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교실·돌봄교실 제외’ 공기청정기 설치는 명백한 차별이다
교육청은 최근 관내 초, 중, 고 학교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했다. 미세먼지의 피해가 심각하여 학생들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조치를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을 차별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방과후교실과 돌봄교실 등을 제외한 학급교실 위주로 한정하여 공급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청은 작년에 예산을 확보하고 자문단 회의를 거쳐 정책을 심의하였고, 1~2월 중 각 학교를 대상으로 수요조사와 입찰공고, 계약, 납품의 과정을 거쳐 사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공급하는 수량을 ‘일반학급 전체, 특수학습 2개, 특별교실 2개’로만 한정하였다. 방과후교실이나 돌봄교실은 여기에 대부분 해당되지 않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당수 학교들이 수요조사에서 방과후교실, 돌봄교실, 특별실, 업무공간 등의 수요까지 포함했다는 것이다. 많은 학교들이 이렇게 차별없이 수요를 제출했는데 ‘일반학급 전체, 특수학습 2개, 특별교실 2개’라는 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방과후교실과 돌봄교실은 제외되었다. ‘수량이 정해진 뒤 교실에 배정하는 것은 학교의 재량’이라고 교육청 관계자는 전했지만 일선 학교의 방과후교실에 설치한 사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방과후학교 운영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학교에는 대부분 방과후학교 수업을 위한 교실이 별도로 있다. 보통 2~3개에서 많게는 5개 이상까지 있는 곳도 있다. 이 교실도 엄연히 학교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많게는 하루에 3~4시간까지 수업이 있기도 한다. 학교 교육에서 배제되고 차별받아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
노조가 교육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받은 자료들을 살펴보면 진행 과정에 전문가 정책자문단 회의, 실무협의단 회의를 거쳤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의 회의록도 존재하지 않고 명단도 공개하지 않아 상세한 논의과정을 알 수 없고, 간단한 결과만을 볼 수 있다. 위원들 대부분이 교육청 공무원 또는 학교 관계자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과 관련된 이들은 없다. 교육청과 위원들이 학교의 비정규직·계약직 종사자들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교과수업만이 학교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렇게 공동체의 구성원이 차별받는 곳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드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1월에 대전광역시교육청, 동부지원청, 서부지원청이 나라장터를 통해 공개입찰을 한 자료를 보면, 기초금액 합계 약 75억 4천만 원의 예산으로 공개입찰을 진행하여 약 27억 9천 3백만 원에 낙찰이 됐다. 평균 투찰률 37.04%로 47억 원이 넘는 예산을 절감한 것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예산이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애초부터 방과후교실·돌봄교실 등을 염두에 두고 심의·진행을 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일이다. 우리 노조뿐만 아니라 여기에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이 있다고 들었다. 미설치된 교실에 앞으로 추가 설치를 어떻게 할지 논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늦었지만 즉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교육부에서도 지금 전국 학교의 공기청정기 수요를 전수조사 중이라고 한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담당자에 따르면 특별히 교실별로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차별없이 진행이 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방과후학교도 공교육이다. 차별없는 공공성을 두어야 한다.
방과후학교는 참여정부 때 사교육비 경감대책으로 시작되었고, 10여년이 넘었다. 척박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각자의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학교를 믿고, 교육청을 믿고, 학생과 학부모들과 서로 신뢰하며 자리매김을 해왔다. 우리는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이라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교과교육과 함께하는 공교육의 한 축이라는 큰 자부심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일선학교와 교육청에서는 방과후학교 업무를 가능한 회피하려 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며, 방과후학교 강사를 사교육업자, 학원강사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만연한다. 이번 일 역시 방과후학교 강사를 낮잡아보는 이러한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지금부터라도 방과후학교는 교과교육과 양립하는 공교육의 한 축임을 인식하고 방과후학교 강사들을 학교에서 함께 일하는 가족과 같은 동료로 간주하여 차별없는 운영과 합당한 대우를 할 것을 요구한다. 강사들에게 적절한 처우가 이루어질 때 교육의 질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1. 대전광역시교육청은 학교 공기청정기 설치 과정에서 방과후교실·돌봄교실을 제외하고 설치하도록 한 지침을 만들고 진행한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
2. 방과후학교도 공교육이고 학교교육의 일부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의 공간에 차별없이 동일한 환경과 지원을 제공하라!
3. 방과후학교 강사들도 교육의 주체이다. 교육정책이나 환경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 모든 교육주체의 의견과 상황을 듣고 반영하여 진행하라!
2019년 4월 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