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데이(Demo Day)라는 날이 있다. 언뜻 듣기엔 ‘촛불집회 하는 날’같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데모데이란 벤처알선업자가 투자자들에게 설명회를 여는 날을 말한다.
데모데이를 처음 창안한 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다. 이 회사는 1년에 딱 2번 데모데이를 연다. 3월과 8월에 행사를 한다. 앞으로 다가올 데모데이는 내년 3월20일~22일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컴퓨터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이 행사에선 갓 창업한 기업들을 벤처투자자들에게 직접 안내해준다. 창업자와 투자자가 상담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한다. 데모데이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날이 됐다. 그 까닭은 이 데모데이를 통해 창업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날개 단 듯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데모데이를 통해 ‘날개를 단’ 창업기업은 이미 1173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이미 신화적인 벤처기업이 된 곳이 많다. 에어비엔비, 스트라이프, 파리버스, 코인베이스, 인스타카트, 머신존, 위블리, 드롭박스 등이 그렇다.
이 데모데이를 여는 와이콤비네이터는 영국출신 컴퓨터전문가이자 저술가인 폴 그레이엄이 그의 여자 친구 제시카 리빙스턴과 공동으로 지난 2005년에 창업한 회사다. 공동창업자 두 사람은 결혼해서 지금 부부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투자한 규모는 119억 달러에 이른다. 이미 37억 달러를 회수했다. 두 사람은 억만장자가 됐다.
와이콤비네이터와 같은 벤처알선업자를 미국에선 ‘시드 액셀러레이터’라고 부른다. 창업자에게 시드 머니를 촉발해주는 사람이란 뜻이다. 미국에서 시드 액셀러레이터 방식이 폭발적인 효과를 거두자 한국에서도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했다.
일찍이 프라이머(대표 권도균)가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시작한데 이어 퓨처플레이(대표 류중희), 매쉬업엔젤스(대표 이택경)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은 다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액셀러레이터 사업은 법적 뒷받침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크게 도약하지 못했다.
드디어 정부가 발 벗고 나서 지난 5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시드 액셀러레이터’를 제도화하는 조항을 넣었다. 한국에선 이의 명칭을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라고 정했다.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를 ‘초기창업자 등의 선발 및 투자, 전문보육을 주된 업무로 하는 자’라고 규정했다. 이제 한국에서도 ‘액셀러레이터’란 전문 업종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이 사업자는 초기 창업기업을 발굴해 사업공간, 엔젤투자, 멘토링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창업촉진 전문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이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하려는 회사는 자본금 1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비영리법인인 경우는 자본금 5000만원으로도 가능하다. 액셀러레이터가 되려면 중소기업청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등록 요건은 독립적인 사무실을 갖춰야하고 전문인력 2인 이상을 둬야 한다.
중소기업청은 액셀러레이터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업자들을 위해 오는 9일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액셀러레이터 등록제도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제 제도가 마련 된 만큼, 한국에서도 와이콤비네이터와 같은 세계적인 액셀러레이터가 속속 탄생되길 바란다. 이들이 여는 ‘데모데이’에 ‘촛불집회’처럼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