합평시간에 상처되는 말 했을지 모르지만..글과 말이 사람을 온전히 다 나타내는것 아니니(자신을 온전히 드러낼만큼의 필력이 아직 없기에) 알아가는 과정으로 알고 조율하며 글쓰기를 계속하면 좋겠어요.
구라파 계시면서, 마음 한 자리는 한반도 서울 홍대입구 언저리에서 어슬렁거리셨구나. 감동입니다요. 서로 얼굴 보며 얘기 잘 했어요. 마음 한 구석만 내주면 될 일인데 얼굴 안 보고 얘기하니 오해가 커져서. 여행사진, 추억거리 많이 가져오세요. 몸 건강히 10월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