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서유기 [제43회]
고난길에 나선 삼장
금성은 호랑이 굴에 들어가 중을구하고
백흠은 쌍차령에서 중을 머무르게 하다.
삼장은 정관 십삼년 구월 십이일에 태종과 많은 조신들의
전송을 받으면서 장안성을 떠났다.
그로부터 하루 이틀은 쉬지않고 말을 달려 어느덧 법문사에 도착 하였다.
주지는 오백명의 중들을 양쪽에 늘어 세우고 삼장을 맞이 했다.
수인사를 마친뒤에 차를 마시고 식사를 끝내니 어느새 해가 졌다.
절의 중들은 등불 아래서 불문의 뜻을 이야기 하기도 하고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가는 이유를 이렇쿵 저렇쿵 수군거리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서천으로 가는 길이 산이높고 물이 넓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도중에 맹수가 많고 악마와 요괴를 정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삼장은 아무말도 않고 자기 가슴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중들은 그뜻을 몰라 합장하고 물었다.
"스님 고개를 끄떡이고 가슴을 가리키신 것은 무슨 뜻입니까?"
"마음이 생기면 모든 마성이 생기고
마음이 없어지면 모든 마성도 또한 없어지는 법입니다.
저는 화생사에서 부처님앞에 맹세를 올렸지요.
그러니 저는 성심성의를 다할 뿐입니다. 어떠한 고난이 있더라도 반드시
서천으로 가서 여래님을 배알하고 경을 얻어와서 우리의 불법을 번성케 하고
우리 폐하의 땅을 영원히 반석위에 올려 놓을 작정 입니다."
중들은 삼장의 말에 몹시 부러워 하는 한편 극구 칭찬 하였다.
"참 으로 불심이 깊으신 충성스런 법사님 이십니다.'
꼬오끼요~~!! 야! 날샜다!
중들은 삼장을 잠자리로 안내했다. 어느덧 달이지고 숫닭이 회를 쳤다.
중들은 일어나 차를 끓이고 아침밥을 지었다.삼장은 가사를입고
불전으로 가서 불전에 예배를 드렸다.
" 제자 진현장은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옵니다만 눈은 있어도
우매하여 활불의 참 보습도 분별 하지 못하옵니다.
도중에서 절을 만나면 향을 사르고 부처님을 뵈면 예를 올리고
불탑을 보면 깨끗하게 쓸어드릴것을 맹세 하나이다. 하오니
부처님께선 자비심을 내리시어 한시바삐 일장 육척의 금신을 나타내시고
참경을 주시어서 그것을 동녂 땅에 전하게 하소서."
축원이 끝나자 방장으로 돌아와 아침을 먹었다. 두 시종이 안장을 갗추고
출발을 재촉했으므로 삼장은 산문 밖에서 여러중들과 작별했다.
중들은 이별하기가 아쉬워 십리밖 까지 전송하고 눈물을 머금고 돌아갔다.
삼장은 서쪽을 향해서 여행을 계속했다. 때는 가을이었다.
일행은 며칠을 걸어 공주성에 다았다. 고을 벼슬아치들의 영접을 받아
성내로 들어가 그날 밤을 편히 쉬고는
다음날 아침 일찍이 그곳을 떠나 다시길을 재촉했다.
주리면 먹고 목 마르면 마시고 저물면 쉬고 밝으면 길을 떠나서
삼일만에 하주위라는곳에 도착했다. 이곳은 대 당국에 국경지대였다.
경비를 맏은 총병과 지방 중들이 지금 온 사람이 황제의 결의 동생으로
부처를 배알하러 서방으로 가는 삼장인줄 알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안내해
대접하고는 복원사로 데리고 가서 머무르게 했다.
이절의 중들이 모두 들어와서 뵙고 저녁을 대접했다.
삼장은 밥을 먹고 시종 두사람에게 분부해서 날이 밝기전에
떠날수 있도록 말을 잘 먹이라고 분부했다. 새벽 닭이 울자 삼장은
시종을 깨워 일으켰다. 절에 중들은 놀라서 서둘러 차와 밥을 대접했다.
삼장이 서둘러 길을 재촉하다 보니 이날도 너무 일찍 일어났다.
때는 늦 가을이라 숫닭도 날밝기를 기다리다 빨리 울어서 삼경에 울었던 것이다.
이래서 일행 세 사람과 말가지 넷이서 서리를 맞고 밝은달을 쳐다보면서
수십리를 가니 앞에 산이 나타났다. 풀을 헤치고 걸었지만 산이 험해서
갖은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게다가 길까지 잘못 든것 같았다.
길을 찾아 이리저리 헤메다가 그만 발을 헛 디디어 사람과 말이
모두 구렁텅이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삼장이나 시종이나 부들부들 떨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안쪽에서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렸다.
"잡아 눕혀라!" 그소리와 함께 광풍이 획획하는 소리와 함께 몰아치더니
오.륙십마리의 요괴가 나와 삼장과 시종들을 끌고 갔다.
한 곳에 끌려간 삼장은 벌벌떨면서도 상좌에 앉은 마왕을 흘큼 쳐다봤다'
참으로 흉악하게 생겼다.
몸집은 늠름하고 모습은 사납다 /
눈에서 번개를 번뜩이고 소리는 사방을 흔든다 /
톱날같은 어금니는 볼밖으로 튀져나오고 /
무늬가죽으로 등을 덮었다 /
철사같은 수염 갈퀴같은 손톱 /
한손엔 큼직한 칼을쥐었다 /
삼장은 혼비백산하여 정신이 없고 두시종도 오금을 못펴고 벌벌 떨었다.
"잡아 묶어라!" 마왕이 고함을 치자 세 요괴가 세사람을 꽁꽁묶었다.
이제 막 잡혀먹힐 판인데 바깥이 떠들썩 하더니 한놈이 들어와서 아뢰었다.
"웅산군과 특 처사가 오셨습니다."
삼장이 머리를 들고보니 앞서서 들어온건 검둥이고 뒤에 들어오는 건 뚱보였다.
앞선 놈의 모습은 이렇게 생겼다.
용맹하고 대담하다 난렵하게 몸을 쭉 편다 /
우쩍 힘을내어 물을 건너고 /
위엄을 덜치며 숲을 가로 지른다 /
예로부터 길몽의 상징이더니 /
오늘은 특별히 그자태 드러냈네/
우람한 나무등치 후려쳐 꺽고 /
추위를보고 계절을 안다 /
영험한 그이름 산꾼이라네 /
뚱뚱한 놈은 이렇게 생겼다.
우락 부락 상뿔돋은 관을 쓰고 /
두 어깨는 불쑥 솟았다 /
뚜벅뚜벅 걸음은 느리다 /
아비는 고[거세한수소] 어미는 자[암소]
밭갈이에 공이큰 특 처사라네 /
둘이 우물쭈물 들어오는것을보고 마왕은 황급히 나가서
이들을 영접했다.
"인장군 여전히 건강하시군"
검둥이의 말에 뚱뚱이도 한마디 거들었다.
"인장군 갈수록 건강해지는구만 좋아 좋아!"
마왕이 물었다. "두분은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나?"
"뭐.그저 정진에 힘쓰며 지냈지." "그럭 저럭 날을 보내네."
인사가 끝나고 자리에 앉아 이러니 저러니 담소를 하다가 검둥이와
뚱뚱보는 삼장일행이 묶여서 비명을 지르는 걸 뒤 늦게야 알아챘다.
"저 세마리는 어떻게 들어온거야.?"
검둥이의 물음에 마왕이 대답했다.
"저절로 굴러들어온거야"
"우리한테도 나눠 주겠지?" "그야 이를 말 인가!."
"그렇지만 셋을 한꺼번에 잡아 먹어서야 되겠는가?
두마리만 잡아먹고 한 마리만 남겨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검둥이가 이렇게 말하자 마왕은 졸개를 불러 두시종의 배를 갈라
심장을 도려내고 시체를 토막내라고 일럿다.마왕은 머리와 심장 간장은
손님들에게 내어 주고 손발은 자신이 먹고 남은 뼈와 살점은
졸개들에게 나눠 주었다, 잠시 빠직빠직 하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두 시종의 몸은 순식간에 마귀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날이 새자 두요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치례를 한다.
"오늘 대접을 잘 받았네. 뒷날에 보답함세."
그들이 돌아가고 잠시후 붉은 해가 돋았다.
삼장은 정신이 아득해지며 동서남북도 알수가 없었다.
이제 영락없이 죽었다고 절망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팡이를 짚은 한 늙은이가 나타났다.
늙은이는 삼장에게 다가와서 손으로 삼장의 몸을 쓸었다.
그러자 몸을 묶은 밧줄의 매듭이 모두 끊어졌다.
늙은이가 삼장의 얼굴에 입김을 내 뿜자 삼장은 겨우 정신이 돌아왔다
삼장은 땅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어르신!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 어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노인도 답례를 했다.
"자! 그만 일어 나시게 뭐 잃은 것은 없는가.?"
"저를 따라온 시종 두 사람이 요괴에게 잡혀 먹혔고
말과 행장은 어찌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노인은 지팡이로 가르키며 말했다. "말과 보따리는 저기있네."
삼장이 노인이 가르키는 곳을 돌아보니 과연 자신의 말과 짐이 있었다.
그것이 무사한 것을 보고 삼장은 마음을 놓으면서 노인에게 물었다.
"어르신! 여기는 대체 어디며. 또 어르신 께선 어찌하여 이런 곳에 계십니까.?"
"여기는 쌍차령이라는 곳으로 범과 늑대의 소굴이지.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이런 곳으로 굴러 떨어졌는가.?"
"소승은 닭이 울때 하주위를 떠났습니다.그런데 일찍 떠난 탓으로
어둠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가 그만 여기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저 흉칙한 마왕이 부하를 시켜 저와 두 시종을 묶었습니다.
좀 있으니까 마귀 두놈이 왔는데 한놈은 온몸이 시커먼게 웅산군이라 했고
몸이 뚱뚱한 다른 한놈은 특처사라고 했습니다. 그놈들은 이곳의 마왕을
인장군 이라고 부르더군요. 그 세놈은 저의 시종 두사람을 잡아먹고
해가 뜨자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소승은
큰 연분이 있어서 어르신께 구원을 받았습니다.
"저 처사란 놈은 들소 귀신이고 산군은 곰 귀신이고 인 장군은 범 귀신이야.
졸개들은 모두가 이산에 요정이거나 나무귀신 아니면 괴수놈들이지
놈들은 그대의 본성이 너무 청정했기 때문에 잡아먹지 못한거야.
자. 나를 따라 오게나 길을 가르쳐 주겠네."
이게 진짜 진현장{삼장법사}의 천축여행 그림이다'
머리위 햇볕 가리게에 공기가 통하는 편한신발이 눈에띈다.
삼장은 감격해서 보따리를 말안장에 묵고 고비를 끌면서
노인을 따라 굴에서 빠져나와 큰 길로 나섰다.
일단 위험한 곳은 벗어난듯 하여 말을 길섶에 매어두고 몸을 돌려
노인에게 인사를 하려는데 한줄기 맑은 바람이 불더니
노인은 흰학을 타고 서쪽으로 날아갔다.
태상노군
삼장이 노인이 날아간 곳을 바라보니 쪽지한장이 바람을타고 팔랑팔랑 떨어졌다.
"나는 서천에 태백금성 /
그대를 구하러 왔노라./
가노라면 저절로
신도의 도움이 있으리니 /
고되다고 경을 원망하지 마라 /
삼장은 종이 적힌 시를 읽고 하늘을 향해 엎드려 예를 올렸다
"아아! 금성의 신께서 일부러 오셔서 위험에서 구해주셨군요.
참으로 고맙습니다 ! 고맙습니다~!."
삼장은 다시 말고삐를 쥐고 외로운여행을 계속했다.
찬숲에서 비 바람이 몰아치고 계곡 물이 졸졸 흘러내린다. /
들꽃은 곳곳에서 향기를 내뿜고 돌무더기 어지럽게 쌓였다./
산새 소리 요란한데 인적이 적막 하구나. /
삼장법사 두려워서 전전긍긍 말도 머뭇거린다./
죽을 다해 산 마루로 올라간 삼장이 반나절을 걸었으니
마을은 좀처럼 나타나지를 않았다.
다음 다음 44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