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최근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을 결행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년 간 70%나 자살율이 증가하고, 유명 연예인에서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자살 보도는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자살 현상이 자꾸만 급증하는 것에 대하여 대부분의 전문의들은 '우울증'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자살은 증가하는데 그 원인이 우울증이라면,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자꾸만 자살이 늘어나나?'라는 질문 이전에, '왜 자꾸만 우울해지는 것일까?'를 묻고 싶다.
많은 사람들은 빈부격차나 인간소외 현상을 갈수록 극심하게 만드는 사회구조를 문제 삼는다. 『자살론』에서 자살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와 설득력 있는 분석 결과를 보여준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역시 그의 저서에서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는 종교적, 정치적, 도덕적 신념을 우리에게 채워주고, 그에 알맞은 모습으로 우리를 형성해 주는 것은 바로 사회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 또한 개인은 누구나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회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뒤르켐의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사회 구조상의 문제가 개인의 우울증상의 원인으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견도 인정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사회의 책임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극심한 우울증을 방지하는 방법으로 개인이 가진 긍정의 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긍정의 힘을 불러오는 데에는 유머와 웃음이 굉장히 큰 효과를 낸다.
지난 5월 1일 화요일에 이화삼성교육문화관 8층 대회의실에서는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총동창회가 있었다. 행사의 순서 중에는 유머플러스 소장 박인옥씨의 특강도 포함되었는데, 그 주제가 바로 "웃음과 건강"이었다. 박인옥씨는 바로 자기 자신이 우울증에 시달렸었다고 밝히면서, 우울한 감정 때문에 괴롭기만 했던 생활 속에서 유머를 통하여 웃기 시작하였고, 이 웃음이 무기력했던 자신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고 본인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너는 게으르지만 공부는 잘해!"라고 말해주는 것과 "너는 공부는 잘하지만 참 게을러!"라는 한마디에도 굉장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전자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주지만, 후자는 부정적인 면을 더 부각시켜 서로 같은 의미라 할지라도 그것을 듣는 개인에게는 같은 너무나 상이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것을 곧 나에게로 향하는 말로 바꾸면, 바로 자기최면이자 주문이 된다. '너'를 '나'로 바꾸어 스스로에게 "나는 게으르지만 공부는 잘해!"라고 말한다면, 그 긍정의 결론이 자기 자신도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데, 이 때에 유머를 이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진 작가가 사진을 찍고 밥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는데 그 식당주인이 "사진기가 좋아서 그런지 사진이 참 잘 찍혔네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진 작가는 식당주인이 자신의 작품성을 인정해주기는커녕, 사진이 잘 나온 것은 사진기 덕분이라는 식의 말투 때문에 기분이 나쁘고 속상했지만, 아무런 내색 않고 "냄비가 좋아서 그런지 찌개가 참 맛있네요."라고 한마디 던졌다. 여기서 사진작가는 타인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상처받고, 자신의 실력을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유머를 통하여 자기를 지키고 오히려 타인의 잘못을 은연중에 지적한다. '우울함'과 '우울하지 않음'은 마치 동전의 앞뒷면 같다. 자신이 우울할 때 조금만 뒤집어서 생각하면, 그곳에서 즐거움이 빛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세상 모든 일에 절대적 기준에서 만점짜리 답은 없듯이, 우울증의 원인과 그것을 극복하는 법에 대해서도 정확한 답은 없다. 그러나 웃을 일이 많이 없는 와중에도 웃음을 찾아내는 것, 그래서 결국 본인이 웃게 만드는 것은, 우울함을 느끼는 내면의 어두운 곳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자기를 벗어나게 해주는 모범답안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여기저기에서 '살기 너무 힘들다'라는 말이 터져나오는데, 이제는 그말을 조금만 뒤집어서 '아직은 살만하다'라는 말이 앞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