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조석으로 시원한 가을 바람 불어오고, 풍성해지는 황금 들판을 스치는 풍요로움이 저녘 노을 맞이 할 때, 목이 컬컬 해 옴을 느낀다.
한잔 술이 두잔 술을 부르고, 두잔 술이 뚝배기에서 항아리로 커져가는 밤!
한 얘기 또 하고 또하고 깊어가는 밤소리가 귀뚜라미 소리로 밤 이슬을 맞이하던 날로 밤을 꼬박 새는 날이 될려는지!
이토록 젊어 즐기던 술 이야기가 어느듯 점점 줄어들어 짧은 끈이 되어 버리더니...
그나마 끊어 버렸다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 너도 나도 모두 끊어 버린단다.
이조 시대 5세때 글을 읽히고,초시와 중시에서 장원급제하였던 정인지는 태종때 부터 성종때 까지 7대를 벼슬하며, 영의정까지 지냈던 조선시대 천재 중 한명이였다.
"술은 엄마의 젖과 같다"라고 표현했던 그는 금주령이 내렸던 20세 나이에 취하여 세조로부터 벌을 받았지만 늘 술을 애찬하였던 애주가였었다.
나이 들어 이가 빠지고 음식을 씹지 못해도 엄마의 젖과 같은 뽀얀 탁주는 씹을 일 없이 식도를 타고 시원하게 목 축여 시장기를 달랜다.
나른해 가던 피로가 순간 싹 사라지고, 과거 젊었던 회상으로 대화가 무르익어가며, 쉰소리 내던 힘 잃었던 목소리 마져 강한 힘이 실려 음성의 톤이 높아진다.
비 내리던 날 친구 불러 원탁 의자 둘러 앉아 파전 하나 올려놓고 찌그러진 노란주전자 꼭지에서 뽀얗게 흘러 내려 가득 채워 넘치던 양재기 잔을 맞부딪치며 웃고 떠들던 날이 엊그제 같건만, 이제는 청각마져 어두워지고 시각도 노화되어 옥수수 처럼 가지런 했던 치아 모두 잃고 인프란트로 대신 한 몰골로 그 재미 있던 술 이야기 마져 버리겠단다.
석바위 파출소 위 시장통과 연결되던 좁은 골목 길...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면 좌측으로 청주순대집과 우측으로 보성순대집이 마주하고 있었다.
지금은 장사 잘되던 두집의 간판이 어느날 사라지고 삭막하고 어두운 골목길로 변화했지만, 두 순대집 가던 입구에 두레박포차가 이른 시간대 문 열고, 향수에 젖이 이골목 찾는 옛동네 살던 이들을 진공청소기 마냥 몽땅 빨아 들여 성업 하고있다.
작은 키에 야무지게 생긴 여주인은 외모와는 달리 푸짐한 인심으로, 조그만 손으로 조무락 조무락 만드는 안주가 맛깔스러워 반복하여 찾게 되고, 단골로 오는 많은 손님과 안면이 트여 지나간 세월을 회추하는 정감가는 시간으로 맞는다.
언제부터인가 이 집이 아지트화 되어 나와 인연 맺은 팔십 여명이 단골이 되어, 약속 없이도 만남의 장소가 되어버렸다.
지난 9월24일 부터 27일까지 제주 트레킹을 다녀왔던 10명의 일정도 두레박 한잔 나눔 술이 동기가 되어 다녀오게 되었고, 10월 26일,27일 양일에 서해 오도서 중 하나인 백령도 투어 28명(여18,남10) 역시 이 집에서 구상되어 진행하게 되었다.
그뿐이랴!
금년도 2월28~3월4일 (4박5일) 장가계 다녀왔던 22명의 술잔 담긴 성화로 또 다시 2025년2월28일부터 3월4일(3박5일)까지 라오스투어를 24명이 함께 하기로 예약이 끝난 상태이다.
이 모든 일이 술 한잔 나누는 정감에서 또다시 여행을 통한 정감으로 이어지는것 아니겠는가!
술은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과정에서 인간끼리의 연을 이어주는 고리역활로 행복과 향기 나는 삶을 만들어 주는 위대한 위력을 갖고도 있다.
술 마시고 주정 말고. 가슴 깊숙히 간직하였던 사연을 털어 놓는 상호 인지 하는 기회로 좀 더 이해하고 포용으로 아름다운 우정을 만들어 가는 애주가...
땅거미 지는 이시간에도 정감이 넘치고, 위하여 소리가 반복된다.
위하여!
위하여!
세계 평화와 각자의 건강을 위하여!
중독은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