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밖에는 봄비가 추적추적 얼씬년 스럽게 오고 있다. 그것도 중국의 황사를 가득 퍼담은 흑비가...
앞으로 지으질 우리 생태마을의 조경수인 반송과 대추나무를 지기님과 잔솔님이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소나무에 관한 내 어렸을 적 추억 한토막이 생각나 끄적거려 본다.
내가 국민학교(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니까 50년 전의 일이다.
그 때는 시골의 난방과 취사를 아궁이에 화목연료를 태워서 조달하였으므로 지금의 북한처럼 대부분의 산이 벌거숭이 산이였다.
이런 관계로 어느 추운 겨울날 나와 두살 위인 네째형, 다섯살 위인 세째형과 같이 그나마 주인이 관리하여 벌거숭이 산을 면하고 있는 이웃마을의 산에가서 지게를 받치고 주인 몰래 소나무가지를 낫으로 처서 화목나무를 열심히 모으고 있는데 어느사이에 산 주인이 괭이를 들고 와서는 지게의 다리를 후려처서 아작을 내고... 세째형의 바지춤을 도망가지 못하게 붇잡고 지서(파출소)에 가자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우리 형제 셋은 지서(파출소)란 말에 바짝 쫄아서 죄송하다고 연신 용서만 빌고...
그러면서 산 주인은 나를 보면서 우리 아버지를 모시고 오라 하였다.
셋째형은 바지춤을 잡힌체로...네째형은 엉거주춤... 나는 아버지를 모시러 집으로...
아버지에게 이러고 저러고...지게 다리를 부셨다는 말에 대노하여 사건현장으로 가서 다짜고짜 산주인과 멱살을 서로 잡고 흔들며...고함소리만 요란하게... 서로가 잘 아는 사이지만 지게 다리를 절단 했다는 사실에 서로간에 언성이 높았었다.
그 때(내가 어릴때) 어른들이 싸움을 할 때는 참 이상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즉, 그날 아버지와 산주인은 멱살을 잡고 언성을 높여 싸우다가 어느순간 같이 멱살을 놓고 두 어른이 가까이 앉아 담배불을 서로 붙여주며 도란도란 이야기 하다가 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는 다시 서로 멱살잡고 언성높여 싸우고...... 싸움같지 않은 코미디같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린 마음에 어른들은 원래 싸움을 저렇게 하는가 보다 생각 했었다.
하여튼 그날 지게 두개가 절단났고 가지치기한 솔가지는 가져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웬만해서는 아이들 문제는 자기 스스로 해결하라는 아버지의 지론이 그놈의 지게다리 뿌러짐에 의하여 그 소중한 아버지의 지론을 잠시나마 문고리에 걸어두는 대 참사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