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강호 포르투갈을 1대 0으로 이겨 16강 진출이 확정됐다. 이번 월드컵 국가대표팀에는 이영표, 송종국, 최태욱 선수 등의 기도하는 크리스천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이들이 그라운드에서 기도하는 모습과 크리스천 잡지 '빛과소금'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한다.>
한국 월드컵 16강 진출의 숨은 공로자들, 크리스천 대표선수들 인터뷰
기도하는 이영표, 송종국, 최태욱 선수, "크리스천 골 세레머니 기대하세요"
2002 한일 월드컵 본선에 나갈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지난 4월 30일, 상기된 표정의 세 젊은이는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 듯 연신 멋쩍은 웃음만 지어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꿈꿔온 일이건만, 그렇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건만, 막상 자신들이 최종 엔트리에 오르자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강한 자신감으로 다부져보였다.
초롱이 이영표, 최 목사 최태욱, 썰렁이 송종국. 대표팀 허리를 책임지며 공수를 조율하는 포스트에 그들이 항상 서 있다. 또한 월드컵을 시청하는 전세계 60억 인구에게 예수 사랑의 전령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영표 선수, "크리스천 골 세레머니 기대하세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 15:5).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마다 이영표 선수가 묵상한 말씀이다. 그 말씀이 이젠 삶의 지표가 되었다. 주님이 주신 양분으로 지금의 이영표가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예수 모르고 죽었으면 얼마나 억울했겠냐"는 반문을 기자에게 했을까. 요즘 이영표 선수는 예배의 기쁨에 푹 빠져 있다. 합숙과 경기 일정으로 정기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삶의 자리에서 항상 예배자로 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스스로 무덤덤하다는 그가 예배 시간만큼은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이 선수는 2002 한일 월드컵이 '복음 월드컵'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16강에 올라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일하심이 증거되기를 바란다. 그 일에 쓰임받고 싶어 이 선수는 늘 준비하는 삶을 산다. 히딩크 호의 체력 테스트에서 항상 상위에 오르고 생활도 건실하게 꾸리고자 노력한다.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운동을 게을리하면 비아냥거림을 당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영표 선수는 이번 월드컵을 위해 크리스천 동료들과 독특한 골 세레머니를 구상하고 있다. 공격수는 아니지만 자신의 표현처럼 "언제 어디서 잘못(?) 맞아 들어갈지도 모르니 준비하는 것"이란다. 상대팀 골 네트를 흔들고 TV 브라운관을 향해 달려오는 'JESUS LOVE' 라는 문구를 발견하면, 그것은 바로 이 선수가 구상한 전 세계인을 향한 담대한 복음 선포이다.
최태욱 선수, "골인 기도 꿀맛 같아요"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 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 41:10).
대표팀 부동의 왼쪽 날개 최태욱 선수가 고 1때 예수님을 영접하고 받은 첫 말씀이다. 말씀을 받고 성경을 처음 읽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이 받은 말씀이 그대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코스타리카와 가진 평가전에서 두 번째 골을 넣으며 부상의 악몽을 떨쳐버린 그는 3개월 부상 기간에도 기쁨으로 충만했다. 운동 선수들에게 최악인 아킬레스건 부상도 하나님이 고쳐주실 것을 믿었고, 월드컵 출전 또한 꼭 이뤄주실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골 세레머니가 독특하다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무릎이 꿇어진다. 짧은 시간에 무슨 기도냐고 하겠지만 그 시도시간이 정말 꿀맛같다"고 응수한다. 최태욱 선수의 별명은 최 목사. 선배들이 농담삼아 "넌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하지만 "크리스천으로 사는 재미는 경험해본 사람만이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항상 전도의 기회를 엿보는 최태욱 선수는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훈련과 말씀과 기도에 전무하며 참된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 고민이 있을 때마다 동료들이 찾아온다. 선배들도 간간이 찾아온다고 최 선수는 귀띔한다. 부상이 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기도를 부탁하는 선수들도 있다. 한번은 비행중에 난기류를 만나 비행기가 흔들리자, 선수들이 그에게 "기도 좀 하라"고 아우성을 치기도 했다.
승패가 명확한 승부의 세계, 그 살얼음판을 날마다 지나기 때문에 은퇴 후에는 승패와 무관한 일을 하고 싶다는 최태욱 선수. 그는 장대숲을 이루는 유럽 선수들 사이에서 과감하게 슛을 날리고 헤딩을 한다. 7만여 관중이 운집해도 주눅들지 않고 펄펄 난다. 자신감의 근원은 "두려워말라"고 하신 분임을 굳게 믿기에 그는 오늘도 하나님이 주신 멋진 경기를 상상하며 그라운드에 선다.
송종국 선수, "성령의 하나되게 하심 힘써 지킬게요"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
히딩크의 황태자 송종국 선수의 마음은 성령의 임재로 가득하다. 대표팀 크리스천들이 성령의 능력으로 팀을 잘 보듬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거머쥔 K 리그 신인왕 타이틀과 팬클럽 결성으로 한껏 올랐던 어깨를 지그시 눌러주신 분이 성령이기에 이 말씀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히딩크의 황태자'라는 별명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는 송종국 선수. 더 잘하라고, 그래서 월드컵 16강을 이루라고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단다. 그러나 그가 팬들로부터 진정으로 듣고 싶은 별명은 바로 '하나님의 아들'이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쭉 그랬으면 좋겠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송 선수는 축구 선수로는 치명적인 무릎을 가지고 있다. 1시간 이상 뛰기 어려운 그에게 축구는 적합한 운동이 아니었다. 그러나 대학 3년 때 한 선배의 권유로 시작한 기도가 그를 변화시켰다. "더도 말고 남들처럼 뛸 수만 있게 해달라"는 기도는 응답됐고, 대표팀 발탁과 히딩크 호의 유일한 '멀티 플레이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그는 사도행전 말씀처럼 예루살렘은 물론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라고 무릎을 고쳐주셨다고 확신한다.
송 선수는 골키퍼를 빼고 안 해본 것이 없다. 지난해 2월 아랍에미리트 전에서 동점골을 뽑은 후 넙죽 주저앉아 기도해 동료는 물론 TV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좀더 오래 기도하고 싶었는데, 동료들이 달려오는 바람에 아쉬웠다고 한다. 그래도 그 일을 통해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엡 4:3)는 말씀을 몸으로 실천한 것 같아 흐뭇했단다.
월드컵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파되기를 바란다는 그는 더불어 자신의 신앙이 더 성숙하기를 기도한다. 유럽으로 진출하기 앞서 좀더 성숙한 신앙인으로 자라 그곳에서도 참된 진리를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2002년 5월 15일호, '빛과소금'(두란노)에서
'믿음의 전사’ 7인, 월드컵 맹활약
한국의 국가대표 축구팀에 믿음의 전사들이 맹활약하고 있다.이들은 지난 26일 온 국민을 열광시킨 프랑스전에서도 맹활약, 그라운드에서의 기량뿐만 아니라 모범적인 생활로 월드컵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 베스트 멤버 중 크리스천 선수들은 이영표, 최태욱, 안정환, 송종국, 김태영, 차두리에 이어 최근 믿음을 갖게 된 이천수까지 7명에 이른다. 최종 엔트리 23명 중 3분의1에 가까운 숫자다.
이천수 선수가 믿음을 갖게 된 것은 ‘교회 다니는 형들이 공도 잘 차더라’는 사실을 목격한 때문이다. 잦은 부상과 부진한 성적으로 고민하고 있던 이천수는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북중미 골드컵 당시에도 왼쪽 무릎 부상으로 벤치를 지켜야 했다. 그때 이영표, 송종국, 최태욱 등 팀에서 부상없이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에게 준 하루의 자유시간에 다른 선수들은 쇼핑과 관광 등에 나섰지만 이영표, 송종국 등은 함께 교회에 찾아가 예배를 드렸다. 호기심을 느낀 이천수도 교회에 따라갔다. 이천수를 기특하게 여긴 이영표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성경말씀을 보내면서 믿음을 가질 것을 권유했다. 마침내 이천수는 지난 16일 스코틀랜드전에서 첫 골을 넣고 두손을 모아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믿음의 전사 대열에 합류했다.
대표팀의 허진 미디어 담당관은 “이천수 선수가 교회에 다니면서 연예 프로그램에 출전하는 횟수도 줄이고 생활에도 절제가 생기는 등 신앙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대표팀에서도 탈락했던 안정환 선수는 지난 16일 스코틀랜드전에서 두 골을 뽑아내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안 선수는 결혼반지에 입을 맞추는 골 세레머니로 최고의 인기 스타로 떠올라 타임 지 표지를 장식하기까지 했다. 화장품 모델까지 한 대한민국 최고의 미남 축구선수지만 믿음을 가진 그는 숱한 유혹을 뿌리치고 오로지 아내만을 사랑하는 순정남.
송종국, 최태욱, 이영표는 대표팀에서도 ‘축구 전도사’로 이름나 있다. "영혼이 맑아보인다"며 팬이 전해준 성경과 간증집으로 믿음을 갖게 된 이영표 선수는 이젠 “대표팀에 선교단을 만들겠다”고 할 정도로 열혈신자가 됐다. 최태욱 선수도 휴가 때면 기도원을 찾는 신실한 믿음을 갖고 있다. 송종국은 만성질환인 무릎 통증을 고치고 대표팀에 발탁된 게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는 간증을 전하고 다닌다.
대표팀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스타급 선수들이 술과 담배, 여자 등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결국 대표팀에서 탈락했지만 신앙을 가진 선수들은 절제된 사생활 덕분인지 꾸준하게 기량을 발휘하면서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