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지구 남쪽 끝 남극에서도 새 아침이 밝아온다.
올 2월 남극대륙의 테라노바만에서는 전 세계 남극 진출사에 한 획을 긋게 될 우리나라의 장보고과학기지가 완공된다. 이를 위해 지난 해부터 2년에 걸쳐 건설공사가 진행중이다.
필자는 최근 한달 반에 걸쳐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수석연구원으로 남극 건설현장을 다녀왔다. 주어진 업무는 2단계 마무리 공사를 위한 건설자재 운송용 화물선과 153명에 달하는 건설인력 수송을 위한 쇄빙인도 항해를 주도하는 일이었다.
남극을 모르는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쇄빙인도'란 무엇일까. 얼음이 떠다니는 바다를 항해할 수 있도록 선체를 단단히 만들어놓은 선박을 '내빙선'이라 한다. 하지만, 내빙선도 얼음을 깨며 전진할 수는 없다. 여기서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그 빛을 발한다. 앞에서 해빙을 깨고 수로를 만들어주면 뒤에서 내빙선이 따라서 남극해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빈 공간 없이 얼음으로 채워져있던 바다는 아라온호가 길을 만들어놓아도 곧 다시 닫혀버려 화물선은 갇혀버리기 일수. 건설현장까지 가는 동안 화물선 구조를 위해 아라온호가 되돌아간 횟수만 무려 37회. 도중에 도저히 길을 찾을 수 없어 헬리콥터를 띄워 길을 탐색하는 비상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얼음이 녹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자면 건설공사가 늦어져 여름이 가기 전에 기지 완공을 할 수 없는 터, 모두가 합심하여 12월초 아라온호와 화물선은 건설현장 앞바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안의 해빙은 두께 2.5m 이상으로 단단히 얼어붙어 있기 때문에 쇄빙작업이 더욱 어려워 약 8 ㎞의 수로를 만드는데 1주일이 더 소요되고서야 화물선을 성공적으로 접안시킬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건설현장까지 1 ㎞는 해빙 위로 물자 하역 및 수송. 무게가 무려 100톤에 달하는 크레인으로부터 400대에 이르는 컨테이너 등 건설자재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서야 무사히 모두 하역되었다.
장보고기지가 완공되면 우리나라의 남극연구 역사는 새 장을 열게 된다. 우리나라의 남극 진출사는 올림픽과 인연이 있나보다.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남극반도 인근 킹조지섬에 설립된 세종기지는 남극권의 변두리인 남위 62도에 위치해 민감하게 변하는 기후변화 연구의 적지이다. 하지만, 진정한 남극연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빙하학, 운석학, 고층대기물리학 등 고위도 지방에서밖에 수행할 수 없는 분야에는 한계가 있다. 다가오는 2월 소치올림픽 개최기간 중 완공되는 남위 74도의 장보고기지를 발판으로 우리의 기상을 드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세종기지 건설을 통해 남극에 첫 발을 디딘 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건조해 남극대륙 진출이 가능해졌고, 이제 대륙의 해안에 장보고기지를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가 비단 여기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