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정부는 ‘미래형 지식정보 서비스 기반구축을 위한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2003~2011)'(이하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은 그동안의 여러 도서관 관련 정책을 종합하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과 전망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도서관 개혁을 위한 여러 방안들을 담고 있다. 종합계획은 도서관을 지식정보 사회 국가지식 인프라의 핵심기관으로 규정하고 문화복지․평생교육 시대 국민들의 자발적 문화체험과 학습공간으로서의 도서관 기능 확대 및 전환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서관을 통해 전 국민의 지식정보 활용능력을 한 차원 높이고 균등한 정보접근 기회를 제공하여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해소하겠다는 정책의지도 담은 것은 그동안 계획과 비교해 진일보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주로 공공도서관에 치중했던 것을 탈피해 학교와 대학도서관은 물론 전문도서관과 특수도서관까지도 아우름으로써 정책의 효율성을 크게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계획은 도서관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담고 있는데, 그 궁극적 목표는 도서관 확충과 운영의 활성화를 통해 도서관이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역점 추진과제로는 도서관간 네트워크 구축 확대로 도서관 협력 기반을 조성하고, 전문인력 양성 및 확충을 통한 도서관 기능 활성화 도모, 도서관 콘텐츠 확충을 통한 이용자 서비스 내실화, 지역 내 커뮤니티의 구심체로서의 도서관 환경 개선, 시민단체․언론계 등과 연계한 도서관 문화운동을 전개한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종합계획이 발표될 당시 예산확보 방안이 확실하게 언급되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2003년 들어와 문화관광부가 종합계획 세부계획 수립지침을 발표하고 체계적인 추진에 나서고 있어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도서관계에서는 정부의 종합계획을 충분히 이해하고 도서관 현장에서의 주도적 개혁노력에 적극 나설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체적 노력은 또한 주변 부문과의 긴밀한 협력과 이해조정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도 도서관은 그 핵심적인 부분인 장서, 즉 콘텐츠에 있어 출판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종합계획의 핵심적 부분의 하나도 도서관 콘텐츠 확충인 만큼 종합계획의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도서관계와 출판계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서 계획의 성공적 수행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정부의 종합계획이 출판계와 도서관계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미래의 청사진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종합계획에서 출판계와 관련 있는 부분은 적지 않다. 우선 도서관 기본 콘텐츠인 장서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공공도서관 운영예산의 12%에 불과한 자료구입비를 단계적으로 20%까지 확대 유도할 계획이며, 학교도서관 경우도 학생 1인당 5.5권인 장서를 10.0권으로 확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전자출판물이나 온라인 저작물(e-book 등)에 대한 구입비중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도서관계의 현안문제인 자료의 제적, 폐기제도의 현실화를 통해 신간자료의 원활한 확충을 유도할 방침이다. 나아가 문고에 대한 자료구입비 지원 계획과 이동도서관이나 소규모 도서관 확충도 계획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도서관 장서의 큰 확충이 기대된다. 이에 더하여 국가대표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에 서지․문헌정보 유통의 표준화를 위한 ‘정보분석전문센터’를 설치, 운영하여 CIP나 DOI, ISBN과 ISSN 등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게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민관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출판단체, 독서운동 단체, 도서관 단체 등을 망라한 민간단체 협의체 구성을 통한 상시적 협력체제를 만들고 독서진흥 및 도서관 콘텐츠 확충을 위한 범국민적 운동 전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제반 문제들의 구체적 실천은 정부의 역할도 있겠지만 출판계와 도서관계의 상시적 협력을 통한 자발적인 실천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에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이라는 청사진을 받아들고 도서관계 나름의 자기 개혁은 물론 출판계 등과의 협력기반을 시급히 조성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동안도 늘 상호 협조적 자세를 가지고 사안에 따라 협력을 해왔지만, 이번 기회에 아예 상시적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 출판계와 도서관계, 그리고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을 통해서도 그러한 작업들을 추진할 수도 있겠지만, 출판계와 도서관계 간 실효성 있는 협력을 위해서는 실천성을 담보한 실무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겠다. 그 실무조직에서 할 일은 무엇이어야 할까? 그것은 기본적으로는 상호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각종 모임이나 홍보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과 함께, 도서관의 장서구성과 장서확보 과정에 필요한 정확한 정보제공을 위한 각종 목록 등의 작성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공동의 독서진흥 운동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이에 대한 두 부문의 실질적 대화와 투자가 있으면 한다.
이 조직은 도서관계와 출판계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객관성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즉, 투자와 지원은 하되 자발적 판단과 실천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제 우리들 앞에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청사진은 주어졌다. 많은 부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도서관이 해야할 일들로 채워져 있지만, 그동안과 같이 출판계가 계속적으로 지지와 지원을 해 주시리라 믿는다. 최근 출범한 참여정부의 신임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께서는 “각 분야에서 스스로 고민하고, 의견을 모으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도록 하며 정부는 지원만 할 뿐 민간에 권한과 책임을 대폭 넘겨주는 것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을 정책기조라고 밝히셨다. 이제 도서관 발전을 기반으로 한 출판 활성화의 계기를 담은 청사진이 제시되었다. 자율능력의 실험대에 올랐다고도 할 수 있다. 출판계와 함께 이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