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_〈구인〉 광명기업 / 김용희
〈구인〉 광명기업
김용희
외국인 친구를 사귀려면 여기로 와요 압둘, 쿤, 표씨투 친해지면 각자의 신에게 기도해줄 거예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글로벌 회사랍니다 요즘은 각자도생이라지만 도는 멀고 생은 가까운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해요 매운맛 짠맛 단맛 모두 준비되어 있어요 성실한 태양 아래 정직한 땀을 흘려봐요 투자에 실패해 실성한 사람 하나쯤 알고 있지 않나요? 압둘, 땀 흘리고 먹는 점심은 맛있지? 압둘이 얘기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면 입맛이 없어요 농담도 잘하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봐요 쿤과 표씨투가 싱긋 웃습니다
서서히
표정을 잃게 되어도 주머니가
빵 빵 해질 거예요 배부를 거예요
소속이란 등껍질을 가져봐요 노동자란 명찰을 달아주고 하루의 휴일을 선물해 드릴게요 혼자 쌓고 혼자 무너뜨리는 계획에 지쳤나요 자꾸 삐걱대는 녹슨 곳이 발견되나요 이곳에서 기름칠을 하고 헐거운 곳을 조여보아요 감출 수 없는 등의 표정을 작업복으로 덮어 봐요 작업복을 입으면 얼룩이 대수롭지 않고 털썩 주저앉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툭툭 털고 일어나는 털털함을 배워보세요 먼지 풀 풀 날리는 공장이지만 한 뼘씩 자라는 미래를 그려봅시다 동그란 베어링을 만들다 보면 자꾸 가게 될 겁니다 긍정 쪽으로
밝은 빛이 이곳에 있습니다 일종의 상징이지요 바람이지요 떠오르는 해를 보며 출근길에 몸을 실어보세요 터널을 좋아하나요 터널이 좋아지게 될 거예요 끝엔 항상 빛이 있다는 사실로
어둠에 갇혔나요
이곳의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분류 : (중소기업) 제조업 - 선박 부품 제작
임금 : 최저시급, 일 8시간(잔업 1시간), 격주 토요일 근무
깔 깔 깔
쿤이 땀 흘리며
너트를 조이는 래칫 렌치를
이곳 사람들은 깔깔이라 부릅니다
웃음 많은
이곳으로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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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부분]
당선 연락을 받고 “와… 이런 일이 다 있네”라는 말을 오십 번도 넘게 했던 일이 기억납니다.
시작이 늦었다는 생각으로 초조함을 안고 지냈습니다. 그 조급함으로 인해 쉽게 실망하고 심하게 몸살을 앓기도 했습니다. 쓰다 보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쓸 때에는 제가 밉지 않았습니다. 초조함은 슬픔이지만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백지를 가득 채운 글들은 자주 백지 상태가 되었지만 설원을 뛰어노는 기분을 느끼게도 해주었습니다. 눈 위에서는 넘어져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백지 위에서 넘어지고 구르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저의 크고 작은 실패들이 저를 여기까지 이끈 것 같아 놀랍고 새롭습니다. 새롭고 놀라운 시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실패를 거듭하며 써 나아가겠습니다.
[심사평]
2025 문화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 박형준, 나희덕, 문태준 시인
2025 문화일보 신춘문예 응모작 경향 분석
1) 생활시편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2) 이상기후나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면서 인간이 다른 존재와 맺는 생명 관계를 설정하려는 시도들
3) 현실을 내면화하여 드러낸다는 점
즉, 사회적인 문제를 내면화하여 바라보려는 시적 통찰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심사평 부분]
<구인> 광명기업'은 오늘날의 현실에서 직면한 노동의 문제를 밀도 높은 리얼리티의 사회적 지형도로 구현한 작품이다. 자신이 매일매일 현장에서 피부로 경험하는 노동의 현장을 겁게 문제화하지 않고 가볍게 경량화해서 다룬다.구인공고형식을 활용하여 현장 노동자의 입을 통해 한국인을 포함, 외국인이 함께 일하는 광명기업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이곳이 얼마나 유토피아 같은 곳인지 소개하고 있지만 그게 얼마나 반어적인지를 발랄한 문장 속에 녹여낸다. "소속이란 등껍질" "동그란 베어링을 만들다 보면" '땀'과 '웃음'의 병치 등의 위트있는 겉이야기를 통해 그 이면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직면한 고통과 사회적 문제를 씁쓸하면서도 수가 높은 아이러니로 드러내고 있다.
무거운 것을 가볍게 하여 어떻게 현장감과 공감력을 획득할 수 있는지 우리 시대의 진화된 노동시의 한 모습을 여실히 제시한 작품이다. 당선작에서 보여준 현장감과 기량이 앞으로 써 나갈 작품에서 어떻게 더 뻗어 나갈지 새로운 노동시의 면모가 기대된다.
이 시의 특징과시 창작법상 배울 점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노동 문제라는 현실적인 주제 선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독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이죠. 특히 글로벌 회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우리의 노동 현실을 실감나게 나타내고 있죠.
'땀을 많이 흘리면 입맛이 없어요"라는 구체적이고 반어적인 이미지 사용은 노동 현장의 어려움과 고단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둘째는 발랄한 문장과 긍정적인 시각이 돋보입니다. 노동의 고단함을 표현하면서도 발랄한 문장을 사용하여 시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있죠.
"밝은 빛이 이곳에 있습니다"라는 광고 구절은 희망과 밝고 긍정적인 미래를 상징합니다. 독자들이 이 시를 무겁지 않게 느끼도록 하는 이러한 시 창작 태도, 즉 문장의 톤과 분위기를 조절하는 것은 시 창작에서 매우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는 노동자들 간의 연대와 희망을 강조합니다. 노동자들 간의 연대를 표현한 구절을 든다면
"요즘은 각자도생이라지만 도는 멀고 생은 가까운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해요 매운맛 짠맛 단맛 모두 준비되어 있어요 성실한 태양 아래 정직한 땀을 흘려봐요" 구절을 들 수 있겠습니다.
노동자들이 함께 점심을 먹으며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통해 연대감을 형성하는 장면이죠.
'먼지 풀 풀 날리는 공장이지만 한 뼘씩 자라는 미래를 그려봅시다 동그란 베어링을 만들다 보면 자꾸 가게 될 겁니다 긍정 쪽으로
밝은 빛이 이곳에 있습니다 일종의 상징이지요 바람이지요 떠오르는 해를 보며 출근길에 몸을 실어보세요 터널을 좋아하나요 터널이 좋아지게 될 거예요 끝엔 항상 빛이 있다는 사실로'
같은 구절이나
서서히/ 표정을 잃게 되어도 주머니가/ 빵빵해질 거예요"라는 구절은 노동의 고단함 속에서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노동자들이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며 희망을 잃지 않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2025년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김용희 '<구인> 광명기업' 분석
이 시의 주제: 노동자들의 일상과 연대, 그리고 희망
노동자들이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감정들과 그들 간의 유대감을 따뜻하게,그리고 무겁지 않고 가볍게 발랄하게 그려내고 있어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신춘문예에서 쉽게 당선작에 오르기 어려운 그러한 류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다행히 심사위원들의 눈을 비껴가지 않는 행운을 얻었다고 할 주 있겠네요.
이 시의 특징과 배울 점으로는
첫째, 노동 문제라는 현실적인 주제 선택했다는 점
둘째, 발랄한 문장과 긍정적인 시각이 돋보인다는 점 셋째는 노동자들 간의 연대와 희망을 강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