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아이들이 싫어하는 채소를 먹이기 위해서 시도하는 방법 중 하나는 당근 등의 채소를 하트나 동물처럼 예쁘고 재밌는 모양으로 자르는 것이다. 맛없는 당근이 귀여운 곰돌이로 변하면 아이들은 거부감 없이 맛있게 당근을 먹는다.
최근 방송가에는 ‘재미’있는 시사프로그램이 유행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입담 좋은 진행자가 나와서 어려운 시사이슈들을 쉽게 풀어내준다. 출연하는 패널들도 시청자가 이해하기 쉬운 수준으로 최근 이슈를 분석해내고 친근하게 토론한다. 큼지막한 자막과 효과음은 마치 예능을 보는 듯하다. 어렵고 귀찮기만 했던 시사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이 소위 ‘시사예능’의 특징이다.
한편에선 이러한 시사예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다.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공공성을 지켜야하는 시사프로그램의 본질이 오락화로 인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사예능의 흐름이 종편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것임을 지적하며 프로그램의 목적 자체가 예능화를 통한 상업성에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콘텐츠 내용에 대한 편향성도 우려할 부분으로 제기되었다. 실제 일부 시사예능에서는 자극적인 언행과 편향적인 내용으로 지적받은 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사와 예능의 결합은 뚜렷한 이점이 있으며 시사적인 의미를 가져다준다. 아무리 중요하고 시사적인 문제를 잘 풀어놓더라도 보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지상파를 대표하는 간판 시사프로그램들이 반 토막 난 시청률을 보이는 상황에서 오락요소는 어쩌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몸에 건강한 당근을 예쁘게 잘라주는 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시사프로그램이 지향하는 공공성은 시청자들의 참여가 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오락적 요소는 사람들을 공론장으로 이끌 수 있는 매혹적인 미끼인 것이다.
우리가 유독 시사프로그램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시사, 토론 프로그램이 지향하고 지켜야 할 공공성과 중립성, 다양성 등은 예능프로그램에도 적용되는 가치들이다. 방송의 상업화 또한 비단 시사예능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잣대의 원인도 시사, 토론과 예능이라는 장르의 구분을 통해 생겨난 '시사프로그램은 진지하고 엄숙해야한다'는 신성한 강박관념 때문일 것이다.
시사프로그램이 오락적 요소를 흡수하고 예능화 되는 것은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익숙해진 ‘리얼 버라이어티’형식이 예능프로의 한 줄기가 된 것처럼 시사예능 또한 시사프로의 새로운 줄기가 될 수 있다. 그 줄기가 시사프로그램의 뿌리, 본질을 해칠 것이라는 것은 신성한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기우라고 생각한다.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시사프로그램의 오락적 요소가 아니라 이미 방송 전체에 스며들고 있는 자극적이고 상업적인 내용, 왜곡되고 차별적인 시선일 것이다. 성형 등의 자극적인 소재로 사회의 인식을 편향화 하고 인종차별과 성적차별의 언행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문제들을 언론이 인식하고 고쳐나가는 것이 먼저이다. 당근을 예쁘게 자르고 설탕을 조금 뿌린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전에 당근이 썩지 않았는지 주방은 깨끗한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사프로그램도 맛있고 건강하게 요리 될 것이다.
첫댓글 서두 예술 김다영씨군요 ㅋㅋㅋㅋ 정말 쉽고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잘 섞어넣었네요!
좋았던 점은 전체적으로 단문으로 잘 쳐내고 담담하고 담백하게 풀어냈다는 점이었어요~많이 배울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깊이의 문제였어요. 재미는 '시청자의 매혹적인 미끼이다.', '신성한 강박관념' 등 어휘화를 잘 뽑아내서 표현은 탁월했으나 거기서 한 층 더 들어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바로 'Why'의 문제인데, 이러한 현상에 대한 보다 자신만의 통찰력이 더 돋보였다면 뽑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정리하자면 좋은 표현력과 적당한 깊이감으로 뛰어난 글이었으나 조금만 자세히 보면 결국 일반론적인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결국 언론시험은 통찰력 싸움이라는데,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좋았고 리얼 버라이어티와의 연계성도 설득력이 좋았어요. 다영이 짱 ㅋㅋㅋㅋㅋ
다영쓰 글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어렵지 않게 표현해서 정말 좋아요. 곰돌이모양 당근 같은 글이랄까. 제가 심사위원이었으면 서론 읽자마자 통과시켰을 것 같습니다.
굳이 아쉬웠던 점을 찾는다면, 4번째 문단이랑 5번째 문단에 ‘시사예능의 오락화가 문제가 아니라 방송 전체에 스며드는 상업화가 문제다’라고 말하려는 것 같은데, 이 내용을 5문단에서 다루고, 4문단은 장르에 대한 강박관념에 집중하면 어떨까 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1. 처음부터 끝까지 '요리'라는 비유에 맞춰서 시사프로그램의 예능화가 가져오는 이점을 설명하고 반론들을 반박하는 구조가 정말 이해가 쏙쏙되고 좋았던거 같아요~
2. 외형적 명확성 역시 위에서 말했듯이 문단 하나에 '당근을 찍어내는 틀'과 같은 적절한 비유들이 들어가서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3. 구조에 있어서 저는 4문단과 3문단의 위치를 바꾸는건 어떨지 생각해 보았어요?! 3문단에서 반론이 바로 나오는게 조금 성급한 느낌이 있고 4문단이 3문단에서 말한 문제점을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로 느껴져서
지금 4문단에 있는 시사 예능화의 장점을 아예 반론과 상관없이 위에서 설명을 해주고 반론 부분을 반론에 대한 재 반박이 있는 5분단과 6문단 앞에 위치시키는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명이 어렵네요 ㅠㅠㅠ)
4. 저는 다영씨의 어려운 내용을 우리 주변에 밀접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쉬운 비유들을 가지고 이해시켜주는 부분이 너무 좋은거 같아요~~ 하지만 저도 승우오빠처럼 비유는 쉽데 담고 있는 내용은 조금 더 심층적이고 깊은 내용이 된다면 더 빛나는 글이 될 것 같아요! 수고하셨습니다~ 잘읽었어용ㅎㅎㅎ
정말 술술 읽히고 서론의 소재가 글 전반에 묻어나는 게 돋보인 글이었는데요! ‘시사예능’이라고 조어한 것도 좋았습니다.(아이디어 얻어갑니다 헷...) 글로 봤을 땐 서론이 시사예능의 특징이다 까지였던 것 같은데 아니었네요! 서론-결론이 너무 짧으면 성의가 없어보이기도 하고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다영이 글에서는 1, 2문단을 합쳐도 서론이 되는 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서론에서 논제 얘기가 아예 없어야 되는 건 아니더라구요~오히려 논제가 살짝 등장하면 글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더랍니당!!
다영이도 전반적인 틀이나 글의 흐름, 구성은 좋은데 논증이 촘촘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이유를 자세하게 풀어써야 한다고 합니다! (저도 애먹는 부분입니다만...) 예를 들어서 4문단에서 ‘오락요소는 어쩌면 대안이 될 수 있다’는데 왜 그런지, 다른 것도 있는데 왜 오락요소가 도움이 되는지, 그런 것들이 나오면 설득력이 높아질 것 같아요! 5번째 문단은 전체가 그냥 주장을 반복한 것 같아요ㅠㅠ 여기도 이유가 필요하겠네욥! 사례같은 근거까지 있으면 금상첨화! 결론은 좋은 말들이 많은데 그걸 다 쓰다 보니 비대해진 감이 있어요! 결론에서 한 말을 본론으로 조금 옮겨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나는’ 혹은 ‘생각한다’는 말은 쓸 필요가 없대요! 어차피 글쓴이의 생각이니까요! 여기서 나는 은 없지만 생각한다는 표현이 군데군데 보이네용ㅎㅎ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