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절정에 이른 요즘 만큼 나들이 떠나기에 좋을 때가 없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주말마다 비소식으로 계절의 여왕 5월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번 라이딩은 4월 8일(일) 이후에 처음 실시하는 라이딩으로 구파발역에서 출발하여 북한산 둘레길, 창릉천, 행주대교, 한강변 자전거길, 안양천, 신도림역에 이르는 코스로 48km이며, 스머프 차가 북한산 둘레길, 창릉천은 처음 가보는 코스로 배려하는 차원에서 선정되었다. 북한산 둘레길은 기존의 대원들도 처음 가보는 코스이기도 하다.
오늘 라이딩은 4명이 참가하였다. 바이크 손대장은 척추협착증 시술로, 스카이 천(김학천) 부부는 미국 여행 중에 있으며, 베어 킴(김간진)은 대장암 항암 치료중에 있고, 아스트라 전(전인구)은 마라톤 참가 중이라 불참하였다.
구파발은 서울의 서북 변방에 위치하여 의주대로로 연결되는 교통과 통신의 요지였다. 임진왜란 이후 봉수제(烽燧制)의 실효성이 떨어지자 이를 대신한 것이 파발(擺撥)제도 였다. 급한 공문 등 소식을 전할 때 발 빠른 사람과 말에 의존하는 제도가 파발이였는데 구파발은 서울의 돈화문에서 벽제와 파주로 이어지는 파발막이 있었던 곳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비는 멈추고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가득하였다. 구파발역 2번출구에서 진관내천으로 진입하려고 하였으나 자전거 출입금지로 서울 은평 우체국을 지나 진관2로와 연서로를 타고가다 재각말 교차로에서 우회전하고 화의군 이영(1425-?)묘역에 당도하였다. 화의군은 조선 제 4대 왕인 세종의 여섯번째 아들로 단종 복위에 가담하여 세조(이복형)로부터 정치적 탄압을 받았던 인물로 학문의 조예가 깊고 절의가 있으며 초서와 예서능이 능했다고 한다. 화의군 이영은 사육신인 박팽년의 매부이며, 중종 때 복관되었다.
화의군 이영묘역에서 북한산 둘레길 9구간을 따라가면 진관사(津寬寺) 이정표가 보이고, 한옥마을을 경유하면 진관사(津寬寺)에 이른다. 진관사는 진관천을 끼고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아담한 사찰로 싱그러운 신록과 어우러져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진관사는 신라 진덕왕 때 원효가 삼천사와 함께 창건하여 신혈사라 하였으나 고려 현종이 어릴적에 자신을 경종 왕태후의 암살 기도로 부터 구해준 신혈사의 승 진관(津寬)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신혈사 자리에 대가람을 세우고 진관사라 했다.
진관사는 특기할 만한 문화재는 없으나 대웅전에 봉안된 본존불은 고려 현종을 구해준 불상이라 전해지고 있다.
속세와 인연을 끊고 오로지 불심을 닦고있는 젊은 여승들이 눈길을 끌었다. 진관사는 비구니 사찰로 유명한 곳이다. 오벨로는 착실한 불교 신자로 석가모니 탄신일(5.22)에 앞서 부처님께 봉헌하였다. 진관사 경내를 구경하면서 사진도 담고 향수가 깃든 초가지붕 찻집에서 향긋한 쌍화차와 대추차를 마시며 여유를 마냥 즐겼다. 진관사를 벗어나 북한산 둘레길 9구간으로 진입하고 따라가면 흙길과 나무데크길,시멘트 포장길이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숲길이 나온다.
삼천사 입구를 지나면 북한산 둘레길 10구간 내시묘역길에 이른다. 내시묘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가장 큰 조선시대 내시의 집단 묘역이다. 조선시대 내시파 이시문을 시조로 하는 이시문공파의 내시 무덤 45기가 묻혀있는 곳으로 조선시대 내시사 연구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일대의 신도시 개발로 인해 무덤들은 훼손되어서 이제는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이 구간은 왕의 뒤에서 그림자처럼 보좌하던 그들의 성품처럼 한적한 숲길이다.
내시묘역길은 처음에는 업힐이지만 그 이후부터는 평탄하고 숲이 울창한 힐링코스다. 숲은 자연 건강센터라고도 한다. 숲의 나무는 항염증 항산화 효과가 있는 '피톤치드'를 내 뿜는다. 숲에 들어갔을 때 코를 자극하는 향긋한 냄새가 피톤치드로 말초혈관과 심폐기능을 강화해 천식이나 폐 건강에 좋다. 이 숲길을 따라 북한산 글램핑장, 백화사를 지나서 북한산 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가면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가 바로 나온다.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가는 등산객들과 상춘객들로 북적였다.
쇄도우수는 20년 전 MTB를 즐겼던 60대 중반 자전거 마니아를 만나 자전거와 관련된 소재로 정보를 교환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 교차로에서 창릉천을 끼고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가 덕수교에서 창릉천 수변 자전거길로 접어들었다. 창릉천은 서울시 경계를 지나다가 방화대교 북단 부근에서 한강에 유입하는 지방하천으로 자연 친화적인 생태하천이다. 창릉천 수변 자전거길을 따라가다 보면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애를 먹는다. 해당 구청에서 이정표를 세워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창릉천에서 서오릉로를 따라 서오릉을 잠깐 일별하고 서오릉 메카다슬기 식당에서 다슬기 깨탕과 맑은탕, 다슬기전으로 오찬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