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은 물체나 공간의 경계가 만드는 생김새다. 언어나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소통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주변에 모양의 독특함으로 기억되는 대상이 적지 않다. 나이키나 애플, 맥도널드와 같은 유명한 회사 로고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제품이나 건축물의 이미지가 훨씬 강렬하다. 윤곽을 따라 시선이 흐르면서 3차원적 움직임을 느끼고, 또 그 안에 있는 내용물과의 관계를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중 대표적 제품이 코카콜라 병이다. 주름치마를 입은 여인의 몸매를 상징하여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양적으로는 커 보이고, 손에 잡았을 때 형용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 특별하다. 뉴욕의 연말연시, 타임스스퀘어에 자리 잡은 코카콜라 전광판에서는 병의 모양을 응용한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고 있다〈사진〉.
오렌지색 손잡이로 알려진 피스카스(Fiskars) 가위나 이탈리아의 스쿠터 베스파(Vespa), 지포라이터 역시 그 특유의 모양으로 인식된 제품들이다.
기하학적으로 모서리가 잘려 있는 샤넬 No.5 향수병의 추상적 형태도 유명하다. 1959년부터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되었고,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향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뉴욕의 록펠러센터에 설치된 조각은 외관의 윤곽만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인지하는 것, 이것이 모양의 힘이다.
어떤 물체에 시각적인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건 쉽지 않다. 색은 선택과 조합이지만 모양은 창조다. 한번 만들면 바꾸기도 어렵다. 모든 제품의 모양이 다 이렇게 인지되어 호강을 누리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제품이건, 건축이건, 그래픽이건 모양은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변하지 않는 모양 그대로 간직되면서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인지되는 지속성 또한 중요하다. 모양의 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흉측한 모양, 못생긴 형태를 보고 있는 건 괴롭다. '미(美)'는 인간이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기고자 :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장르 : 연재본문자수 : 99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