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머니 아파트 전세 입주 후 단톡 방에 들어갔다.
이러저러한 정보 위해 공유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카톡이 울렸다.
주말은 더 시끄러워 소리를 죽이고 가끔 열어 봤다.
한 사람이 분리수거장 옆 수돗가 세차를 문제 삼았다.
열을 받은 젊은 층에서 한 마디씩 뱉었다.
‘환장하겠네요. 세차에 물이 조금 들어가나요?
관리비에서 엔(N)빵 하는 공동 수도세 아닌가요.
기본을 안 지키네요. 몰상식한 사람들 많아요.
이해가 안 되네요. 주변 세차장 있는데 보기 불편하네요.
주택에 살다 온 분들 버릇 같아요.
눈에 보이면 뭐라 해야겠어요.
경비실에 조치하라고 할게요.
제재는 필요할 것 같아요. 놔두면 너도나도 할 거예요.
원래 진상은 본인이 진상인 줄 모르고 살아가지요.
진짜 수준 떨어진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좀 이러지들 마세요.’
세차한 분의 딸이 글을 올려 성난 불을 껐다.
‘아이고.. 몰랐어요. 제 아빠여요. 잘 말씀드릴게요?’
서로 사과하는 분위기였다.
‘앞서 대화 나눈 글,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버지께 전달 부탁드립니다.’
일단락되는 줄 알았는데 당사자가 나섰다.
‘매트 한 장 물청소한 것이 무슨 세차냐?’고 전번을 밝혔다.
갑론을박에 감정이 쌓였다.
누군가 ‘매트 청소는 세차장서하는 것, 다음부터 안 하면 됩니다!
원인 제공 안 하셨으면 이런 일 없지요?’라고 못을 박았다.
근처 세차장 사진도 올라왔다.
그러자 당사자가 단톡방을 나갔다.
다시 딸이 나섰다.
‘분리수거장에서 걸레 빨아 차 매트 닦았데요.
그게 아파트 주민에게 민폐 끼치는 행동인지 몰랐어요^^
통상적으로 세차라는 건 차에 물을 뿌리면서 하는 거라.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차 전체적으로 물 뿌렸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 부분을 아빠께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셨어요.
이번 일이나 주차 문제도 단톡방 보면 넘 심하게 욕하는 것 같아요.
값진 아파트 사는 이웃인데요.
입주민의 주요 현안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대화방 아닌가요?
좋은 내용 나누기 위한 단톡방 같은데.. 강남 아파트도 아니고..
이런 질 떨어진 언행이 난무하니.. 좀 웃었어요.
어디 가서 그러지 마셔요.
부끄러운 대화 내용으로 눈 쌀 찌푸리게 해 드려 죄송해요.
저는 여기 있어봤자 감정 상할 일만 지속될 거 같아 나갈게요.’
댓글이 올라왔다.
‘게는 가재 편이네요.
미안합니다! 하면 될 것을 비꼬고 나가는 부녀도 대단하시네.
이웃사촌끼리 얼굴 붉힐 일 없이 살면 좋겠네요.’
난 이 사실을 확인하고 주일 오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안도현의 시가 스쳤다.
‘좋은 숲은/ 좋은 나무들이/ 빙 둘러서서 만듭니다//
좋은 바다는/ 좋은 파도들이/ 힘껏 출렁대며 만듭니다’
무엇보다 예배 특송이 되살아났다.
‘오늘 내가 미워한 사람이 있고 오늘 나와 다툰 사람 있으며/
오늘 내가 시기한 사람 있으니 난 주님을 사랑 안 한 사람/
나를 미워한 사람을 용서 못 했고 내게 화낸 사람을 이해 못 했고/
나를 시기한 사람을 싫어했으니 난 주님을 사랑 안 한 사람/
매일 이렇게 살아가면서 입술론 주님을 사랑한다 하니/
난 참으로 행함이 없는 사람 주님을 사랑 안 한 사람..’
조심스럽게 글을 써 내려갔다.
‘안녕하세요. 아침보다 풀린 날씨입니다.
101동 전세 세입자 인사드립니다.
옷깃 스쳐는 인연으로 만남을 귀하게 여긴 이웃입니다.
어제오늘 수돗가에서 세차한 문제 제기로 오고 간 글을 봤습니다.
일단 수돗가에서 매트를 닦든, 세차하든 잘 못한 일이지요.
하지만 대화중 부녀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단톡 방을 나갔네요.
이웃사촌으로 마음의 저울이 무겁습니다.
글과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인데 서로 던진 돌에 상처 입은 듯합니다.
잘 아는 분들이 이해의 폭을 넓혀 왜 그렇게 하였는지?
묻고 선하게 해결하면 좋았을 것인데 아쉽네요.
우리는 성향이 다르기에 처음부터 모든 것 완벽하게 해 낼 수 없습니다.
기준은 보통 사람이 이해할 상식인데 말입니다.
주차, 분리수거, 음쓰 처리, 담배, 나물 말림..
이곳은 다양한 모습으로 만난 공동체입니다.
조금 잘 배우고 앞선 분들이 가르쳐 하나하나 세워 나가면 좋겠네요.
각 사람의 습관이거나, 연세 많아 인지력이 없거나,
지적 능력이 부족하거나, 배려심이 빵이거나..
살다 보면 별별 사람 다 만납니다.
서로 관심 있게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가르쳐 드리면 어떨까요?
해당 장소에 쪽지나 안내문을 붙여 놓음도 해결 방법 아닐까요?
일류 극장은 뷰 좋은 건물이나 위치가 아니지요.
서울의 봄 같은 영화가 아니라 이용하는 관객이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모두가 푸른 하늘 같은 이웃이라 만나면 가볍게 목례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당황해하더군요.
101동 청소 근로 아주머니는 먼저 웃고 인사합니다.
정말 기분이 업 됩니다.
비싼 값의 아파트에 입주한 것보다 귀한 일 있지요.
좋은 이웃을 10배 더한 값을 주고 샀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서로 이해하고 더 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이제 더 나은 마음 씀으로 선한 말과 글을 나누지요.
좋은 일 하면 칭찬하여 심령 속에 피어나는 기쁨의 꽃을 키워 가게요.
서로 격려하는 광신 프로그레스의 꽃밭으로요.
고마움의 꽃술 달린 향기로운 화원 한번 꿈꿔 보게요.
감사합니다. 101동에서..’
엄지 척 누르며 반응한 글에 난 보람을 느꼈다.
‘참 고마운 말씀 감사드립니다.’ ‘백퍼 공감요~~’
‘귀한 가르침 잘 읽고 갑니다.
아름다운 아파트 문화를 만들어 가면 좋겠네요.’
‘우리가 사는 그래그래 프로그레! 좋은 아파트로 만들어 보시지요.’
2024. 2. 2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