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한비 장창은 순자의 유일한 제자였다.
이사는 영정을 도와 통일 대업을 완성, 천고제일의 정승이 되었고
한비는 법가 학설을 극단으로 밀고 나가 진나라 때에 거의
성인으로 받들어졌다.
순자의 이 두 제자는 능력도 노력도 뛰어났다.
스승인 순자는 천수를 누리고 죽었으나
두 제자는 처참한 방식으로 생을 마감했다.
순자는 이사가 이익중심사상과 도를 가벼이
여김은 본말의 전도요 으르렁 발톱을 휘두르는 강대국인
진나라에는 '소프트웨어'가 없음을 간파했다 시대는 소란스럽고
국가기관은 삐걱이며
굉음을 울리고 있었다. 이때 이사와 한비가 간략화를
앞세우며 그들의 뜻은 진나라에서 실현되었다.
상앙의 변법을 거친 뒤 문화적으로 낙후된
진나라는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진나라의
꿈과 이사의 꿈이 겹쳤다.
천고 제일의 황제, 제일의 재상, 천고의 대참극
배우와 줄거리 모두 충격적이었다.
앞선 상앙도 전사한 후에 거열형을 받고 일족이 멸해졌지만
그의 변법주장은 진나라가 받들어 시행했다
이사는 '지식인'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가 평생 쓴 글은 매우 적다. 오직 목표가
된 독자도 제왕 한 명뿐, 뜻을 이루면 글 하나가
역사를 뒤흔들고, 실패하면 글자 하나하나가
애달픈 비명이 될 따름이다.
샤리쥔이 말하는 오매불망 오로지
비첩심리인 것이다.
기원전 230년 한나라를 멸망시키고
기원전 221년 제나라를 멸망시키기까지
이사는 십 년 동안 제국 여섯 나라를 잡초를
뽑아내듯 없애버렸다. <긴축객서>와 '분서갱유'
사건을 지나고 승상으로 승진한 이사는 뜻밖에
생존에 대한 초조한 염려가 그림자처럼 따르게 된다.
이사의 꿈, 생존의 거대한 꿈은 또 하나의
진행 중인 악몽이었다.
핏물이 벽돌을 적시는 피의 제국에서 이사는
제국의 이인자인 자신이 실로 하찮은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한편 분서갱유라는 '혁명'을 입고 극도로 간략해진 제국에서
이미 늙은 '문담' 이사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시황이 객사를 하고 이사와 조고는 반역의 마음을 합했다.
그들이 앉힌 호해황제의
보좌밑으로는 선혈이 콸콸 흐르고 있었다
천하무적의 제국은 자살하고 있었다.
이사를 무너뜨린 조고의 아첨능력은 이사의
그것을 뛰어있었다.
기원전 208년 13년 뒤이자 시황이 죽고 2년 뒤에 이사는
대역죄로 함양에서 요참형을 당했고 삼족이 멸했다.
사마천은 이사열전에서 "누렁이를 데리고 사냥을 가고 싶구나"
라고 말하며 장남의 손을 잡고 서로 통곡하며 끌려갔다고
상상력을 발휘해 이사의 마지막 장면에 아들과 누렁이를 불러내었다.
삼족의 멸함이라면 수백 명은 족히 되었을 터인데 그들은 평생
이사의 얼굴이나 한번 보았으며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도 있었을 터인데
사마천은 이사등뒤의 수많은 이들에 넋이라도
달래고자 누렁이와 통곡소리를 소환한 것은
아니었을까.
제국은 이미 피비린내 나는 고기 분쇄기가
되어버렸고, 피를 좋아하는 관성은 그것을
통제하는 사람까지도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체제와 이 사람들은 무슨 약을 먹었을까..?
이 처참한 비극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슬프고 처량한 이사와 짧고 비참했던 진나라는
수천 년 황제 권력의 역사의 출발점에서
느낌표처럼 우뚝 서있다.
<신연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