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에 대한 상념
정 진 수
어스름 서서히 물러가면 소록소록
무성한 연잎 사이로
꽃봉오리 살며시 문 열고
수줍은 숫처녀인양 연꽃잎 고개 내어민다
연지(蓮池)에선 '탁' '탁' 꽃망울 터지는 소리 들리고
사방이 확 트인 호수엔 맑은 영혼들 가득하다
청초한 자태 너무도 고고하여
연잎엔 빗방울도 오래 머물지 못해
또르륵 또르륵 고운 마음으로
물방울 지나간 흔적마저 지우고 간다
자태 고운 한복 곱게 차려 입고
비바람 불어도 부드럽고 유연하게 흔들리는 저 순백의 연꽃!
현시대가 제 아무리 여성 상위 시대라 해도
둥글고 고운 빛으로
꽃향기 넘치는 가정을 만들고 아이들 키우는
어질고 어진 부용낭자 많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성
정 진 수
분홍 입술 열고 홍련이 나를 부른다
호수에 떠 있는 싱그러운 연 잎파리에
폴짝 뛰어오른 연두빛 개구리
퍼붓는 소낙비 매를 맞는지 앉아있다
개구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부모 말씀 무조건 반대로만 살았기에
유언대로 물가에 무덤을 만들었지
그래서 비만 오면 울어대는 것이지
맑은 날엔 염치없어 울지 못하고
소낙비 내리면 울음보 터지는 청개구리들
개굴개굴개굴개굴개굴
후회하며 밤새워 우는 게지
어머니의 무한한 자식 사랑
먹구름 몰려와 천둥 벼락 내리치는 날이면
청개구리 따라 나도 운다
빗줄기가 매가 되어 나를 때린다
별자리 이야기
정 진 수
함지(咸池)로 숨어버린 님을 찾아
미루나무 가지 사이로 살며시 스며든 별빛
별자리 신화와 전설을 가지고
오늘도 쉬지 않고 지구로 지구로 내려오지
작은 곰 별자리, 큰 곰 별자리
엄마 곰과 사냥꾼 아들의 슬픈 이야기
거문고 베가성, 독수리 알타이르성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야기도 들려주지
은하수가 된 여든 여덟 개 별자리
카페우스 왕과 카시오페이아 왕비
아드로메다 공주와 페르세우스 왕자
별 가족 모두가 빛나는 아름다운 주인공들이야
우리들 마음속에도 별자리는 셀 수 없이 많아
오랫동안 알았던 사람들의 다정한 눈빛들
흘러가버린 추억의 강을 헤엄치며
기억 저편에서 소중한 보석으로 빛나고 있어
프로필
영등포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모국어가꾸기 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윤리위 부위원장
문예사조 문학상 본상, 한국창작문학 문학상 본상
계간문예상상탐구작가상, 국세문예전 국세청장상 수상
주소 : 원주시 오리현길 62 e편한세상반곡아파트107동506호
H P : 010-3014-87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