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집
어화 : 조호숙
여자의 집엔 지난 주 여자의 큰 딸아이가 다녀갔다. 바다를 낀 대도시에 사는 여자의 큰 딸은,
바다가 가까우니 대형 수산물시장 에서 각종 해물, 생선들이며 새우젓 을 구입해 가지고 왔다. 새우젓은 육젓이며 최상급으로 매우 비싼 거란다. 살이 통통한 게 3.5킬로나 되었다. 생선들은 엄마가 손질하기 힘들다고 깨끗히 다 손질해서 토막쳐서 한 번 꺼내 먹을만큼씩 소분해서 지퍼백에 넣어 냉동고에 얼리기까지해서 두고두고 먹으라고 잔뜩 가지고 왔다.
출발하기 전부터 여자의 큰 딸은 "엄마 내가 이것 저것 많이 가져가니 냉동실 다 비워 놔".~ 하길래, '아니 우리 냉동고도 꽉 찼는데 그럼 그런 거 다 버리라고?'. "엄마 쌓아 놓지말고 웬만하고 오래된 건 버려~ 냉동고에서도 상하니까". 하는 거였다. 여자의 집엔 각종 봄나물이며 버섯이며 봄가을로 직장다니면서도 틈틈히 여자의 남자가 채취해 온 것들을 손질해서 얼려 놓은 것들이 가득이나 있다는 것을 아는 딸이었다.
여자는 내륙지방에서 나고 자라 육류나 생선 보다는 나물종류를 좋아하기에 여자를 위해서 여자의 남자가 봄가을이면 채취해 오는 것들을 잔뜩 쟁여만 놓고 잘 안 꺼내 먹는다는 걸 아는 딸이었다.처음 채취해 올 때나 조금 먹지 여자의 남자 친구들이나 여자의 이웃들 나누어 주고도 남은 것들을 삶고 데쳐서 소분해서 얼려놓은 것들이 많은 상태였다.
나물이름은 두릅, 미나리 또 김장할 때 겉껍질 푸른잎이 아까워 겨울에 된장국이니 찌개니 해 먹는다고 얼려 놓은 것들과, 그런 것들은 모두 푸른색이니 소분해 얼려 놓았어도 꺼낼 땐 뭐가뭔지 도통 모르겠어서 먹지 않을 때도 있고해서 냉동고가 복잡하다.여자는 살림에 취미가 없어 살림을 날건달로 한다.여자를 위해선 좋아하는 취미나 배우고 싶은 것들은 여기저기 온종일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그러니 살림은 절로 대충 하게 된다. 집안에 썩어서 냄새나는 물건만 없이 위생적으로 문제되는 것만 없이 하면 된다는 마인드다.
화초 기르는 것을 좋아해서 누가 오면 여자의 집이 수목원같다고 할 만큼 집평수에 맞지않은 큰 나무의 화초며 중간사이즈 작은 사이즈 할 것 없이 질서정연 없이 많이만 기르며 여기저기 정돈되지 않은 살림살이다.
여자는 독서도 매우 좋아해서 거실부터 방방이 벽면을 가득 채운 천장높이까지 짜 맞춘 책장의 책들이며 깔끔한 구석이 없이 너저븐하다. 온 집안이 여자를 위해 꾸며진 집이다.
오늘 아침 여자는 큰 딸아이가 가져온 가자미를 구웠다. 아침부터 생선은 좀 그렇지만, 가져온 걸 빨리빨리 처분하려면 할 수없다. 냉동고에 있는 것들을 다 버릴 수도 없고해서 김치냉장고도 꽉 찼지만 조금씩 남은 김치들은 서로 한 군데로 모으고 해서 공간을 비우고 가지고 온 생선들을 몰아 넣어놨다. 냉동해서 가지고 온 것들이니 금방녹지 않을 것이고 김치냉장고이니 약간의 냉동고 역할을 할 것이라 믿으며 유통기한이 더 오래 갈 것이라 생각하고,
당분간 장을 안 봐도 되겠다 싶으니 여자의 시간이 더 늘어날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더군다나 다 손질한 것이니 요리할 때 물에 퐁당 넣거나 팬에 넣고 굽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좋은가. 역시 큰 딸이라 엄마의 마음을 잘 읽으며 아기자기하다고 여자는 흐믓해한다.
평소에도 여자의 큰 딸은 말한다. "엄마 세상 복잡하게 살지말고 자녀 걱정말고 엄마 좋아하는 거 즐기며 살라고, 세상 별 거 없다고". 이거야 원 누가 어른인지 꼭 도통한 아이같다고 여자는 생각하며 피식 웃는다.
여자의 큰 딸 아이는 여자의 집에 올 때도 갑자기 온다고 하고 출발직전에 연락을 한다. 온다고 하면 엄마가 분명히 딸 온다고 이것저것 힘들게 장봐서 음식할 게 뻔하니 그럴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고는 와서는 외식 시켜 준다며 좋은 곳으로 가자고 한다. 어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의 경치좋고 풍광좋은 곳으로 가잔다. 그래서 여자가 살 요량으로 갔더니 여자의 사위가 화장실 가는 척 하더니 계산을 한 모양이었다.
밥을 먹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여자의 남자가 딸과 사위에게 푸념을 한다. "요즘 아빠가 스트레스 너무 받는단다." 딸이 왜냐고 물으니 "너네 엄마가 세월이 갈 수록 자꾸 애기가 되어간단다. 엄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다니고 해 달라는 거 다 해주는데도 뭐가 불만인지 자꾸 스트레스를 준단다." 딸이 말한다 "엄마가 갱년기인가 봐. 아빠가 더 관심 갖고 따뜻하게 해 줘~" 사람앞에 놓고 이게 무슨 오가는 대화인가?
그러니 사위가 말한다. "장모님 처남 겨울방학하면 저희 집에 오셔서 한 2주간 쉬다 가시라고 하세요. 제가 편히 모시고 다니며 구경 시켜 드릴 게요. 오실 수 있는 날 연락하시면 제가 스케줄 조율해서 모시러 올게요". 하는 것이었다. 여자는 약간의 불안증이 있어 혼자는 멀리 못 가는 것을 아는 터라 그렇게 말한 것이리라.
딸들 둘 키울 땐 둘이라 그런지 뭐든지 잘 먹어서 사다놓기 무섭게 없어졌는데 지금은 늦둥이 아들 하나만 있는 터라 여자의 남자들이 입이 짧아 더분더분 잘 먹질 않아 한계가 있다. 나도 입이 건 편이 아니고 짧디짧아 더욱 그런데 가지고 온 것들은 갈치, 꽃게, 가자미,낙지, 갑오징어에 여자가 좋아하는 생선들과 각종 밑반찬에 김장김치에 총각김치다.
여자가 철마다 김장을 했는데 올 해부턴 힘들다고 안 한다고 했더니 딸이 그 것까지 해 가지고 온 것이다. 이제 역으로 큰 딸아이가 여자에게 친정엄마처럼 하는 건지.
여자의 남자가 가끔 딸에게 전화해서 엄마가 자꾸 애기가 되어간다고 한 효과인가?
여자는 뜻 모를 웃음을 지으며 오늘아침 반찬은 큰 딸 아이가 가지고 온 가자미 구이를 했다. 아침의 생선구이는 잘 안 넘어 간다고 여자의 남자들은 평소에도 말 했건만
처분 요량으로 했더니 역시나 젖가락 하나 대지 않았다. 여자도 자기가 구워 놓고도 비지 찌개만 먹었다.
오늘 저녁상에 또 올리리라 하면서.
2023.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