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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도연 이라고 하는데.. 칫! 벌써 저만큼 멀리 갔으니 들릴리가
없겠구나! “
사도연은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려다
가 이내 포기를 하고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먼지를 털어내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나 심했던 것이었다. 군데군데 찢
겨진 곳도 있고 손바닥이 쓰라린 것이 까진 듯도 보였다.
이래저래 낭패만 당하고 힘없는 발걸음으로 자신의 거처를 향해 걸어
가고 있는 사도연이었다.
강운은 대기실에 거의 도착했을 때 쯤에 고개를 살짝 돌려 사도연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사도연이라고? 음.. 처음 듣는 이름이긴 한데.. 어째 느낌이 안 좋단
말이야.. 왜일까.. ‘
고개를 갸웃거리던 강운은 문을 열고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방안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방의 규모에 비해 사람들의 수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기에 잠시
쉬고 있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어 보이는 대기실에 지금껏 살아온
환경도 틀리고 지닌 무공실력도 천차만별인 여러 군상들이 모여
연신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중앙의 탁자를 중심으로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는 수다파와는 대조
적으로 묵직한 분위기를 풍기며 구석에서 가만히 그들의 하는 양을
한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추남과 화린이 끼여 있다는
것을 확인한 강운은 반가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천계로 떠나기 전 말 없이 사라진 이후로 처음으로 다시 그들과 만남
을 가지게 되는 것이니 감회가 새로울 만도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마침내 추남이 앉아있는 곳 근처
까지 다가가게 되었을 때 난데없이 화운문 전체에 비상경계령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대기실 안에서 연신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어 내던 사람들도 난데없이
울려 퍼지는 비상경계령에 표정을 굳혔다.
“이보게! 지금 이게 무슨 소리인지 자네는 알겠는가? “
“형님!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비상신호 같지 않습니까? “
수다파의 중심 핵에 있던 두 사내들은 서로 일면식이 전혀 없었던 생
소한 사람들이었지만 수다를 통해 이제는 호형호제의 사이가 되어버
린듯 했고 그들 주위에 둥글게 몰려 있는 추종자들은 비상신호라는
단어에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비상신호요? 그럼.. 화운문에 무슨 변고라도? “
“아니지! 아직은 성급한 판단을 내릴 때가 아니야. 조금 더 지켜보세나.
설마 화운문에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겠는가.. 마교놈들이 잘났다고
설쳐대고 있지만 화운문에게 감히 덤빌 생각을 하겠는가 말이네. “
“그럼요! 제깟 마교놈들이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역시 형님은 냉
철한 판단력과 상황분석이 뛰어나시군요.. 하하! “
“하하! 아우가 뭘 좀 볼 줄 아는구먼 그래! “
주변 사람들의 어이없는 표정들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은 체 수다형제
는 계속해서 입을 쫑알거렸다.
대기실 바깥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비상신호에 대기실 안은 점차
적막이 감돌기 시작했고 추남과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던 강운도
엉거주춤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비상신호는 얼마 후에는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고 대기실 안의 사람들도 그때서야 안심의 표정이 되어서
성격이 급한 몇몇 사람들이 바깥의 사정을 살피고 오겠다며 문을 열
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들은 나갔던 것 보다 몇 배는 빠른 동작으로 다시 안으로 들
어와야만 했다. 눈을 동그랗게 뜬채 몹시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사내가 놀란 표정을 수습하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여러분! 바깥에 웬 사람들이 대기실을 포위하고 있어요! 제가 무슨 일
인가 하여 물어보려고 하는데 기세가 워낙 험악해 다시 안으로 들어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딱 봐도 화운문의 제자 같은 사람들이 어째서
우리들을 포위하고 있는 걸까요? “
사내의 말이 끝나자 마자 대기실 안의 사람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몇몇 성격이 붙 같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따져보겠다며 바깥으로 발걸
음을 돌렸지만 험한 꼴로 다시 되튕겨 들어와야만 했다.
“이.. 이! 기껏 사람들을 불러놓고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이냐! 아무리
화운문이라지만 이 따위 짓을 저지르고도 네놈들이 무사할성 싶은 게
냐!! “
볼쌍사나운 몰골로 문밖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사람은 곧
이어 자신이 소리를 내질렀던 바깥에서 내공력이 가득실린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언제 소리를 질렀었냐는 듯이 입을 다물어 버렸다.
“들으시오! 본좌는 화운문의 사천 분타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외다.
지금 바깥에서 대기실의 출입을 통제하던 경비무사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분타의 전역을 샅샅이 수색해본 결과 그 어떤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소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 대기실을 지키던 제자가 깨
어나 모든 것을 밝힌 결과 첩자가 감히 겁도 없이 화운문에 몰래 숨
어들었다는 것이오! 지금부터 호명을 하는 사람들은 바깥으로 나와
주시오! 그리고 쥐새끼는 듣거라! 지금 이곳은 모든 퇴로가 봉쇄되었
다. 네놈이 순순히 나온다면 약간의 아량을 베풀어줄 용의는 있지만
끝까지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용서치 않을 것이다! “
몹시 노한 듯한 음성이 울려퍼지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대기실은
온통 혼란의 도가니로 변해 버렸다.
“뭐, 뭐야? 첩자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들 중에 첩자가 있다는 말인
가? “
“그런 일이! 어떤 놈인지 썩 나오지 못하겠느냐! 당장 이 칼로 요절을
내 버리고 말 테다! 형님 우리가 나서서 첩자를 색출해 내면 화운문에
서 그 공로를 인정해 줄 것입니다. 한명씩 족쳐서 심문을 하게 되면 곧
범인을.. “
장내의 모든 사람을 자신의 아래로 인식하고 있는 듯한 그의 목소리
가 들리자 지금까지 묵묵히 수다파의 한심한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던
사람들이 사나운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어, 어흠! 아니 뭐 내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혀, 형님 우리가 먼저
이름을 밝히고 밖으로 나가는게 어떨까요? “
자신을 사납게 노려보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같이 만만한 상대가 없
다는 것을 뒤늦게 인식한 그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그의 수다 형
님과 함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지만 다시 기죽은 모습으로 안으
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화운문을 위해 찾아주신 여러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희가 호
명하지 않는 그 누구도 바깥으로 나오는 것을 허락할 수 없습니다.
이점 양혜해 주시고 지금부터 호명하는 사람들은 바깥으로 나와주시
면 되겠습니다. “
예의 그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뭔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
서도 순순히 목소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에 초조
해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호명이 되어 밖으로 불려 나가자 점점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
라보기 시작했다.
“형님! 저 눈꼬리가 옆으로 쫙 찢어진 저놈 보세요. 처음부터 제가 의
심스럽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무래도 저 놈이 첩자가 틀림없을겁니
다. “
“아우도 그렇게 봤는가? 사실 나도 처음부터 저 쪽제비 눈을 의심했
었다네. 그건 그렇고 우리는 언제 호명되려고 그러는지.. 흠.. “
가장 먼저 바깥으로 나가려고 애를 쓰다 기죽은 모습으로 다시 되돌
아오게 된 수다형제는 귓속말을 속닥거리며 연신 눈알을 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이제는 10명 남짓한 인원밖에 남지
않게 되자 아직까지도 호명이 되지 않은 수다형제와 남은 사람들은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 형제가 첩자라 의심했던 쪽제비 눈의 사내도 이미 오래전에
호명이 되어 바깥으로 나간 상태였으니 불안감이 더욱 가중되었던
것이다.
10명에서 또 다시 줄어들기 시작하는 사람들속에 여전히 수다형제는
낄 수 없었고 이제는 5명이 남게 된 대기실 안에는 정적만이 감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