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아내에게도 결점은 있다
◎실용인문학#26》0824 삶이 증명한 살아 있는 지혜
by여유시간
11시간전
아내에게도 결점은 있다. 남의 이야기를 쉽게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은 내 이야기조차 쉽게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것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평소의 소통은 잘되는 편이다.
다만 조금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면 내가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어떤 때는 간단한 이야기에서도 서로 생각이 엇갈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상대를 이해시키려고 끝까지 밀어붙이면 어떻게 될까. 아마 둘 다 피곤해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는다. 내가 답답하다고 해서 아내를 자극할 이유도 없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이해시켜야 할 이유도 없다.
부부가 오래 살려면 모든 이야기가 완벽하게 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통하지 않는 부분을 인정하는 것이 더 편할 때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방식대로 세상을 이해한다. 그 방식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사람은 아니다. 아내에게도 그런 부분이 있고 나에게도 있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살아왔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것을 참고만 산 것은 아니다. 부부 사이에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 평소에는 웬만한 일은 무던하게 넘어가지만, 내가 한 번 아니라고 한 일을 다시 끄집어내서 끝까지 진행하려고 할 때가 있다. 특히 남과 비교하면서 그 선을 넘으려고 하면 나는 차가워진다.
아내도 그때는 내가 너무 차갑다고 한다. 그 말은 맞다. 나는 선을 넘으면 감정적으로 싸우기보다 오히려 감정을 닫아버리는 편이다. 그게 아내에게는 더 차갑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도 이유가 있다. 한 번 정한 선을 계속 넘게 두면 결국 작은 문제가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부부 사이에도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선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이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결점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함께 살다 보면 결점은 자연스럽게 보인다. 수십 년을 같이 살았는데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다. 그렇다면 그것을 발견할 때마다 하나씩 지적해야 할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다. 그 약점을 알고 있다고 해서 굳이 건드릴 필요는 없다. 결혼하면서 나는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굳이 약점을 찾아서 불행하게 만들 필요도 없었다. 나는 그것이 부부 사이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아내에게 결점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사람을 믿고, 처음 보는 사람과도 잘 지내고, 자기 이야기를 가족 밖의 사람들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다. 대화할 때 잘 들어주고 잘 웃는다. 할 말은 하고 살면서도 남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계산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아내의 몇 가지 결점을 가지고 이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사람을 몇 가지 부족한 점으로 판단하는 것은 너무 간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상대의 결점을 찾아내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장점과 부족함을 모두 알고도 함께 살아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