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치의는 나로 하겠어 / 한정숙
작년에 퇴직하여 일주일에 반은 시골집과 밭을 관리하던 남편은 겨울 들면서 특별히 할 일이 없다고 파크골프에 맛을 들이더니 일주일 내내 운동하느라 신바람이다. 일요일엔 15년 남짓 활동하고 있는 배구 동호인들과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게임을 하느라 점심시간이 기울도록 땀 흘린다. 한 사람이라도 건강해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부럽기도 하고 괜스레 약이 오르기도 한다.
본시 소식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그는 병원에 가는 일이 거의 없다. 가끔은 의료보험료가 아깝다는 배부른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오늘은 배구가 끝난 후 당구까지 쳤다며 저녁 밥때가 다 되어서야 들어왔다. 준비된 식탁을 보더니 또 저녁을 안 먹느냐고 채근한다. 앞으로 일주일은 정말로 저녁을 안 먹어보겠다며 글쓰기 숙제를 핑계로 자리를 비켰다.
내가 저녁을 안 먹어보겠다고 하는 것은 보름 전 들렀던 서울의 어느 한의원 원장님이 강력히 권하셨기 때문이다. 늘 나의 건강을 걱정하며 치유를 응원하는 선배님이 추천한 영상을 보고 찾아갔는데 입소문 듣고 찾아온 중환자들이 태반이라고 했다.
특히 나의 관심을 끈 것은 현대병의 원인을 오염된 음식과 환경, 잘못된 식습관으로 보고 내린 처방이다. 첫째가 의사와 약에 의존하지 말고 내 몸을 스스로 치유하자는 내용의 ‘생각 바꾸기’요, 둘째는 자연 식물식 섭생법이며 그 후 한의학적 치료의 도움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자연 식물식 섭생법의 구체적 내용에 저녁 금식, 현미 잡곡 통곡식과 식물식, 햇빛 쬐기와 맨발 걷기 그리고 근력운동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동안 해 왔던 것들이라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의욕을 갖고 한의원을 나왔었다.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나도 평소에 아침은 거르고 점심과 저녁을 먹었다. 그러나 저녁에는 소화효소가 나오지 않으니, 저녁에 먹은 음식은 독이라며 힘들어도 시작해 보자는 응원을 듣고 나도 의사 된 마음으로 계획을 세워 실행하기로 했다. 실제로 점심 식사 이후 금식하고 다음 날 아침 혈압을 재었더니 평소보다 20 이상이 떨어진 110/80으로 정상범위였다.
날마다 시간을 내어 걷는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기도 하고 일과를 마친 저녁에 만 보 이상 걷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장님은 2만 보에서 3만 보까지 걸어보라지만 만 오천 보가 넘어가면 무리가 된다. 만 보라도 보폭을 크게 하고 빠른 걸음으로 땀나게 걸으면 그만이다. 그중 40분 이상은 맨발로 걷는다. 내가 앓고 있는 고지혈, 고혈압, 다리부종 등이 혈관병인지라 맨발 걷기로 혈액순환이 잘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맨발로 흙이나 모래를 밟으면 모세혈관이 자극되어 온몸의 피돌기가 좋아지고 건강이 나아지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걷기는 명상하며 나를 성찰하는 시간이고 숙면에 1등 공신이니 정신건강에도 맞춤이다.
섭생은 현미 잡곡과 채식으로 한다. 현미 잡곡과 채식 위주의 식단은 14년 전 뇌수술 후 시작하였으나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현미 채식과 일반식 두 종류의 식단이 번잡스러워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그 결과가 3년 전 다시 큰 수술을 부르지 않았나 하고 부끄러워진다. 그러나 지금은 90퍼센트 이상은 지키고 있다고 장담한다. 부족한 10퍼센트는 좋아하는 생선과 아주 가끔 먹는 달걀 정도이다. 나의 이런 식단은 가정에서는 확실히 지켜지고 있는데 모임이나 회식 등 외식 때 문제가 발생하기는 한다. 다행스럽게 점점 채식 문화가 확산하고 있어, 나의 메뉴 선택도 편해지고 있다. 어쨌거나 지금은 병원에서 약을 받아오진 않는다. 대신 그동안 건강 관련 책을 읽거나, 연수 때 들었던 강의 내용과 관련된 영상자료에서 얻은 정보로 내 건강을 위한 식생활을 다지고 있다.
인간의 생존 연령이 길어지면서 노년 건강에 관한 정보가 심심치 않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서울 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는데 노년의 근력 건강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돈 들여 운동하라’고 역설했다. 근력운동을 위해 운동 센터에 가서 돈을 내고 운동법도 배우고 함께 운동하라는 말이다. 1회당 5만 원의 수강료를 낸다면 주 2회 운동비용으로 한 달에 40만원, 1년에 500만 원을 내게 되지만 건강한 노년기 1년의 생활은 1억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비단 1억의 가치만 있겠는가?
나도 1주일에 2회 재활과 건강을 위해 돈을 들여 운동하고 있다. 모든 일에 우선하여 운동은 꼭 하려고 한다. 아직 근력에는 자신이 없다. 좌우 균형이 맞질 않는다. 그래도 좋아지고 있다는 강사님의 입에 발린 칭찬을 들으며 수업을 받는다. 좋은 생각, 바른 먹거리, 꾸준한 운동이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나도 내 몸을 관리하는 의사가 되지 않을까? 가뜩이나 의사들이 파업하여 병원 가기도 힘든데, 내 주치의는 나로 하겠어.
첫댓글 와, 대단하시네요. 선배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글 읽으면서 실천하지 않는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여러 정보를 배웁니다.
먹는 것과 운동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잘 실천이 안 되네요. 봄도 됐으니 저도 이제 운동 시작!
작심 3일도 가치가 있고 오늘 놓치고 내일 다시 생각을 다잡아도 안하는 것 보다야 100배 낫다고 생각합니다. ㅎ 자기 합리화일까요? 실천 못했다고 전전긍긍하면 병나니까요. 하하
대단하신 울 선배님! 날마다 올라오는 맨발 에 존경의 마음 절로 입니다.
밤도와 쓰윽 등장하는 후배님의 맨발을 보며 많은 이야기를 보내는데 그대는 들으시는지요. 발가락이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정말 주치의시네요.
내 몸쯤은 스스로 돌보며 살아야 하는데, 너무 소홀히 하고 있어서 걱정이 됩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병원 드나들기 수 년이면 반의사 아닐까요? 그냥 웃습니다. 주치의로 자처했으니 정말로 녹색건강당원해야겠습니다.
와우! 대단하십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