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Dunkirk
미국,영국,프랑스영화, 장르:액션,드라마,전쟁, 개봉:2017.07.20
감독,각본: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제작:워너 브러더스
주연:핀 화이트헤드(Fionn Whitehead),마크 라이런스(Mark Rylance),
톰 하디(Tom Hardy),아뉴린 바나드(Aneurin Barnard),
톰 글린 카니(Tom Glynn Carney),잭 로던(Jack Lowden) 외
관객:2,774,306명(2017.08.31.현재)
1. “덩케르크”Dunkerque
벨기에 국경선 320km를 향하는 프랑스 북부 노르파드칼레지방 “노르”(Nord)는 영국 도버 해협과 32km를 이웃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생활하고 있는 노르는 농업과 공업의 중심지이다. 바다를 간척하여 연안평야를 조성하면서 새로운 땅 “덩케르크”가 조성되었다. 6개 지역으로 나뉘어진 노르는 유럽대륙의 교차로로서 영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프랑스어로 “덩케르크”(Dunkerque)는 “모래언덕의 교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해군기지가 위치한 덩케르크는 유럽의 마지막 교두보로서 연합군이 반드시 사수해야 할 땅이었지만 37만 군인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다이나모 작전”을 감행하였다. 1939년 9월, 독일은 폴란드를 시작으로 노르웨이와 덴마크, 그리고 1940년 5월,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단기간내에 복속한 후 전 유럽을 상대로 정복전쟁을 선포하였다. 유럽대륙의 최강자로서 80만명의 정예군을 보유한 프랑스는 이제 유럽의 맹주가 아니었다.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프랑스의 도시들은 독일군의 군화발에 하염없이 짓밟혀 가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덩케르크”, 프랑스가 전열을 상실하고 두 개의 지역으로 분리되며 독일의 깃발에 정복당할 무렵, 덩케르크에는 37만명의 영국 원정군과 프랑스, 벨기에와 네덜란드 군인들이 벼랑 끝에 머물러 있었다. 그 가운데 21만명은 영국군이었다. 당시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던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이 5월10일 전격 사임을 결정한다. 후임으로 선출된“윈스턴 처칠”에겐 시간이 없었다. 이렇게 덩케르크 철수작전은 “다이나모 작전”이라는 명명으로 5월26일부터 6월4일까지 10일간 이루어 졌다. 모든 군사장비와 중장비들은 버린다. 단지 사람만을 구하는 철수작전 조차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군사적으로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독일 잠수함과 전투기들이 연일 폭탄과 총알세례를 쏟아 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일을 위해 영국 해군본부는 병력철수에 도움이 되는 모든 선박들을 동원하였다. 독일의 덩케르크 점령 시한이 다가 오자 영국해군과 연합군은 조급해 졌고, 더 많은 전투기와 배들을 동원하였다. U-보트와 전투기와 폭격기등 독일의 무자비한 진격속에서 37만명 가운데 19만8천명의 영국군과 14만명의 프랑스와 벨기에 군 등 총 33만8천명을 구조하는데 성공하였다.
비록 군수물자와 장비들은 모두 빼앗겼지만 당시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인적자원을 유지함으로서 2차 세계대전을 종전시키는데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었다. 덩케르크 작전은 흔히 “흥남철수작전”과 비교된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한반도는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조선의 수하로 복속되고 있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UN연합군의 개입과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는 역전되었고, 압록강변까지 되찾게 되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30만 중공군의 빠른 개입으로 함경북도 흥남항구엔 군인 10만명과 민간인 10만명이 피난할 시간도 없이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그러나 흥남 철수 작전은 병력과 민간인은 물론 무기까지 완전히 회수한 작전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승전이었다. 이에 비해 덩케르크 작전은 모든 전략무기와 중장비를 포기하고, 오직 병력만을 위한 철수 작전이었다. 그러나 이 작전의 성공으로 독일은 그들이 이미 빠져 나간 덩케르크에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포탄을 퍼부어 도시기능 그 자체를 마비 시켜 버렸다.
2. 영화 “덩케르크”Dunkirk
독일군은 불로뉴와 칼레를 점령하고 유럽의 교두보인 덩케르크 점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덩케르크 해군기지엔 영국원정대 20만명을 비롯하여 프랑스군과 벨기에, 네덜란드 등 37만명의 군인들이 도버 해협을 건너기 위해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 모든 전열을 상실한 연합군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은 자신들을 영국으로 데려다 줄 구축함이었지만 오는 대로 독일군의 잠수함에 걸리거나 폭격기에 침몰되는 반복을 경험하고 있다.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볼튼 사령관”(케네스 브래너역)은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않았다. “위넌트 대령”(제임스 다시역) 역시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모든 것은 역부족이다.
윈스턴 처칠 수상은 민간인 수송작전을 지시하며 영국민들의 애국심을 요청했다. 전투기 조종사 아들을 전쟁에서 잃은 “도슨”(마크 라이런스역) 선장은 둘째 아들 “피터”(톰 글린 카니역)와 아들의 친구인 “조지”(베리 케오간역)와 함께 자신의 배를 직접 운행하며 덩케르크 현장으로 출발한다. 다른 민간인 배들도 자청 타청으로 이 일에 동참하였고, 수많은 인명이 이들에 의해 구조되었다.
“토미”(핀 화이트헤드역)는 프랑스 군인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영국군 철수 대열에서 언제나 아웃사이더이지만 철수작전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구한 위대한 인물로 평가된다. “콜린스”(잭 로던역)는 전투기 조종사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철수작전을 지원하였다. 그는 자신의 생사여부를 알수 없는 상태에서 군인들의 철수작전을 충실히 지원함으로서 수많은 생명을 지키는 파수군이 되었다. “깁슨”(아뉴린 바나드역)은 토미와 함께한 동역자와 같은 사람이다. 누구하나 신뢰할수 없고 오직 생존을 위한 트라우마를 갖고있는 전투적 이기주의 속에서 토미와의 작은 우정을 지키려고 애를 쓴다.
도슨에 의해 구출된 “군인”(킬리언 머피역)은 철수작전에서 희생된 또 하나의 정신적 피해자상을 보여 준다. 그는 선실에 대한 공포가 있다. 철수작전에서 무사히 구축함에 승선한 군인들이 내실에서 파티를 벌이는 순간 U-보트에서 날아온 어뢰가 구축함을 순식간에 침몰시킨다. 선상에 있던 군인들은 바다에 뛰어 내려 목숨을 구하지만, 내실에 갇혀 있던 군인들은 그대로 수장되어 버리는 형국이다. 이것을 반복한 군인들은 그 트라우마에 갇혀 선실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 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군인은 영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도슨은 지금 그럴 처지가 아니다. 덩케르크 깊숙이 철수작전에 들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서 피터는 자신의 친구인 조지를 잃어 버린다. 피터의 위대함은 조지를 잃은 슬픔에 대한 분노 대신 평정심이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군인이 조지의 병환을 물었을 때 그는 괜찮다고 답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피터의 조지에 대한 위로는 덩케르크 철수에 선전한 조지의 언론 기사였다. 어쩌면 이름없이 사라져 버릴 친구의 이름을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여정 가운데 올려 놓은 것이다.
휴머니즘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덩케르크는 무기와 장비들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처칠의 용기있는 결단이 있었다. 37만명의 군인들이 죽음의 공포에 휩쌓여 있을 때 그는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며 그들의 생환을 기원하였다. 작전에 성공한 군인들이 영국 도버해협의 한 기차역에서 바라본 영국 국민들의 표정은 전쟁과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 만큼 전쟁과 평화는 매우 대비되는 것이다. 전쟁은 평화를 위해 전력투구한다. 그러나 독일은 무엇을 위해서 전쟁을 감행한 것일까? 4000~5000천만명의 희생자를 낸 최악의 전쟁은 전쟁이 가져다 주는 그 피해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되었다. 그 후에도 세계전쟁은 아니지만 국지전은 쉴틈없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누구를 죽이기 위해서 전쟁을 한다. 또 누군가는 누구를 살리고 지켜내기 위해 전쟁을 한다. 어떤 방식의 전쟁이든 모든 것에는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가 남는다. 덩케르크에서 살아남은 많은 사람들은 그후에 많은 트라우마를 겪으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철수작전의 성공보다 깊은 과제는 트라우마로 부터의 철수작전일 것이다.
영화는 끝이 났다. 처음부터 시작된 굉음은 심장을 뛰게 하며 멈칫거릴줄 모른다. 하늘과 바다에서 사람을 살리려는 편과 죽이려는 편의 전쟁은 늘 위태로워 보인다. 승선해도 죽고 그냥 있어도 죽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가운데 이기주의라는 극단적 행위도 일어난다. 보트를 보고 죽을 힘을 다해 헤엄쳐 온 사람을 밀어내는 비정함은 전쟁이 얼마나 참혹하고 비정한 것인가를 보여준다.
그러나 친구를 위해 평정심을 지키고, 마음을 누르는 위대한 피터의 힘은 신앙을 보는 듯 하다. 영국정신의 기초가 되는 웨스터민스터 신앙고백은 미국 청교도 신앙을 세운다. 영국정신은 기독교 정신이다. 오늘날 전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는 미국의 정신도 기독교 정신이다. 성경에 기초한 그들의 신앙적 성숙함은 이 영화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우리는 한편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이 영화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배를 띄우면 침몰하고, 또 다시 띄우면 침몰하는 상황속에서도 결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는 리더자의 신념을 발견한다. 아버지 도슨과 아들 피터는 우리의 심령을 깨운다. 사람을 살리는 역할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는 사람을 살리라는 명령이 전달되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에게도 이러한 선명한 신념체계가 없다. 그저 적당한 수준에서 겨우 신앙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해서는 덩케르크에서 그 누구도 구조해 낼 수 없다. 대충하는 신앙생활 속에서는 단 한사람의 영혼에게도 복음을 전할수 없고, 스스로의 신앙도 위험해 직면해 있음을 발견한다. 이제 우리는 덩케르크에서 만난 사람들을 기억하며 우리가 구조해야 할 사람들이 지금 어느 바다에 방치되고 있는지 찾아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