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정여창 고택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윤동재
함양 일두* 정여창 선생 고택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꼭 다음날 새벽
한 마리 좀 벌레로 바뀐 나를 보게 되었네
처음에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매번 그런 일을 겪어 이 뒤엘랑 놀라지 않았네
얼마 전에도
상림 학사루 남계서원을 둘러보려고
일두 정여창 선생 고택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새벽 일어나 세수하고 거울을 보니
나는 온데간데없고 한 마리 좀 벌레만 거울에 비쳤네
나는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일두 정여창 선생 고택에서
하루 묵었더니
이번에도 내가
한 마리 좀 벌레가 되었구나 하고 바로 알아챘네
그런데 그날은 다른 날과 달리 일두 정여창 선생
거울을 보고 있는 내 뒤에 서서 껄껄 웃으면서 외쳤네
나도 한 마리 좀 벌레!
너도 한 마리 좀 벌레!
이 세상을 굴리는 것도 한 마리 좀 벌레!
*일두一蠹: 한 마리 좀 벌레. 정여창 선생의 호.
#정여창 #좀 벌레 #상림 #학사루 #남계서원
정여창 고택 사랑채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첫댓글 좀 벌레보다 더 작은 것은 없는가? 보이는 것만 알고 보이지 않는 것은 모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