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3시. 짙은 어둠을 뚫고 짐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정적을 깬다. 야채도매시장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속초 중앙시장을 관통하는 중앙가로가 일방통행이기 때문에 이처럼 인적이 드문 꼭두새벽에 거래가 형성되고 있다. 농산물 도매거래가 끝나면 상인들은 인근 국밥집에서 이른 아침을 맞고 곧 하루 영업을 준비한다. 속초 중앙시장은 지난 58년 상설시장으로 처음 개설됐다. 속초읍 당시 군부대의 협조하에 지금의 터에 택지를 조성해 목조건물로 신축·분양했다. 그러나 목조건물인 탓에 자주 화재가 발생해 10년여에 걸친 준비 끝에 지난 90년부터 지하1층 1백72개 점포, 지상1층 1백60개 점포로 신축해 종합중앙시장 번영회를 구성, 자치관리에 들어갔다. 속초경제와 영욕을 함께 해온 중앙시장은 현재 지하1층에 주차장과 어시장, 지상1층에 포목점, 분식점, 슈펴 등 점포들이 입주해 있고 2층 매장엔 의류점을 비롯한 다양한 업종들이 포진해 있다. 이곳은 영북권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속초를 비롯, 고성과 양양에서 생산되는 각종 먹거리들이 일단 이곳을 거쳐 소비자들의 입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속초 중앙시장의 위치는 그만큼 대단했다. 특히 재래시장의 특징인 좌판이 골목마다 이어져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하 1층 어시장은 다양한 어종의 싱싱한 회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게, 골뱅이, 오징어, 광어 등 산지에서 직송한 수산물이 코너마다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역, 다시마, 건어물 가게들이 즐비하고 명란, 창란을 현지에서 바로 맛을 보고 구매할 수 있으며 시장상인들의 손으로 집에서 만들어진 각종 건어물들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쫓아 시장의 한 귀퉁이를 점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시장상인들의 손에 의해 직접 가공되고 있는 건어물 중에서도 코다리와 꾸둑꾸둑하게 말린 가자미 등은 단연 인기품목의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이러한 코다리와 가자미에 더욱 정이 가는 것은 연근해에서 조업해 농산물로 말하면 신토불이 수산물이라는데 있으며 따라서 그 맛이 원양에서 잡은 것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감칠맛이 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산물도 우리 해역에서 자라는 것이 맛이 좋은 것을 보면 역시 우리 몸에는 우리것이 최고인 것 같다. 속초 중앙시장 어귀엔 수산물 난장이 펼쳐져 손님들과 즉석에서 흥정하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수산물시장을 지키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은 대개가 한국전쟁의 1·4후퇴 당시 고향을 버리고 남하해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다.
속초 청호동에 집단적으로 아바이마을을 형성해 자리를 잡았던 사람들은 아바이마을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부침을 계속해 지금은 명맥만이 남아있게 되자 속초 중앙시장으로 진출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곳에서는 아직도 북한말씨를 쓰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원산이 고향으로 이곳에서 터잡고 살고 있는 이씨 할머니는「금강산 관광선과 남북이산가족들이 만나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면서 고향생각에 눈물만 흘렸다」고 말하며 언젠가는 북에 있는 가족들과 고향땅을 밟게 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 시장사람들의 인심은 다른 지역상인들의 인심과 상당히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곳 시장사람들의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공통분모로 가지고 있는 이곳 사람들만의 끈끈한 정을 서로에게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밖에 시장 1층 중앙통로엔 잣죽, 팥죽, 감자부침개 등을 전문적으로 파는 코너가 있고 십수개의 분식집이 몰려있는 먹거리 골목에다 순대국 전문집이 몰려있는 순대골목, 떡골목, 청과물 전문가게들이 즐비하다.
특히 이곳에서는 순대백화점이라고 할 정도로 대한민국 8도의 순대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함경도 아바이 순대에서부터 시작해 오징어 순대까지 말로말 듣던 순대의 별미를 직접 시식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래시장으로써 갖춰야 할 요소들은 충분한데 시장 분위기는 예전 같지가 않다.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뤄야 할 시간인데도 상인들간에 서로 눈만 껌뻑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 10년전부터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곳곳에 들어서고 여기에 발맞춰 대형마트들이 속속 입점하는 바람에 속초 중앙시장은 높은 가격경쟁력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속초 중앙시장이 안고 있는 최대 문제점은 주차난이다. 차를 가지고 중앙시장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양양쪽에서 속초 중심가(옛 7번국도)로 들어오면서 중앙시장의 방향을 묻는 관광객들이 많지만 아쉽게도 좌회전해서 중앙시장에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다. 다행히 미시령을 거쳐오는 관광객들은 한화콘도 앞에 설치한 중앙시장 이정표를 보고 공설운동장쪽으로 운행해 들어 올 수 있다.
속초시는 중앙시장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중앙동 재건축을 통해 약 2천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시장내 아파트 건립을 추진중에 있으며 수복로 개설을 통해 중앙시장 접근로를 확충할 예정이다. 중앙시장 번영회도 수시로 이벤트를 벌여 재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영동고속도로를 통해 중앙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은 속초시내를 관통하지 말고 아남프라자에서 좌회전해 국민은행 연수원쪽에서 우회전한 후 직진하면 쉽게 중앙시장을 찾을 수 있다. 영서지방에서 오는 분들은 미시령에서 이어지는 도로를 타고 곧장 가면 쉽게 중앙시장을 찾아 쇼핑을 즐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