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권영* 선생님의 기획으로 오늘은 남원에 있는 만행산 천문대로 진로체험을 떠나는 날이다.
아침부터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먹을 간식과 음료를 부산하게 챙기며 차에 오른다.
나는 오전 업무가 있어 학교에 남아 업무를 처리하려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먼저 떠나보낸다.
11시까지 밀린 업무를 보고 남원 만행산 천문대를 향해 떠난다.
학교를 벗어나니 가을 노란 들녘과 산속 울긋불긋 한 단풍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고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며 일만 했던 내 자신을 반성해 본다.
그 어떤 과학 기술, 미술 기술로도 따라잡지 못할 자연의 모습을 볼 때마다 경외감을 느끼며 스스로 겸손해진다.
천문대는 남원 산동 만행산 깊숙이 있었다.
깊은 산으로 들어가니 가을은 더 일찍이 찾아왔더라.
온통 산들이 나무들이 샛노랗고 빨갛더라.
학생들과 선생님은 망원경의 원리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강사 선생님이 여러 개의 렌즈를 주셨다.
이 중 두 개의 렌즈를 연결하면 망원경이 되었다.
교실 밖에서 배운 진짜 과학이었다.
오목렌즈와 볼록렌즈를 연결하면 케플러식 망원경이고,
볼록렌즈와 볼록렌즈를 연결하면 갈릴레오식 망원경이다.
우리가 지금 접하고 있는 망원경은 케플러식 망원경이라고 하신다.
1600년간 정설로 받아들여진 천동설은 고작 이 두 개의 렌즈에 의해 무너졌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통해 바라본 목성과 금성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거기서부터 지동설은 시작되었다.
알아야 더 보인다.
오늘 만행산 천문대에서 강의를 맡은 선생님은 전 과학과 장현근 선생님이시다.
선생님과는 인연이 깊다.
예전 남원중학교에서 함께 근무를 했으며.
함께 활동했던 남원 야구팀 ‘미르’의 팀원이시다.
야구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꼰대 김선생 이야기’에서 다루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함께 달리며 공을 던지고 받고 같이 운동했던 사이이다.
이렇게 각자의 영역에서 우연히 마주치니 너무 반가웠다.
운동장에서만 보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더라.
열심히 강의하는 모습이 운동하는 모습보다 더 멋있어 보였다.
산이라 그런지 해가 더 일찍 진다.
저녁이 되니 별들이 하나하나 나타난다.
아니지.
실은 나타난 게 아니라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는데 어두워지니 알아챈 거지.
별을 보며 부모님이 생각이 났다.
언제나 자녀들을 보살피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시는 그 마음이.
평소에는 감사한지도 모르다가 삶이 힘들어지고 저녁 하늘처럼 어두워지면 그때서야 부모님을 생각하는, 못난 자식의 마음가짐을 반성해본다.
언제나 감사하고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그런 아들이 되어야겠다.
오늘도 밤하늘의 별에게서 하나 배운다.
오후에 배웠던 망원경 렌즈를 통해 하늘의 목성과 토성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의 밝은 저 별이 바로 목성이었다.
목성에는 위에서 아래로 그어진 줄무늬 2개와 위성이 4개가 보이더라.
실제 목성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위성이 있다고 한다.
눈에는 목성만 반짝이는데 렌즈를 통해 보니 그 주위에 4개의 위성이 더 반짝인다.
역시 ‘혼자서만 반짝이는 별은 없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단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목성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밤하늘의 토성은 목성보다는 덜 밝았다.
하지만, 렌즈를 통해 바라보니 더 아름다웠다.
토성에는 링 모양의 띠가 있었다.
마치 반짝거리는 금반지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목성과 토성을 제대로 바라본 게.
모두들 신기했는지 감탄사를 연발하더라.
가을밤, 별을 바라보던 우리의 모습이 또 하나의 추억으로 고이고이 기억되리라.
오늘 늦은 시간까지 함께한 학생들과 선생님들께 자축의 박수를 보낸다.
학생들과 체험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들은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우리가 돌아가는 길을 비춰주는 것 같았다.
밤하늘을 바라다보던 중 발견한 백조자리와 관련한 SNS에 쓴 짧은 글을 더해본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
세 별을 직각 삼각형으로 그었을때.
직각 부분이 베가(직녀)입니다.
직각삼각형 하면 중학교 수학 시간에 배웠던 피타고라스 정리가 생각나지요?
이 직각삼각형을 90도 좌회전하여 눕혔을 때,
높이에 해당하는 별이 데네브(백조).
밑변의 길이의 반대편이 알타이르(견우).
백조는 은하수 강을 따라 견우와 직녀 사이를 날아갑니다.
견우와 직녀 사이에는 은하수 강이 흐르고 있죠.
직각삼각형의 밑변 반대편에 저 멀리 떨어져서,
서로 보고싶어 하는 두 별의 마음이,
저 차가운 가을 밤하늘을 바라보는 저에게까지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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