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선 투표 없이 조기 당선 확정 가능성 커져
◦ 현직 국방부 장관, 차기 대통령 취임 유력
- 2월 14일에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쁘라보워 수비안또(Prabowo Subianto) 국방부 장관이 승리를 선언했다.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KPU, Komisi Pemilihan Umum)에 따르면, 2월 19일 오전 10시 기준, 개표가 약 70% 진행된 가운데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쁘라보워 수비안또 장관과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기브린 라카부밍 라카(Gibran Rakabuming Raka) 진영이 약 5,476만 표를 획득하여 득표율 58.32%로 당선을 거의 확정했다.
- 인도네시아 헌법에 따르면, 대선에서 특정 후보 진영이 득표율 50%를 초과하여 득표할 시 결선 투표 없이 승리를 확정하게 된다. 아니스 베스와단(Anies Beswadan) 전(前) 자카르타 주지사는 약 24%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고, 간자르 쁘라노워(Ganjar Pranowo) 전(前) 중바 자바 주지사는 약 17%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 쁘라보워 수비안또 장관은 “부족, 민족, 인종, 종교, 사회적 배경에 관계 없이 모든 인도네시아 국민이 잘살게 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편, 아니스 바스웨단 후보와 간자르 쁘라노워 진영은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쁘라보워 수비안또 장관이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 하원의원 선거에서 여당 득표율 지난 총선 대비 곤두박질
- 2월 14일에는 인도네시아 하원(DPR RI, House of Representatives of the Republic of Indonesia)과 상원(DPD: Regional Representative Council)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와 주(Provinsi) 및 시(Kota)/군(Kabupaten) 단위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동시에 치러졌다. 2월 19일 오전 10시 기준 개표가 약 56% 진행된 가운데, 하원 의원선거에서 여당인 투쟁민주당(PDI-P: Partai Demokrasi Indonesia Perjuangan)이 15.66%의 득표율을 보여, 지난 총선 때 얻은 19.33%에 못 미치고 있다.
- 쁘라보워 수비안또 장관의 소속 정당인 ‘위대한 인도네시아 운동당(Partai Gerakan Indonesia Raya)’는 지난 총선 때와 비슷한 12.25%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 중이다. 이슬람 성향 주요 정당인 민족부흥당(PKB: Partai Kebangkitan Bangsa)와 정의번영당(PKS, Partai Keadilan Sejahtera), 국민수권당(PAN: Partai Amanat Nasional)은 각각 10.89%, 7.43%, 6.95%의 득표율을 보였다.
☐ 군 출신 엘리트의 대통령직 복귀
◦ 차기 정부에서 현(現) 대통령의 정책 연장 가능성 커
- 쁘라보워 수비안또 국방부 장관은 엘리트 정치인 집안 출신이며, 1968년부터 1998년까지 장기 집권했던 수하르토(Suharto) 전(前)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하다. 쁘라보워 수비안또 장관은 1970년 인도네시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여 엘리트 장교 코스를 밟다가, 특수전사령부(Kopassus, Komando Pasukan Khusus) 사령관으로 부임하여 동티모르 독립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전력(前歷)을 남겼다. 또한, 수하르토 정권 말기에는 민주화 운동가들의 납치를 지시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이번 대선 때는 친근하면서도 믿을 수 있는 할아버지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인도네시아의 활기차게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인물로 이미지 변신에 나선 바 있다.
- 쁘라보워 수비안또 장관은 2014년과 2019년에 대통선 선거에 출마했으나 현직 대통령인 조코 위도도(Joko Widodo)에 두 번 모두 패했다. 하지만,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2019년 2기 내각 출범 때 쁘라보워 수비안또를 국방부 장관에 지명했고, 쁘라보워 수비안또 장관도 현직 대통령의 아들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이에, 미국 매체 CNN은 여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여 쁘라보워 수비안또 장관의 이번 대선 승리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암묵적 지지에 힘입은 바가 크다가 보고, 이번 대선 결과를 현 정권의 정책 연장으로 해석하고 있다.
◦ 군(軍)의 정치 개입과 권위주의 회귀 우려 목소리 나와
- 위기 평가기업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Verisk Maplecroft)의 동남아시아 수석 애널리스트 로라 슈워츠(Laura Schwartz)는 “쁘라보워 수비안또 장관이 대통령 임기 제한 철폐, 대통령 직접 선거 폐지, 인권 보호 축소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향후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이 인도네시아의 평판과 외국인 투자유치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전쟁대학(National War College)에서 동남아시아 정치안보 문제를 연구하는 재커리 아부자(Zachary Abuza) 교수는 “군(軍) 출신 인사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면 군의 정치 개입이 가속화되고, 권위주의 통치로의 회귀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 한편, 차기 정권의 외교 문제와 관련해서 일각에서는 군 경력과 국방부 장관으로서의 경험을 두루 지닌 쁘라보워 수비안또 장관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인도네시아군 현대화 과업을 지속하고 동남아시아 이웃 국가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인도네시아 반둥(Bangdung)에 위치한 파라향안 카톨릭 대학교(Universitas Katolik Parahyangan)의 국제관계학 강사 앙군타리 사리(Angguntari Sari)는 “남중국해 영토 및 해양 분쟁과 관련하여 쁘라보워 수비안또 장관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인도네시아 영토 수호에 필요한 강한 국방력 완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감수 : 윤진표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Komisi Pemilihan Umum, HASIL HITUNG SUARA LEGISLATIF DPR RI 2024 https://pemilu2024.kpu.go.id/pilegdpr/hitung-suara
CNN, Ex-army strongman leader claims victory in Indonesian presidential election, 2024.02.14.
The Economist, Prabowo Subianto will be Indonesia’s next president, 2024.02.14.
The Japan Times, How could Indonesia’s presidential vote affect foreign relations?, 2024.02.12.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Indonesia Votes: Candidates, Campaigns, Consequences, 202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